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병원 미래 먹거리는?
1. 연구중심병원

2. 산업화
3. 국제화
4. 기부
5. 전문가 제언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수가 절감 정책으로 병원은 숨통트일 날이 없다. 진료와 검진 수익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다달았으며, 병상수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병원의 미래를 먹여 살릴만한, "다음 먹거리"는 과연 무엇일까. 창간 11주년을 맞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


최고의 병원 비결은 바로 '연구'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이 22년 연속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선정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연구"에 있다.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미국 내 4825개 병원을 대상으로 환자의 사망률과 치료 건수, 고난도 수술·처치의 전문성, 의사들의 평가 등을 종합해 평점을 매긴 결과 존스홉킨스 병원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는 1990년 미국내 병원들의 순위를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이비인후과와 신경과 및 신경외과, 정신과, 류마티스, 비뇨기과에서는 최고의 점수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중 연구 강화는 존스홉킨스만의 강점이다. 진료는 20%지만, 연구에는 무려 80%에 이르는 비중을 두고 있다. 연구성과가 나지 않으면 스탭 재임용을 하지 않으며, 연구성과가 곧 실적이 된다. 미국 국립보건원도 1991년 이래 가장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는 병원이다.

그 결과, 현재 세계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리고 있으며, 중증, 난치성 환자의 마지막 병원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에 존스홉킨스 모델이 눈에 들어온 건 불과 1~2년 전, "연구중심병원"이 화두에 오르면서부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공포, 연구중심병원의 자격요건을 발표했다. 연구중심병원에는 2013년부터 9년간 총 2조 4000억원(민간부담 60% 포함)이 투자된다.

공포된 개정령에 따르면, 연구조직은 연구 관리를 위한 독립적인 행정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연구인력 성과가 형평성 있게 반영될 수 있는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연구비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계정과 회계기준을 갖춰야 한다. 또 연구관리 전담조직을 둬야 하고, 생명자원은행과 임상시험센터 등의 별도 기구와 시설을 갖춰야 한다. 진료 성과는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인프라를 갖춰 연구에 집중하는 병원을 선정하게 된다.

정확한 선정기준 없어 혼선...정부 정책에 관심 기울여야

이에 대해 각 병원들은 연구중심병원의 시동을 걸었다. 이미 지난해 Big5 등 대학병원들이 별도 연구부서 신설과 연구부원장 직제 개편 등을 발표했다. 다른 병원들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연구중심병원에 걸고 있다. 우선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지원금부터 받고 보자는 의지다. 존스홉킨스병원 모델을 꿈꾸면서도 진료수익을 감소하면서까지 연구를 강화하긴 어려웠던 탓이다.

이화의료원은 이화융합의학연구원을 개소, 2015년까지 200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 연구중심병원 지정을 위한 노력에 나설 방침이다. 분당차병원은 연구중심병원으로의 다짐과 함께 "세계 최고의 줄기세포 전문 병원으로서의 힘찬 도약"을 선언했다. 또한 고대안암병원은 향후 10년내 건립을 목표로 의학관에 첨단라이프케어센터를 신축한다. 연구와 진료, 교육이 유기적으로 긴밀히 연결되는 진료시스템으로 구현, 10년 뒤를 내다보는 연구중심 의료기관을 실현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아직도 연구중심병원의 정확한 선정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기준도 계속 바뀌면서 확 띄워진 열기가 조금은 주춤한 모양새도 보이고 있지만, 낙오될 수 없다는 입장이 많다. 이에 대해 A대학병원 연구부원장은 "아무래도 초기 시행할 때 지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을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또한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분위기를 독려하고, 연구실적을 별도 성과로 반영하는 방법 등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B대학병원 보직자도 "연구중심병원이 대규모 금액처럼 보이지만, 자칫 다수의 병원이 또 다시 연구비 나눠먹는 정도에 그칠지 모른다"며 "이를 막기 위해 병원들도 제대로 된 연구 강화 방향으로 가야만 중증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시행하는 병원의 경쟁력이 따라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집]병원 미래 먹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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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개발한 기술 기업에 이전하기도
세계적 상품 발굴 위해 인력·조직부터 구성해야


