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숨은 IT기술

1.태블릿 모니터 2.원격화상회의 3.베스트보드 4.모바일 차트

앞서가는 의료IT 기술을 표방하는 대표 병원으로 흔히 분당서울대병원이 꼽힌다. 병원에서 직접 차세대 EMR을 개발 중에 있으며, 얼마 전에는 환자협진이 가능한 시스템인 "베스트보드"를 개발해 벤치마킹을 위한 다른 병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베스트보드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봤다.


모든 병동 55인치 터치모니터 설치

분당서울대병원에는 응급실, 중환자실을 포함한 모든 병동에 55인치 대형 터치 모니터인 "베스트보드(Bundang Excellent Smart Touch BOARD)"가 설치돼있다. 그렇다고 그저 단순한 모니터가 아니다. 해당 병동 모든 환자의 현황이 한 화면에 펼쳐지는 모니터다. 바이탈 사인(활력 징후), 섭취량, 배설량 및 검사 결과 등 주요 진료 정보는 물론, 진단, 분석에 대한 빠른 정보파악이 가능하다.

주치의가 신분증을 태그하면 자신의 환자들은 다른 색깔로 표시돼 회진에도 유용하다. 한명 한명 클릭하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퇴원예정, 입원예정 환자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응급환자 상태 파악도 가능하다. 화면을 읽는 방법도 쉽다. 화면을 터치하거나 마우스를 클릭하면 된다. 3초 안에 바로바로 뜨는 빠른 로딩속도도 자랑이다. PACS 영상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시스템 안에 컴퓨터를 별도 설치해 용량으로 인해 속도가 떨어지지 않게 했다.

베스트보드 시스템에서 가장 유용한 것은 환자 협진이다. 환자 진료를 위해 꼭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 화면에 집대성했기 때문에 환자 중심의 "팀 진료" 체제인 다학제 협력진료 시대를 열었다는 것. 빈번한 클릭을 통해 확인해야 했던 검사결과, 오더조회, 타과 회신 등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자신의 환자 뿐만 아니라 타과의뢰도 신경써야 했던 의료진들이 정보의 누락없이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다.

분당서울대병원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그동안 협진하기 위해 전공의들이 일일이 환자 상태와 PACS 영상을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회의를 하거나, 급한 협진은 작은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며 진행했다"며 "이젠 베스트보드를 이용해 각 과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당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협진이 원활해지자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를 위한 생생한 교육에도 힘을 보탰다.

또한 유용한 점은 환자를 위한 상세한 설명이다. 베스트보드 앞에 환자와 보호자, 주치의가 마주 앉아 환자 정보를 상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다. 황 센터장은 "단순히 병동에서 환자에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함께 눈으로 보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이해가 쉽다"며 "그만큼 환자 상태와 치료 경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다 보니 환자 상태가 나빠질 때 늘어나는 불평불만이 줄어드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들 역시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를 앉혀 놓고 대형 모니터를 터치하며 수치와 함께 검사결과를 조목조목 알려주고, 수술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됐다"며 "막연한 불안감이 많이 사라지고 나와 가족이 병원에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베스트보드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스마트병원"의 일환이다. 황 센터장은 "모바일 등이 발전하면서 크기가 작아지고 휴대가 간편하고 활용공간을 줄이는 것이 스마트병원으로 인식돼 왔다"며 "오히려 큰 화면에 의료진과 환자들이 한데 모일 수 있다는 장점이 곧 스마트병원"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다. 전체 시스템을 가동해도 3% 정도의 용량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최신 네트워크망으로는 눈에 띄는 변화를 주지 않을 정도다. 물론 회진시간이 늘어나서 그만큼 설명하는 시간이 늘어난 부분은 있다. 그러나 환자를 위해선 꼭 필요한 시스템이 되고 있다. 3개월 가량 로그분석 결과, 18만건 이용한 것이 확인됐다. 전체 입원 환자의 3분의 2 가량 도움을 준 셈이다.

벌써 주요 대형병원들의 방문이 속속 이어져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등을 시작으로 다른 병원에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다. 지식경제부 장관 등도 다녀가면서 앞선 기술의 확산을 예상했다. 지금도 매주 끊임없이 불편사항 개선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실천하고 있다.

의료정보센터 이기혁 교수는 "그동안 교수진 28명, 간호사 15명 등 전체 100명에 이르는 TF 구성원들이 6개월동안 매진해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개발했다"며 "베스트보드에 이어 내년초 선보일 차세대EMR 역시 놀랄만한 시스템을 보여줄 것이며, 앞선 개발로 인해 다른 병원들도 쉽게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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