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면에 "사이버나이프"에 관련된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원자력병원 홍보실에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병원 홍보담당자는 조만간 기자 간담회를 통해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연락을 줬고 그리고 나서 간담회 이후 자료를 받아 지난달 13일 이에 대한기사를 썼다.

그런데 의학전문지인 메디칼업저버에선 이미 당시 1주 전에 1면 톱에 소개된 것을 우연히 알게됐다.

개인적으로 먼저 취재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이렇게 전문지에서 먼저 자세히 취재된 것에 대해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전문지가 먼저 보도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의료계 소식은 전문지가 일간지보다는 앞선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입증한 셈이다.

그만큼 전문지 기자가 일간지 기자보다는 의사나 병원관계자와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것이다.


전문분야 접근성 전문지가 유리

메디칼업저버가 2001년 1월에 창간됐기 때문에 내가 서울대병원에 2000년 3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인턴으로 있을 당시 2개월 동안 독자로 있었다.

그러다가 2001년 3월에 동아일보사로 옮기게 됐다.

당시엔 주로 전문의나 일반의를 대상으로 하는 "지상연수강좌" 등 의학 전문내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후 의학전문기자가 된 뒤로는 각 전문지의 톱은 어떤 내용이 실렸는 지 기획기사로는 어떤 내용이 실렸는 지가 제일 관심거리이며 유심히 보고있다.

이는 일간지 기자로서 일반 독자들에게 알려줄 기사내용을 발굴하기위해 전문지 기사 내용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간혹 일간지의 특종이 나중에 알고 보면 전문지에 먼저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취재한 경우도 있다.

올 2월에 서울대 의대 수석졸업생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게된 것을 보도한 것은 우연히 전문지를 보다가 박스기사로 실린 것을 보충 취재해서 나온 결과였다.


홍보기사·보도자료 한계 못벗어

현재 전문지는 십여 종에 이를 만큼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에 가면 무가지로 널려있는 전문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각 전문지마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비교적 기존 틀을 벗어난 전문지도 눈에 띄지만 결국 한 전문지를 통독하면 나머지 전문지는 대략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게 된다.

즉 전문지 나름의 특성에 맞는 기획기사가 적다는 것이고 대부분 각 의료기관의 홍보성 기사나 보도자료의 한계를 못 벗어난다는 점이다.

어떤 전문지는 지면을 메우기 위해 이미 상당한 기간이 지난 뉴스를 쓴 경우도 눈에 띄였다.

이는 해당 전문지의 열독률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요즘은 인터넷 등으로 실시간 내용을 보도하는 데일리 팜이나 데일리메디 같은 전문지도 생겨 이젠 어떤 뉴스가 최신인지 관심있는 독자들은 쉽게 아는 시대가 됐다.


검증 거친 기사 가장 중요

예전에 미국신문인협회에서 21세기 고급신문이 가져야 할 원칙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고급신문은 △유용한 정보의 선별을 좌우하는 편집자의 판단력 △다양한 관점에 대한 균형잡힌 보도 △사실의 검증을 기초로 한 정확한 보도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신문의 역량 △독자들의 다양한 관심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서의 역량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간지뿐만 아니라 전문지도 어느정도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사실의 검증을 기초로 한 정확한 보도와 독자들의 다양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보건복지부 기자실을 출입하면서 다양한 의료관련 협회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다들 취재원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주의깊게 듣는다.

의료계가 힘들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문제는 왜 힘든지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비판의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기사는 비판속에 들어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힘이 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지나침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전문지의 경우 사실은 전혀 없으면서 비판만 있는 기사를 가끔 본다.

이는 신문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철저히 사실에 근거하지 않으면기사로서의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의료계 나아갈 방향 제시해야

또 전문지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은 현재 의료계가 당면한 문제들을 단순히 보도 중심으로 기사화 하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신문의 일차적인 기능을 넘어 의료계가 나갈 방향과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전문지가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문제라든지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라운드협상(WTO DDA) 관련 의료 서비스 개방 양허안 제출이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특집 기획으로 다루거나 어떤 방향제시를 한 전문지를 아직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을 더한다.

연명치료 중단은 의료계에서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온 경우로 언론에서는 이같은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의료관련 전문지가 이슈화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기가 힘들다.

결국 대한의학회가 중심이 돼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새로운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고언론이 어느정도 이슈화했고 이는 정부로 하여금 관심을 가지게 했다.

또 WTO DDA는 현재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보건관련 8개 협회가 관련된 것으로 의료계에서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의사는 이와 관련된 용어인 양허안이 무엇인지, 다자간 협상이 무엇인지, 일괄 타결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더구나 이번달 30일 양허안(시장 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특정 WTO 회원국에게 제출하는 안)이 WTO 사무국에 제출되면 내년 3월달 까지는 제출된 양허안을 가지고 양국간의 접촉이 벌어지며 3월 이후로는 본격적인 다자간 협상이 들어가게 된다.

이는 2005년 1월 1일까지 협상이 진행되며 그 협상 결과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관련된 심층적인 취재도 전문지가 충분히 다룰 만한 주제라고 생각된다.

이 같은 사안은 의료용어 보다는 경제적인 용어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쉽게 풀어쓰는 기사를 써야만 많은 의사가 공감을 가지며 기사를 읽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 마인드 바꿀 고급 기사 기대

의료계는 그 동안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모습에서 의약분업 파업 등을 통해 많이 변해왔다.

전문지도 이러한 의사들의 변화된 마인드를 충족시킬 기사가 요구되고 있다.

각 기관의 홍보나 인사동정 행사 내용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로 의사들이 무엇을 가장 궁금해 하는지 또 의사들이 스스로 자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사를 과감하게 써 의사들의 경도된 마인드를 바꾸어 줄 그러한 고급 기사들이 전문지에서 나왔으면 한다.

메디칼업저버는 100회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들이 보는 전문지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국내 보건의료 전문지 최초의 한국 ABC협회 부수인증매체로 투명경영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매회 1면에 실리는 기획기사는 단순한 보도자료가 아니라 심층 취재한 것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메디칼업저버가 보건언론을 담당하는 중추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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