의료산업화의 가능성은 크게 제약과 의료기기로 나눌 수 있다. 올해들어 굵직한 이슈가 생겨나면서 더욱 무게감이 실리는 모습이다. 우선 병원 자체 개발로 기술이전을 실현한 몇 가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줄기세포 체내이동 유도기술을 피부세포치료제 전문기업 테고사이언스에 기술이전 하면서 46억원에 달하는 고정기술료와 일정비율의 경상기술료를 지급받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혈관누수차단제" 후보 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한독약품과 체결, 약 60억원의 선급기술료와 일정 비율의 경상기술료를 받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팀과 메디포스트는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품목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획득했다. 하 교수의 제안으로 2001년 당시 산업자원부의 부품소재기술 개발사업 연구비 30억원으로 개발됐다. 업체는 제품을 판매하고, 여러 병원에서 시술을 진행하면서 공동의 이득을 꾀하고 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동규 교수팀은 녹십자와 함께 개발한 세계 두 번째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를 허가받았다.

국내에서 약 7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연간 300억원 정도의 약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 산업의 또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을 임상기지로 삼고 있는 것도 산업화의 기회다. 한국노바티스는 서울대병원에서 개발 중인 C형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양인과 중국인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C형 간염치료제 후보 물질에 대한 초기 임상연구에 참여할 피험자등록이 이뤄질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진료를 빨리 많이 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있지만, 전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대규모 진료를 하는 경우가 없다"며 "짧은 시간내에 다수의 임상시험이 가능하며 특히 동양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다른 나라보다 더 선호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기에서는 국산 시술로봇 개발의 가능성이 열렸다. 서울아산병원이 지식경제부 산업융합원천 기술개발 사업 주관으로 선정, 10여개의 산학연 기관들과 공동으로 중재시술로봇 개발에 나선 것.

이는 다양한 의료로봇 분야 중에서도 복부 및 흉부의 1 cm급의 작은 병소를 검사, 치료하는 "바늘 삽입형" 영상중재시술 로봇이다. 바늘 삽입형 중재시술은 여러 굵기의 바늘을 사용해 병소 부위를 시술하는 것으로, 시술시간을 줄이면서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등 더욱 안전하고 신속한 치료를 위해 개발된다.

바이오나노융합학회장인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김대식 교수도 산업화에 대한 구분을 크게 제약과 의료기기로 나누면서 합성의약품, 약물전달 사업 등의 제약산업과 초음파, CT, MRI 등의 영상진단기기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바이오장기, 인공장기 등 여러 가지 융합기술을 통해서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먹거리 산업이라면 단기, 중기 안에서 순이익을 내고 국민을 먹여 살릴만한 안목이 필요하다"며 "GE 등 해외 유수의 대기업 움직임을 읽다보면 트렌드가 읽히며, 기업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산업군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신약개발과 같은 개발기간이 길고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부분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며 "다만 기존의 의료기기를 더 싼값에 잘 만들거나 융합기술을 덧붙여 스마트화, 지능화로 개발한다면 이것이 고유의 강점이자 산업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CT같은 기기를 더 값싸고 더 간편하게 만들면 그것이 대박이 된다는 것. 그러나 단순히 연구개발에 그쳐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상용화에 이어 다각도의 마케팅이 고려돼야 한다.

그는 "기술, 마케팅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야 처음부터 제대로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지엽적인 연구과제가 아닌, 상용화에 성공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한 대기업은 경우 의사 200명, 박사 500명, 마케팅 100명 등이 대규모로 움직여 5년 뒤에 유망산업을 지금부터 면밀히 분석,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병원의 의사 인력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열악한 실정이다.

