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기 혈압 낮을수록 합병증 위험 감소

고혈압은 당뇨병(제2형 당뇨병)환자의 20~60%에서 관찰될 정도로 흔히 동반되는 질환이며 비당뇨병환자에 비해 1.5~3배의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고혈압은 당뇨병과 함께 망막이나 신장병변과 같은 미세혈관합병증 뿐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과 같은 대혈관합병증의 주요 위험인자이다.

특히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환자에서 심혈관합병증은 말기신부전과 함께 가장 심각한합병증이며 각 질환을 단독으로 가진 경우보다 2배 이상 발생 위험이 높으며 당뇨병 환자 사망원인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환자를 치료하는 원칙이나 방법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있어왔으며 특정 강압제의 당내성이나 인슐린감수성과 같은 당뇨병 대사에 미치는 영향이나 부작용 가능성, 치료를 받아야하는 혈압의 수준이나 강압 치료를 할 때 합병증 등을 최대로 줄일 수 있는 목표 혈압, 또는 어떤 종류의 강압제가 가장 효과적이거나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하는가 등이 대표적인 논란의 주제라 할 수 있다.

베타차단제가 당대사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작용기전에 비해 심혈관합병증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는 다른 강압제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나 칼슘길항제를 사용한 군에서 심혈관발작이 많았다는 보고에 비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보고도 있다는 것이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루어진 대규모 전향적, 무작위 임상시험들인 SHEP, Sys-Eur, UKPDS, CAPPP, ABCD, STOP-2, HOPE, MICRO-HOPE, HOT, NORDIL, INSIGHT 등에 참여하였던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환자의 치료에 대한 많은 자료를 가지고 위의 논란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며 또한 이를 바탕으로 당뇨병환자에서의 고혈압 치료 지침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 80,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ALLHAT, INVEST, ASCOT와 같은 대규모 임상시험이조만간 종료되면 약제간의 우월성이나 레닌-안지오텐신계 억제제의 효과, 강압제의 선정 기준 등 현재까지 정립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보다 확실한 자료를 제공해줄 것이다.

당뇨병환자의 고혈압 치료의 기준이나 목표혈압은 비당뇨병환자보다 낮으며 모든 당뇨병환자의 고혈압은 130/80㎜Hg 이하로 낮춘다.

미국 고혈압합동위원회 6차 보고서(JNC VI)는 성인의 고혈압 기준을 140/90㎜Hg 이상으로 정의하고 동반한 위험인자나 표적장기의 손상 여부에 따라 생활습관개선을 포함한 약물치료를 통해 140/90㎜Hg 미만을 혈압 조절 목표로 하고있으나 당뇨병환자에서 동반된 고혈압의 경우 130/85㎜Hg 이상인 경우 약물치료의 대상이 되며 130/85㎜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작위 임상시험인 UKPDS(United Kingdom Prospective Diabetes Study), HOT(Hypertension Optimal Treatment), ABCD(Appropriate Blood Pressure Control in Diabetes)의 결과를 보면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환자에서 혈압을 130/80㎜Hg 미만으로 조절하면 확실하고도 현저한 이익이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함에 따라 목표혈압을 130/80㎜Hg 미만으로 권하고 있다.

UKPDS 연구는 당뇨병환자의 고혈압을 철저한 조절과 평상적 조절 사이의 차이를 검정하고자 시도된 연구로 철저한 조절군의 목표 혈압은 150/85㎜Hg 미만, 평상적 조절군의 목표혈압은 180/105㎜Hg 미만이었으며 당연히 혈압을 철저히 조절한 군에서 당뇨병과 관련된 합병증이나 사망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소견은 연구대상으로 선정되었으나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3,000명 이상의 2형 당뇨병환자를 평균 10.5년 추적 관찰하는동안 심혈관계합병증의 위험은 수축기혈압의 정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여러 약물로 치료한 이 환자들에서 수축기혈압이 160㎜Hg 이상에서 120㎜Hg 미만으로 낮아지면서 모든 당뇨 및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점진적으로 감소하였으며 그 결과 수축기혈압이 낮을수록 합병증의 위험이 낮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HOT 연구에서는 1,501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목표 확장기혈압을 90, 85 및 80㎜Hg 미만으로 무작위로 배정한 다음 칼슘길항제를 기본 강압제로 하고 필요시 다른 강압제를 추가하면서 관찰한 결과 목표 확장기혈압이 80㎜Hg 미만이었던 군에서 평균 81.1㎜Hg로 목표혈압이 90㎜Hg 군에 비해 4.1㎜Hg 낮게 할 수 있었고 두 군 사이의 차이가 4.1㎜Hg 정도로 작았으나 관동맥질환은 60%, 뇌졸중은 43%, 사망률은 77% 감소하는 등 모든 주요 합병증이 현저히 감소하였다. 또한 작은 규모인 ABCD 연구에서도 보다 집중적인 치료를 받은 당뇨병환자에서 총사망율을 51%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 위 연구들의 결과를 지지하였다.

