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신화의 교훈-

"옛일을 헤아려 지금을 돌아보라…" 라는 의미의 "察之古 視之往"이라는 말은 "溫故而知新"과 같은 맥락의 뜻이다.

그것은 옛날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말고 새롭게 태어나야함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지금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옛날에 잘못했던 역사를 신통하게도 답습하고 반복해 가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되는 일이다.

정치가 그렇고, 사회가 그렇고, 문화가 그렇다. 특히 부패의 역사는 신통하게도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권력형비리는 이름만 바꾼 옛역사의 복사판이다.

이러한 때에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무얼까? 언론의 본령은 새로움의 추구이다.

그 새로움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홍두깨가 아니고 옛것에서 추출하고 배태되는 싹이요 봉오리이다.

언론은 그것을 창출하고 키우는 역할을 자임하는 전령사이다. 메디칼업저버가 벌써 지령 100호를 맞이 하였다. 그들이 이 어려운 의료환경에 뛰어들어 정론을 표방하며 “옛일을 헤아려 지금을 돌아보는” 「찰지고 시지왕」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음은 가상하고 마음 든든한 일이다.

월드컵 4강신화의 위업을 달성한 감격이 새로운 에너지로 승화하여 내일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가야 하는 이 시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은 그 모든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돌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감추어져 있는 잠재 능력이 탁월한 한 지도자의 식견에의하여 끄집어 내어져서 그런 폭발적인 힘으로 응집되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었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다.

답답한 지금의 의료환경을 타파할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일도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왕에 가지고 있는 한 진리를 한곳에 모으고 버릴것은 과감히 버리고 취할 것은 다시 취하는 용기를 가지고 다시 시작할 때에 새로움의길은 열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옛일을 헤아려 지금의 시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면 이른바 "히딩크 신드롬"에서 보여준 바대로 리더형 지도자가 세상을 확 바꿨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권위주의, 보스형의 관료적 사고가 얼마나 경직되고 답보주의적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가 하는 일은 우리가 너무나도 여러번 경험한 바다.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같은 매니저형 지도자는 16강의 한계에서 주저앉고 말게 된다는 사실도 아울러 보게 되었다.

"히딩크 신드롬"은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고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비젼을 제시하면서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 내었을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 또 배우게 되었다.

축구 약소국인 한국 축구대표팀을 불과 1년 반만에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강팀으로 조련한 히딩크의 리더쉽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지도자들이 어떤 능력을 지녀야 할 것인가를 보여준 교훈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그가 대표팀에서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은 기초에 충실하라는 평범한 진리였다.

그 기초가 허약한 채로 우리는 선진국의 흉내를 낸다고 전혀 준비도 없이 의약분업을 조기에 그것도 일시에 실시했었다.

그 결과 오늘날 국력의 낭비와 민심의 이반이라는 엄청난 비극이 초래되었다.

지도자의 한때의 잘못된 판단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는가 하는 산 역사를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히딩크 지도력의 또 하나의 관점은 큰 것을 위하여 작은 것을 과감히 버리는 용기와 결단이다.

그가 선택하였던 선수와 작전을 계속적인 점검을 통하여 끊임없이 수정해 나갔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의료현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점검하였으면 과감하게 수정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건만 한번 시행한 일은 그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또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것도 외면한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작금의 관료들은 히딩크에게서 그 점을 배워와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교훈을 몸으로 보여준 히딩크의 운신도 배워야 할 리더쉽의 항목 중 하나이다.

상태에 따라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무쌍한 용병술로 대처하는 능력으로 세계 최강의 하나인 이탈리아팀을 격파했다.

우리의 의료환경과 현실이 암울할 때 유연한 사고와 의식의 변화로 이를 헤쳐나갈 관료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히딩크의 리더쉽에서 우리의 의료현실을 바로잡는 키를 발견할 수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는 목소리의 크기나 독선에서 오지 않는다.

정확한 목표의 설정과 이를 성취하기 위한 확고한 신념에서 온다.

우리는 히딩크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다. 한 탁월한 지도자가 그 어떤 정치가가 한세기 동안에 애써도 이루지 못한 큰 일을 이루었다. 우리는 그 역동적인 현장에서 감동으로 체험하였다.

히딩크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한국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도로 이끌어 낸 조직관리 능력에서 비롯된다. 지연, 학연, 정실, 지명도, 권위의 벽을 넘어서 오로지 실력위주로 선수를 선발하고 그들을 쉼없이 담금질 함으로써 목표에 이르게하였다.

히딩크의 이러한 리더쉽은 그만의 비술은 아니었다.

세계일류기업의 경영자들에겐 이미 상식으로 되어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세계의 상식이 그동안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하여 비로서 "글로벌 스탠다드"의 힘을 생생한 감격으로 보여준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동안 그만큼 의식적으로는 세계에 뒤처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잠재능력은 그대로 사장되고 진부한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의 그늘아래서옛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면서 살아 왔던 것이다.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하여 잊고 있었던 우리의 참모습을 보았다.

이제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방면에서 새로움의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잘못된 정책이나 역사의 오점을 그대로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용납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잘못된 우리의 의료현실을 바로잡을 때가 되었다. 위정자는 히딩크에게서 배워야 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언론도 그에게서 기초와 원칙을 중시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100호의 지령을 맞이한 메디칼업저버에게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에 대하여 감사하고 더욱 분발하여 이 삭막한 의료현실을 바로잡는 목탁이 되고 방향타가 되어주기를 간절히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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