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의료기술 전수·의사연수 등 협력 프로그램 시행 계획
중증 환자들 제대로된 의료 서비스 받지 못해 답답함 호소


[몽골 현지취재] 지난달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찾았다. 현지 병원과 보건부 등을 방문한 결과, 몽골 의료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그만큼 새로운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 병원들에 있어 기회이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 현지에서 보고 느낀 몽골의료의 현주소, 의료시장 상황에 대해 알아본다.
 
 
공산주의 버리고 개방외교 중인 몽골

몽골은 아시아의 중앙 내륙에 있는 국가이다. 13세기 초 칭기즈 칸이 등장해 역사 상 최대의 몽골 대제국을 건설했다. 몽골제국이 멸망하고 남은 내륙 중앙부가 1688년 청(淸)에 복속돼 "외몽골"로 불렸다. 1911년 제1차 혁명을 일으켜 자치를 인정받았으나 1920년 철폐됐고, 러시아의 10월 혁명에 영향을 받아 1921년 제2차 혁명을 일으켜 독립했다.

북서쪽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남동쪽으로 중국과 국경을 이룬다. 국토는 넓지만 인구는 250만여명 정도로 적다. 구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공산주의가 된 국가지만, 최근 심각한 경제난 타개와 경제지원 확보를 위해 공산주의를 버리고 개방외교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 진출 아직은 걸음마 단계


몽골에는 서울의과학연구소, 연세친선몽골병원이 진출해 있다. 키스유성형외과와 연세서울치과는 공동개원했으며,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의료봉사를 위해 진출한 성모진료소를 두고 있다. 오래전 진출한 송도병원은 최근 몽골 기업에 넘겼다는 후문이다.
 
현지 진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끊임없이 기회가 모색되고 있다. 우선 의료연수, 교육에서다. 남양주 현대병원은 최근 몽골 국립 외상학 및 정형외과 외상센터(몽골국립외상외과센터)와 진료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3년간 의료기술이전, 연구 참여, 연구 결과 공유를 통한 성과를 2015년까지 연장한 것이다. 현대병원은 10차례에 걸쳐 40여명의 몽골 의료진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했다. 덕분에 외상센터는 현지에서도 좋은 병원으로 꼽히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6월 몽골 MCS 기업이 운영하는 IMC 국제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5월 개원하는 몽골 IMC 국제병원을 위해 몽골 의료진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고려대의료원은 임상교수를 비롯한 10여명의 실무지원단을 파견, 상주근무 체제로 선진의료기술을 전수하고 의사연수를 비롯한 각종 협력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기회는 장비와 시스템 판매로도 이어졌다. 비트컴퓨터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IMC 국제병원에 총 138만달러(약 16억원)의 병원정보시스템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비트컴퓨터는 포화된 국내 EMR 시장을 해외로 넓히는데 의미를 두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한국 의료장비 도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의료봉사를 넘어선 지원의 손길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몽골 제1국립병원 내에 2만 8000달러를 투입, 몽골 최초의 "E-의학도서관"을 설립했다. 몽골에는 3개의 국립병원을 포함해 7개의 종합병원이 있지만, 어느 곳에도 의학도서관이 없다는 문제인식에서 착안됐다.
 
이밖에도 다수 병원들의 끊임없는 관심으로 앞으로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는 곳이 바로 몽골이다. 상대는 한국만이 아니다. 몽골 현지에는 이미 싱가포르 래플즈병원이나 태국 범룽랏병원의 광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개원을 앞둔 IMC국제병원도 몽골 현지를 넘어 외국인까지 몰려오는 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환자가 직접 개인차트 들고 방문 이색


몽골 방문 일정 중 9월 21일, 22일 이틀간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인천 나누리병원 이승철 원장의 진료가 GrandMed 병원에서 진행됐다. 사전 예약을 받아 진행된 첫날 진료에서는 허리통증, 다리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이 찾아왔다. 자세가 좋지 않고 운동이 부족한 한국형 질환과 유사했다.
 
특이한 장면은 환자들이 직접 방사선필름과 개인차트를 들고 온 것이다. 10여년 전 한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방사선 필름은 X-ray, MRI 영상 등을 담고 있다. CD를 들고 온 환자도 몇 있긴 했지만, 메디칼스탠다드, 인피니트헬스케어 등 한국 PACS 제품이었다.

또한 차트는 병원에서 직접 기록하는 것도 있지만, 환자 개개인이 육아수첩 같은 크기로 소지하고 다녔다. 병원을 옮기거나 잃어버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환자들은 한국과 한국 의사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또한 대전선병원, 윌스기념병원 등에서 검사를 받거나 진료를 받은 환자도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다. 영어를 하는 환자가 간혹 있지만, 고령층에서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매우 친근했다. 생김새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타고 첫날 UBS 등 몽골 방송사에서 진료 장면을 촬영했다. 한국 의사가 몽골 환자를 진료하는 좋은 일을 하러 왔다는 취지였다. 이날 저녁 뉴스에 보도되자 다음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병원 로비에 엄청난 환자들이 몰린 것이다. 8시간 걸려 먼 시골에서 온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어를 잘하는 이들도 많이 몰렸다. 몇년전 우리나라 병원의 방송 파급효과와 비슷했다.
 
물론 발길을 돌려야 하는 환자도 많았지만, 각지에서 몰리는 바람에 중증환자가 많이 보였다. 목발을 짚고 오거나 휠체어를 타고 오는 환자도 많았다. 곱추 등 심각한 중증환자들도 찾아왔다. 이들은 검사를 받긴 했지만, 현재의 상태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환자들이었다. 제대로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증상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는 말 한마디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 수술이 필요하다는 권고 등이 필요로 했다.
 
