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의 교수가 강북삼성병원 부원장으로 옮기는 파격인사가 단행,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8월 27일 인사 발표를 통해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인 전호경 대장암센터 교수<사진>를 9월 1일자로진료부원장으로 임명했다.

전호경 교수는 그야말로 ‘거물급’ 교수라 말할 수 있다. 2008년 삼성암센터 개원 직후 대장암센터장을 맡아 한해동안 대장암 절제술 1500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암센터에서 대장암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연간 500례 이상의 대장암 수술을 집도해 화제를 모았으며, 조기 직장암 환자에서 항문보존수술을 일찍 도입하고 복강경수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등 환자들을 위한 수술에 매진해왔다.

2006년 11월에서 2009년 4월까지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올해 4월 대장항문학회 회장으로 취임하는 등 학회에서도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한 전 교수는 지난해 삼성창원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과의 진료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다른 교수진과 소화기암 수술을 집도했다. 지방에서도 삼성서울병원과 동일한 진료시스템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전 교수는 건진센터인 ‘건강의학센터장’을 맡아 “개원 당시 모든 병원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삼성의 건진센터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고,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보겠다”고 피력한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진료 연계 시너지’

8월 신호철 신임 원장을 맞이한 강북삼성병원은 중장기 발전전략을 고민 중이다. 그중 하나로 삼성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진료협력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진료 수준을 끌어올려 특성화에 나선다는 복안을 세웠다.

전 교수의 그간 업적처럼 삼성암센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삼성창원병원과의 진료협력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 또한 강북삼성이 내세우는 건진센터를 맡아본 경험이 영입한 배경으로 전해졌다. 고민하던 전 교수를 끈질기게 설득하는 한편, 다른 인사도 모색 중이다.

강북삼성병원 신호철 원장은 “파격인사로 보이지만 같은 삼성의료원 산하에서 옮기는 것이며, 삼성이라는 브랜드 아래 두 병원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물론 삼성서울병원을 다 따라갈 순 없더라도, 이어지는 파격인사나 명의 영입으로 차별화된 진료를 몇가지 만들어 나가는데 기여하겠다”고 피력했다.

전호경 교수 본인은 말을 최대한 아낀 가운데, 주변에서는 그가 ‘건진센터’의 열의로 자리를 옮기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측근의 한 교수는 “700여명의 스탭을 두고 30년 이상 기업 검진을 해오고 있는 강북삼성의 건진센터를 진두지휘해볼 수 있는 기회로 가는 것으로 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병원 측에서는 전 교수가 빠지더라도 진료에 공백이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교수가 건강의학센터장을 맡으면서 진료와 수술 일정을 대폭 줄인데다 수술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이우용 교수, 윤성현 교수 등이 대거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수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보직자는 “이미 수술을 후배들에 물려주고 있었고 특정 교수가 아닌 시스템에 의해 대장암 수술도 안정화되어 있는 단계”라며 “강북병원과의 연계로 인해 두 병원이 같이 가되, 교수 개개인으로도 다른 병원이 아닌 같은 삼성의료원에서 다양한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대장암의 거물급이 옮겨가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앞서 폐암에서의 김관민 교수에 이어 유독 실적이 좋은 암 분야에서 교수가 빠져나가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다른 교수는 “조직이 거대해지다 보니 교수 개개인이 원하는 역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며 “한편으론 이번 일로 병원이 긴장해야 하는 측면도 있으며, 삼성서울병원도 강북병원처럼 여러가지 특단의 전략들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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