2.지식의 차이

의학적 지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상담을 진행하는 두 사람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Barnlund도 지적했듯이 지식이 차이가 나는 지점, 즉 어떤 사람은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지점에서 인간관계의 평등은 불가능하다.

또 커뮤니케이션에서 정보가 없다는 것은 무력함을 의미하고 이런 종속적인 상태는 성숙한 한 인간으로서는 참기 힘든 것이다.

정보의 불평등은 두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이로 인해 의사는 지배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가 전하는 정보에 대해 합의를 이루기가 힘들다.

메시지는 전달되는 순간부터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3.언어의 모호성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두 화자가 각각의 단어에 같은 의미를 부여함을 전제로 하고있다.

그러나 의료 분야에서는 많은 증상들이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그에 대해 성문화 해서 알려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Verginia Woolf는 "환자가 의사에게 두통을 호소할 때 갑자기 그의 표현은 고갈되어 버린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환자들에게 자주 일어나는데 이는 정확함을 원하는 의사의 순박하고도 집요한 질문과 상반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누가 환자를 이해할 것인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더욱 심각한 장애물은 의사들이 환자들은 평범한 용어들, 예를 들어 변비증, 설사, 치질 등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이런 확신이 옳은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Boyle에 의해 수행된 한 조사 결과를 언급하기로 하자.

그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몇몇 의학 용어들의 해석상 차이점을 비교해 보고자, 무료진료소에서 검진을 받은 234명의 환자들과 35명의 의사들에게 다지 선다형 방식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음에 나오는 표1, 2는 이 조사 결과의 한 예이다.

환자들은 몇몇 단어의 정의에 의사들과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의 정의와 비교해 보았을 때, 황달, 전분이 별로 들어있지 않은 음식, 치질에 대해서는 4분의 3 가량의 환자들이 정확히 정의한 반면, 변비증이나 촉진(觸診)의 정의에 대해서는 단지 50~60%의 환자들만이 의사들과 동의하고 있었다.

약물(43.2%), 고창(鼓脹)(42.9%), 설사(37%) 등의 용어 정의에 있어서는 환자들과 의사들의 일치 정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Boyle의 조사 결과, 신체 주요 기관들의 대략적 위치에 관한 환자들의 지식 수준 또한 별로 놀랄만한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방광에 대해서는 27(24.1%)명은 배꼽 주변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고, 9(8.0%)명은 흉부 중앙 오른쪽에 있다고 대답했다.

위에 대해서는 67(58.8%)명은 복부 주위에, 22(19.3%)명은 흉부 외벽의 앞부분을 포함하는 넓은 지역에서부터 복부 중앙, 배꼽 아래에 위치한다는 등의 다양한 대답을 나타냈다.

의사들이 환자들과 대화할 때 의사가 생각하기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변비증이나 설사 등과 같은 단어들이나 위장의 위치를 환자들이 모르고 있다라는 생각은 좀처럼 하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Boyle의 조사 결과는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이 설사나 복통을 호소할 때 의사는 환자가 설사증을 말하는 것인지, 위의 위치라고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흔히 의사와 환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은 학교에서처럼 일방적이 되기 쉽다.

어느 정도의 상호 이해를 위해서는 서로간의 협력 과정이 필요하다.

각자는 타인의 관점에서 보아도 타당할 정도로 자신이 의미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2. 비언어적 행동과 의사의 무의식

어떤 의사들은 메시지 전달에 있어 항상 부정적이고 환자가 금방 알아차릴 만한 비언어적 행동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요컨대, 많은 의사들이 환자들도 자신을 바라보며, 비언어적 행동을 관찰하고, 그들 나름대로 그것을 해석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완곡하고 비언어적인 행동으로 표현됨으로써 저질러지는 실수들은 엄청나다.

예를 들어, 흥미 없음을 나타내는 태도, 환자의 침대 곁으로 다가가기 보다 문에 서서환자에게 말하는 행동,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는 행동, 서두르는 행동 등을 들 수 있다.

많은 환자들 특히 고령의 환자들의 경우, 메시지를 전달 받는 데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때 보낸 메시지가 만일 환자의 주의력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아마 전달된 메시지는 부분적으로나 혹은 완전히 제거되고 환자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불평하게 되는 것이다.

3. 촉박한 시간

젊은 의사들에게 처방 약에 좀 더 신중을 기하고, 환자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라고 하면 그들은 언제나 시간이 없다고 대답한다.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로 대답한다.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몇 년 전쯤, 의사나 간호사에게 말을 걸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미국의 어떤 종합 병원이 입원 환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이를 알게 된 병원측은 직원을 두 배로 보강했다.

그러나 6개월 이후 병원을 떠나는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마찬가지의 비난이 계속 쏟아졌다.

같은 기간동안 비밀리에 진행된 한 조사에서, 간호사들은 한가한 시간의 대부분을 환자와 대화하기 보다는 자신들끼리 수다 떠는데 할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ynolds가 예로 든 환자 -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 자신이 정상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불안에 떨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던 환자-를 생각하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 모든 것이 정상임을 알려드리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해주는 데는 불과 2~3초의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런 말을 전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일반 의사 뿐만 아니라, 수술을 담당하고 있는 외과 의사들 또한 환자와 대화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에 관련되어서 우리 시대 가장 훌륭한 외과의 중의 한 사람이자 프랑스인인 Rene Leriche는 다음과 같이 썼다.

"외과 의사의 인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임무는 환자의 불안을 어떻게 가라앉힐 것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의사가 자신을 믿고 있는 환자들의 말을 경청하는 데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 덕분에 객관적이고 면밀한 검사 이외에 좀 더 나은 진단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은 이야기 하는 동안 자유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유를 느낌으로써, 앞으로의 치료 과정에 대해 나름의 확고한 각오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하는 이야기는 비록 장황한 과거 이야기로 가득할 지라도 결코 쓸모없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근심의 일부일지라도 의사에게 털어놓는 사람은 그로써 이미 어느 정도 근심을 털어버리고 편안해 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정신적으로 모든 결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항상 바쁜 외과 의사는 흔히 환자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환자들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우리 의사들은 우리의 시간을 그들에게 할애해야 합니다."

의사들의 대부분은 환자의 병리 생리학에만 자신의 관심을 한정할 뿐, 환자의 개인적인 문제에 연루되기는 원치 않는다.

전문의 자격증을 막 따고 병원에 들어온 한 젊은 의사는 그의 상사에게, 개인적인 근심을 털어놓음으로써 자신을 당황하게 만드는 많은 환자들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 했다고 한다.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기술을 연마하는 데 필요한 많은 요소들과 동시에, 의사들에게는 그들의 환자가 기본적으로는 고통 받고 있는 한 인간이라기 보다는 생물학적인 기계로 비춰지기가 쉽다.

어쩔 수 없이 이런 태도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배제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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