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12주년 기념, 의료심사평가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 개최

"이름에 맞지 않게 심사에만 집중할 뿐 평가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기관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파트너쉽을 가져야 한다"

심평원의 12주년에 대한 평가는 날카로웠다. 심평원이 DB를 모으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양질의 자료를 확보해 공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에 대부분 패널들이 동의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12년간의 심평원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마련하고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서울대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심평원은 현재 뛰어난 심사시스템과 보건의료 전문인력의 확충으로 바른 심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심사사례 및 정보가 상당히 축적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효율적인 정보 활용과 신뢰도 면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 평가부분에 대해서는 "병원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 공개를 확대하면서 경제적이고 임상적인 효과를 얻었지만, 결과에 대한 기관단위의 종합화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가차등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반감, 정부기관·지자체 등 네트워크 미흡, 자원관리에 대한 교육·홍보 부족 등을 꼬집기도 했다.

뜨거운 감자인 포괄수가제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제도 확대의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보장성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심평원의 실무적인 지원과 기초 연구 등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평가의 미래를 내다본 김 윤 교수는 "앞으로 심평원은 가치중심으로 심사·평가를 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선택이 더 폭넓어지게끔 국민의 입장에서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의료관의 질과 가격 공개에 적극성을 띠고, 병원 간 진료정보 교류서비스 제공 및 세컨드 오피니언(2nd Opinion) 도입에 힘을 실었다.

또 "현재 심평원은 지나치게 지엽적인 부분의 "심사"를 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라며 "앞으로는 평가에 힘을 실어 푼돈 관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목돈을 허술하게 운용하는 것을 방지하라"고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를 보듬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 것도 제언했다.

자화자찬은 금물, 앞으로 12년 위해 "평가"에 집중하라

심평원이 현재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는 모든 패널들이 동의했다.

더불어 김진현 교수의 심평원 현재의 평가가 지나치게 자화자찬이 일색했다는 데도 대부분 수긍, 이에 대해 치부도 드러낼 줄 알아야 발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대 허윤정 교수는 "심평원이 보유한 그 방대한 자료들은 자료가 아니"라며 "총량이 많지만 활용가능한 퀄리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향후 심평원은 증거수집 단계부터 새롭게 짜는 게 필요하다"며 "자료를 모으는 데만 집중하지말고 이를 국민들과 소통하고 공감, 공유하는 가치있는 자료로 만들어 정책 보완에 힘을 실을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도 동의하며, "미래에 대해 건설하는 자리라면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드러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다"며 "미래방향을 제시할 때도 상당히 추상적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DRG에 대해 심평원의 준비 미흡성을 크게 지적하면서, "10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의료계나 환자 등의 반발이 상당했고 여전히 논란 중"이라며 "만약 이를 착실히 준비해왔다면 제도화함에 있어 화합적으로 갈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수동적인 심평원의 자세도 비판했다. 그는 "전문가 집단임에도 외부의 판단에 지나치게 휩쓸려 간다"며 "세세한 것에 집중하다보면 큰 것을 놓친다는 사실을 명심하며 재량적인 판단에 맞춰 좀 더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 공단 등과 대립 각을 그만 세우고 협력하면서 국민건강과 보험재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패널로 민주통합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 새누리당 이영찬 수석전문위원을 포함해 차의과학대 지영건 교수, 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 제약협회 갈원일 전무이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논의를 벌였으며, 좌장은 서울아산병원의 이정신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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