환자들은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의사가 직접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하고 상세한 설명을 해주는 것을 매우 좋아했고 커다란 신뢰를 보였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에 한국에 가서라도 수술을 받고 싶어했다. 진료를 참관한 이틀동안 단순히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짧은 진료를 하는 기계적인 진료는 외국인, 특히 몽골 환자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몽골 의사 연수·교육 최우선 필요

몽골의 의료수준을 높이려면 의사들의 연수, 교육이 최우선으로 보인다. 진료를 진행한 이승철 원장 옆에는 현지 병원 의사들이 계속 지켜보며 자체적인 트레이닝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의료영상을 판독하는 능력과 기본적인 증상의 이해, 앞으로의 치료 결과를 예측하는 과정을 진지하게 배웠다.
 
이승철 원장은 "몽골은 검진, 진료를 받을 여건이 부족하지만, 그것보다 의사들이 검진결과를 해석하고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몽골에서는 인턴, 레지던트의 구분없이 6개월 가량 수련하고 그친다. 전문의 수준의 심도있는 공부가 부족하며, 전공이 큰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의사들 중 많은 수가 한국에 가서 연수를 받거나 한국 의사로부터 교육을 받고 싶어했다. 한국 의사들의 기회는 여기에 있다.
 
개도국이 병원에 대한 하드웨어를 잘 구축해 놓고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인 사람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그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연수, 교육을 시켜줘야 한다. 그들의 의료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도와줘야 한다. 우리가 받은 것처럼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년 6월 한국형 척추전문병원 설립
 
한국형 척추전문병원이 몽골 현지 기업인 JIGUUR GRAND GROUP(JGG)에 의해 내년 6월 개원을 목표로 설립된다. 병원컨설팅을 맡은 유니컴퍼스(UNICOMPASS)는 병원 설계, 도면 작업을 마쳤다. 외부 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며, 내부 배치가 한창이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직원들의 별도 공간을 크게 둬야 하는 점이 까다로웠으며, 감염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시스템 장비는 처음부터 시작인 만큼, 고기술의 무거운 것이 필요없다고 판단했다. EMR은 아미스 테크놀로지, PACS는 테크하임이 낙점됐다. 검진 장비는 아쉬움이 남는다. 울란바토르에 MRI가 4대에 불과할 정도로 부족하지만, 국산 제품이 없어 지멘스 제품을 도입하기로 했다. 유니컴퍼스 이영진 대표는 "MRI, CT 등의 고급 기술의 장비를 한국이 팔기는 어렵지만, 그 속의 부품을 팔아야 한다. 처음부터 앞선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소모품 등은 국산으로 정착시키면 기회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의료연수 외에도 병원경영에 대한 개념을 심어줄 생각이다. 원장이든 의사든 직원이든 혼자서는 병원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는 노력 등이 유기적으로 모든 직원들이 움직여야 가능하다. 조직간 원활한 의사소통, 병원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몽골 노동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한국어로 이야기해서 모를 거란 오산도 금물이다. 현지 기업들도 이미 건축 등에서 한국인들에게 수차례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한국을 좋아하기에 희망은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인들이 잇속을 챙기기 위해 온 것이 아닌, 몽골을 위한 진정성과 신뢰이다.
 
이승철 원장은 "몽골 의료수준을 한단계 높이면서 몽골 의사들이 직접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무조건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한다거나, 수익수단으로 보게 된다면 글로벌에서의 한국의 입지는 미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진 대표 역시 "한국 의료장비를 도입하거나 우수한 품질의 의료소모품을 판매하는 데서 기회를 얻어야 한다. 단순히 수수료 장사를 하기 위해 접근하거나 일회적인 사업을 노리면 몽골 시장에 관심있는 이들은 물론 한국의료 전체를 망친다"고 강조했다.
 
JGG의 Batter Dashbalijir 회장은 "한국형 병원을 도입해 몽골인들이 수준 높으면서도 소외되지 않는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 수익을 위해 병원을 짓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의 과제이기도 하며, 몽골인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인터넷 보급, 의료서비스 기대 높였다"
D. Gonchigsuren 몽골 보건부 보건정책국장 인터뷰

몽골의 의료수준은 아직 열악하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수준과 열망은 높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더욱 극심해졌다.
 
D. Gonchigsuren 몽골 보건부 보건정책국장은 "인터넷,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우리나라는 왜 다른 나라와 같은 의료서비스가 불가능하냐는 지적이 많다"면서 "아직은 부족하지만, 끊임없이 발전하는 나라의 의료수준을 살펴보고 있으며, 결국 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몽골 보건부 차원으로 노력 중이다. 한국과도 보건복지부, 서울 주요 대형병원 4곳과 협약을 맺고 의료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영상의학과 의사인 그도 2003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영상의학 연수를 하고 돌아왔다. 몽골 제2국립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의료연수에 이은 공동수술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몽골 사람들이 한국 의사들을 매우 좋아하며, 의료수준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 정부와 함께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몽골인들이 한국에서 치료받고 한국 의사들로부터 배우다 보면 몽골 의료도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직전 한국에서 열린 서울 포럼에 참여한 그는 곧바로 베트남에서 열리는 WHO 아시아 공동포럼에 참가할 정도로 공부에 한창이다. 바쁜 일정으로 만나지 못했지만 보건부 장관의 하루하루도 마찬가지다.
 
몽골은 일교차가 워낙 심하고 겨울이 길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감기 환자가 많다. 신장, 심장 등의 질환이 많지만, 특별한 병은 없고 한국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치료받은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다. 한국은 물론 태국, 중국 등에서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한걸음씩 준비하다보면 의료수준이 발전할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한국 의사들이 찾아오고 있고, 와있다. 한국 의료를 보고 많이 배우는 동시에 다른 나라들과 함께 발전해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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