따라서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환자에서 수축기혈압을 130㎜Hg 확장기혈압을 80㎜Hg 미만으로 내리는 경우 심혈관계 및 당뇨 합병증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음이 증명되었으므로 당뇨병환자의 고혈압 기준은 130/80㎜Hg 이며 따라서 미국립신장재단과 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당뇨병을 동반하거나 하루 1gm 미만의 단백뇨를 동반한 고혈압환자의 치료 목표 혈압을 JNC-VI에서 제시한 130/85㎜Hg 미만보다 보다 낮은 130/80㎜Hg 이하로 정하였으며 만약 하루 1gm 이상의 단백뇨를 동반한 경우 125/75㎜Hg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모든 강압제는 합병증 위험을 감소시킨다

당뇨병환자를 일부 포함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당뇨병 환자에서의 혈압조절은 비당뇨병 환자에 비해 위험도를 줄이는 효과가 훨씬 크며 이런 사실은 같은 고혈압환자라도 당뇨병을 동반한 경우 위험도가 훨씬 높다는 것과 강압제가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

노인의 수축기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SHEP(Systolic Hypertension in Elderly Program)연구에서 비당뇨병환자에 비해 당뇨병환자에서의 강압치료가 위험도 감소에 절대치로도 2 배 정도 효과적이었으며 모든 심혈관합병증의 발생에 대한 상대적 위험도 감소 정도도 당뇨병환자에서 컸다(69 대 26%).

특히 이 연구에서는 저용량의 이뇨제를 사용했으며 이런 정도로는 당뇨병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으며 당뇨병 환자에서도 안전함이 증명되었다.

또 이뇨제는 다른 종류 강압제의 효과를 증대시키고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에서 수분저류는 흔한 현상이므로 목표 혈압까지의 추가적인 강압효과를 위해 흔히 사용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당뇨병을 포함한 고위험 환자군에서 ramipril이라는 ACE억제제를 사용한 HOPE(Heart Outcomes Prevention Evaluation)연구에서 ramipril은 강압효과는 미미하였으나(2/1㎜Hg 하강) 당뇨 및 심혈관발작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서 ramipril을 사용한 ACE억제는 강압효과를 포함한 다양한 기전을 통하여 예방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을 보였다.

베타차단제는 일반적으로 당내성을 악화시키고 인슐린감수성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치료에 적절한 선택은 아니라는 견해가 많으나 UKPDS 연구에서의 결과는 오히려 ACE억제제에 비해 베타차단제가 예방효과가 우수하거나 또는 예방효과는 약제의 종류보다는 강압효과에 의존함을 나타낸 바 있다.

따라서 단순히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당뇨병과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에서 관동맥질환이 호발하므로 베타차단제의 효과를 관동맥질환에 대한 효과로 설명하거나 혈압의 강하정도가 합병증의 발생 억제에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모든 강압제는 종류 및 작용기전에 관계없이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면 대혈관합병증인 심혈관계발작이나 미세혈관합병증인 신장애, 망막장애 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최근 발표된 ALLHAT 연구에서 알파차단제를 처음 강압제로 선택한 군에서 이뇨제를 사용한 군에 비해 사망률이 25% 증가하였다는 보고가 있어 첫 강압제로 알파차단제를 추천하지 않는다.


강압제 종류에 따라 예방효과가 다르다?

