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진료비 청구·심사·지급 연계하는 급여관리" 방안모색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진료비 청구", "현지조사권", "가격결정권"을 자신들에게 이관하라고 요구하고 나서 업무 영역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올해 초 건보공단은 한국조세연구원 및 재정학회 관계자와 쇄신위원회를 구성, 수차례 연구를 통해 "진료비 청구·심사 등 심평원의 업무는 인력과 행정 낭비를 초래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최근에는 "보험자(공단)와 가입자 위주로 재정을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한 "급여결정 구조 및 진료비 청구·심사·지급체계 합리화 방안"을 내놨다.

공단은 현재 전문심사가 필요 없는 청구 건까지 심사기관인 심평원을 거치면서 진료비 지급 기간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도 전체 심사청구 명세서 12조2955억9000건 중 심사자에게 배당된 1조297억1000건을 제외한 나머지 91%는 전산심사만으로 심사가 종결됐다.

더불어 진료내역은 심평원을 거쳐 3~4개월이 경과한 후에나 받아 볼 수 있어, 급여 사후관리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써 부당수급 등 재정 누수가 발생하게 된다. 사전확인 처리에도 심평원이 가로막고 있어 어려움이 따르기는 마찬가지다.

공단 쇄신위 관계자는 "청구접수, 심사, 지급 기능을 보험자인 공단이 수행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독일, 일본, 대만 등 공보험제도를 채택하는 국가들의 가장 보편적 관리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사 및 지급의 일원화를 통해 재정절감과 업무의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만약 급여청구내역 중에서 수술 등 전문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면 전문기관으로 위탁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된다"며 "이러한 개편을 통해 심평원은 소수의 정밀심사에 집중하게 돼 중립적 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지조사는 물론 가격결정도 우리 업무로 이관해달라"

쇄신위는 심사권한에 이어 현지조사 권한과 가격결정에 대해서도 업무를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보고서에는 "요양기관에 비용을 지급하면서 수급자가 급여를 적정하게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보험자가 수행할 본연의 책무지만, 독자적인 현지조사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 제83조에 따르면 심평원과 공단 모두에게 요양기관으로부터 자료 요구권은 동일하게 부여됐지만, 자료에 대한 확인조사 권한은 심평원만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허위부당청구에 대해 현지조사 인력이 부족해 연간 조사할 수 있는 요양기관 수는 1%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허위부당청구를 하는 요양기관은 지난 2006년 624개에서 2010년 596개로, 허위부당금액은 2006년도 149억원에서 2010년도 197억원으로 모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쇄신위는 "공단에게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확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부적정 청구를 환수함으로써 재정누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신약에 대한 가격 결정마저도 심평원이 결정한 적정 급여가격 이하 수준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행위, 치료재료, 약품의 급여여부, 가격결정,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험급여 원리에 맞도록 보험급여 결정을 재정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제도 운영 집행자의 역할과 기능의 일치를 이뤄야 함"을 강력히 촉구했는데, 이는 건보사업의 집행주체로서 포괄적인 역할과 책임을 보유해 가입자의 권익보호의 역할을 강화하고 ▲복지부는 관리자 역할 ▲심평원은 전문성을 기반으로한 심사·평가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한편 공단 한문덕 급여상임이사가 이끈 쇄신위는 공단 보험급여실 및 급여관리실의 차장급 이상의 간사들을 비롯해 관련 전문가들로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합리화 방안에 대한 회의와 운영계획 보고, 전문가 세미나 등의 26차례의 물밑 작업을 진행했으며, 도출된 내용을 토대로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이라는 활동보고서를 제작, 최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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