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 이사진

올해 '세계보건의 날'의 주제는 '건강한 고령'이었다. 이는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령인구의 건강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이기도 하다. WHO는 매년 9월 21일을 '세계 치매의 날'로 정하고 이에 대한 심각성과 대책마련을 촉구해왔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와 치매의 위험도에서 예외가 아닌 가운데 본지에서는 대한치매학회 3명의 이사와 치매의 현황, 진단,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ADL·I-ADL 포함한 평가 통합도구 필요 절실
- 박 기 형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가천의대길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도는 많이 높아졌다. 박기형 홍보이사(가천의대길병원 신경과)는 "정부와 학계가 꾸준히 60세 이상 조기검진사업, 홍보프로그램 운영, 치료약제비 지원 등을 진행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질환이 아니라 노망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전히 인식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보건·사회적으로 치매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5년 동안 다양한 지원정책들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시·군·구 단위의 정책들이 통합되지 않아 중복 지원 등 문제도 상존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지원정책을 통합 시행해 더 많은 고위험군 및 환자들을 제도 안에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치매관리 사업에서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부분은 치매 조기검진이다. 박 이사는 "조기검진을 통한 빠른 시기의 치료가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6개월 이중맹검으로 진행 후 오픈라벨로 전환해 환자들을 3년 간 관찰한 연구결과 인지기능 및 생활능력 저하가 지연됐다. 또 처음부터 약물치료를 시행한 환자들과 중간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에서도 초기 약물치료군의 예후가 더 좋게 나타났다.

치매환자의 예후 및 삶의 질은 ADL과 I-ADL로 평가한다. 박 이사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력의 저하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일상생활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에서는 조기에 ADL이나 I-ADL이 저하된 환자들을 평가할 수 있는 통합 도구를 개발, 9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통합평가 도구는 DAD 검사도구를 기반으로 ADL, I-ADL을 포함한 보호자 및 간병인이 문제로 꼽는 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치매·경도인지장애 구분, 초기부터 환자 관리해야

- 김 상 윤 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상윤 기획이사(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는 세계적인 치매 진단·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지난해 국제 치매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알츠하이머병과 알츠하이머 치매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구분했고,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증상이 없는 환자도 치료하도록 해 영상의학적 검사의 비중을 높였다.

가이드라인에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힘든 환자 중 경도인지장애(MCI)나 주관적 기억장애가 있을 경우 MRI, PET 검사를 실시하고, 여기에 신경병리소견과 행동장애에 대한 소견이 있을 경우 운동, 인지 치료 등 약물 외 치료전략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치매초기부터 환자를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

김 이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조기검진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우선 선별검사부터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김 이사는 2002년 한국인 치매 선별검사 설문도구를 개발한 바 있다. 선별검사 도구를 아시아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이사는 "이 선별검사 도구가 아시아 지역의 환자들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또 김 이사는 MCI와 치매를 구분하고, 치매를 종류별로 나눌 수 있는 검사도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MMSE는 해석하기 어렵고 변별력이 낮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발표는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에 대한 진단과 함께 환자의 순응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 이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치매센터 등 치매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알츠하이머라는 용어로 인한 환자들의 거부감 때문에 센터 이름을 바꾸거나 완화하려는 노력을 시행하고 있다"며 접근성부터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약물 등장으로 치료 선태폭 넓어질 전망
- 최 성 혜 대한치매학회 재무이사(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매 치료약물은 보험에서 인정해주는 리바스티그민, 도네페질, 갈란타민, 메만틴염산염 4가지다.

최성혜 재무이사(인하대병원 신경과)는 세계적으로 기존 약물들이 용량을 높여 적응증을 받고 있고 새로운 약물들도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점진적으로 치료전략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리바스티그민의 경우 이전 울렁거림, 체중감소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제형을 패치로 바꾸면서 유해반응들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5, 10 단위의 패치 제품들에 15 단위의 고용량 제품이 연구되고 있다. 도네페질도 23 mg으로 용량을 높인 제품을 준비 중으로 가장 가시권에 들어와있는 약물이다. 기존 10 mg 제형이 있지만, 이 약물이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로운 약물로는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 백신이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다국가 3상임상이 진행 중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치매를 치료하고 이로 인한 증상 개선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치료제의 타깃으로 타우(tau) 단백질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 특히 최 이사는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치료제가 개발될 경우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타우 단백질에 관련된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치매 말기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2가지 밖에 없어 여전히 조기검진도 치료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요소다. 특히 조기치료의 경우 환자의 예후도 좋게 나타나고 있다. 최 이사는 "연구에서 조기치료 환자군이 중간부터 치료를 시작한 환자와 비교했을 때 치료효과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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