강압제의 종류에 따라 인슐린감수성이나 당내성 등 당뇨병 관련 대사나 죽상경화증의 위험인자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당뇨병환자에 동반된 고혈압 치료에 있어 강압제의 종류에 따라 당뇨 및 심혈관합병증 발생에 대한 예방효과가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생각해왔고 또 이런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행되었던 대규모 임상시험들은 각각 대상이 다르고 강압제 사용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위험인자들의 상태가 다양하고 혈압강하의 정도가 달라서여러 시험 결과들을 동시에 분석하기에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강압제에 따라서 일부 합병증 발생 위험 감소에는 보다 우수하나 다른 합병증의 발생 억제는 열등한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전반적으로 특정 강압제가 우수하다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감안하면서 현재까지 보고된 강압치료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들에 포함된 5,000여명의 당뇨병-고혈압 환자에서 이뇨제 단독 또는 베타차단제 병용과 ACE억제제 및 칼슘길항제를 이용한 강압 치료의 효과를 메타분석한 결과 어느 특정 종류의 강압제가 다른 종류에 비해 모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우수하다는 명백한 증거는 현재로선 없다.

그러나 최근 ACE억제제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는 다른 종류의 강압제에 비하여 단백뇨를 동반한 당뇨병환자에서 단백뇨나 신장기능 저하의 진행을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당뇨병환자의 가장 흔하고 심각한 합병증의 하나인 점진적인 신장손상으로 인한 말기신부전을 예방하는데 우수하다는 보고도 있다.

또 당뇨병환자에서 ACE억제제는 심혈관위험을 줄일 수 있음이 보고된 HOPE 연구결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당뇨병과 고혈압이 동반된 경우 최대한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과를 위하여 ACE억제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개념은 보다 철저한 혈압의 조절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뇨병환자에서 혈압이 130/80㎜Hg보다 높으면 우선 ACE억제제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를 사용하여 용량을 조절하고 혈압이 조절되지않으면 이뇨제나 지속형 칼슘길항제를 추가하며 그래도 혈압이 조절되지않으면 환자의 심박수가 84/분 이상인 경우는 저용량의 베타차단제나 알파차단제를 추가하고 심박수가 분당 84회 미만이면 다른 종류의 칼슘길항제를 추가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이용한다.

그러나 칼슘길항제는 과거 임상시험에서 뇌졸중의 예방효과는 있으나 심근경색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의 치료에 ACE억제제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없이 단독으로 먼저 사용하지않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나온 비교 임상시험 자료에 근거하면 ACE억제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치료에 있어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강압제 사이의 비교효과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ALLHAT같은 보다 큰 전향적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려야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 보고에서 ACE억제제를 사용해야하는 데 주로 기침 등 부작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를 권장하며 최근의 비교임상시험 결과로 미루어당뇨병환자의 고혈압 치료에 있어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는 ACE억제제와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여러 종류의 강압제 필요

UKPDS와 HOT연구에서 나타났듯이 한 가지 강압제 단독요법으로는 바람직한 혈압조절(<130/80㎜Hg)이 거의 불가능하며 70% 이상의 대부분 당뇨병-고혈압 환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강압제를 사용한다.

다수의 강압제 복용에는 경비, 약제의 부작용 등 여러 문제가 따르긴 하나 철저한 혈압 조절에 따른 효과는 그 무엇보다 크므로 이러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약물치료를 지속하여야한다.

약물 치료 외에 체중조절, 운동이나 식염, 단백질, 알코올 섭취 제한 등 철저하고 강력한 생활습관개선은 그 자체만으로는 환자의 이환이나 사망을 줄이진 못하나 혈당이나 혈청 지질의 조절에 유익하며 사용 약물을 줄여 여러 약물의 사용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결 론

현재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환자의 치료 원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첫째, 목표혈압은 130/80㎜Hg 이하이다.

둘째, 모든 강압제는 위약에 비해 유익하나 알파차단제는 초기 선택 약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목표혈압을 달성하기 위해선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강압제가 필요하다.

넷째, 강압제 선택시 ACE억제제(사용불가능하면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를 반드시 포함하여야하며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이뇨제도 흔히 포함되며 추가적인 강압제가 필요하면 칼슘길항제, 베타차단제 또는 알파차단제를 사용한다.

다섯째, 혈당, 혈청지질이상, 단백뇨의 조절과 생활습관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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