김 교수는 "우선적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눈을 가진 인력과 조직 구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기획, 디자인, 마케팅을 고려한 전주기에 필요한 전략을 수립 한 다음 산업화 성공 가능성에 도전할 것"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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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이미 포화...세계로 눈 돌리는 병원 늘어
의료시장 개방하고 과도한 규제 풀어야
외국인 환자 진료, 병원 전체 노력 필요


"이제 국내 시장은 포화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국제화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중반 해외진출 논의부터 시작됐다. 그러다 상당수 돈만 들고 나갔다 망한다는 인식으로 다소 주춤했다. 이후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4년 전부터 다시 부각됐다.

실제 수치상으로 외국인 환자가 다소 늘었다. 보건산업진흥원 집계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전체 외국인 환자는 12만2297명으로 2010년 8만1789명 대비 4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태국, 싱가포르의 70~200만명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으로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병원들은 외국인 환자 유치만이 아닌 현지 진출로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서울대병원은 LA에 이어 뉴욕에 사무소를 개소했고, 건국대병원도 LA에 서울사무소를 개소했다. 대전선병원은 몽골에 사무소를 개소해 현지에서의 간단한 진료를 통해 환자 유입을 꾀하고 나섰다.

병원 수출의 기회도 노리게 됐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월 중국 이싱시에 "이싱 세브란스 VIP 검진센터" 합작경영 계약을 체결했다. 의료시스템 노하우를 토대로 설립과 운영 자문을 제공하며, "세브란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운영할 예정이다. 운영에 관한 자문과 브랜드 제공, 필수 운영 인력 파견의 대가로 5년 동안 총 500만달러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고부가가치 수익으로 연결되면서 다른 병원들로부터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러시아에 병원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한 A병원은 사업제안에 섣불리 수락했다 50대 50의 투자 원칙에 답보상태에 빠졌다. B병원은 중국 현지 관계자의 한 마디를 그대로 믿고 병원 수출을 발표했으나, 사인으로 이어지지 않아 사업 중단이라는 결과를 맞게 됐다. C병원은 러시아 병원 수출 최종 입찰 과정에서 대기업 컨소시엄에 무참히 패배했다.

이처럼 현지화 준비 부족과 경험 부족에 의한 시행착오가 많은 만큼, 교류를 늘려 나가고 인력의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것부터 차근히 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C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의료 시장을 열지 않으면서 해외시장에 개방을 원하는 것은 이중적인 잣대"라며 "병원이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 지나치게 폐쇄적인 의료시장부터 열고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싱가포르병원에는 코리아클리닉이 있지만 몇달 째 한국의사가 공석이다. 한국의사의 면허를 인정해주고 현지인들도 한국의사를 선호하지만 찾을 수 없다. 한국의사들이 원하는 영리병원이자 중상층만이 이용하는 병원이지만, 수입에서 한국과 차이가 없어 별로 인기가 없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국제화 실무자들은 "한국이 아닌 무조건 더 넓은 시장, 해외 무대로 나가야 한다는 비전을 의대 교육 시절부터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장벽도 많다. 태국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 관한 한 민간영리병원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모든 규제를 열어뒀다. 싱가포르는 정부 내에 의료마케팅 부서를 두고, 여권수속, 체류기간 연장까지 처리해주도록 했다.

대만, 일본 등의 적극적인 자세도 우리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병원 내부적으로도 아직 해야 할 과제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소장인 이상철 교수(심장혈관내과)는 국제화에 대한 "마인드 셋업"이 병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잘하고 있다는 삼성서울병원의 국제화 마인드 점수는 아직도 절반 정도에 머물러있다.

이 교수는 "러시아, 몽골 등에 물꼬가 트이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국제화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올해 하반기 중 블라디보스톡과 원격의료상담을 진행하고, 몽골의사들의 연수가 이어지고 있는 등 여러가지 활동으로 더 큰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 준비없이 환자를 받으면 결국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게 된다. 한 명의 불만족은 엄청난 국부 유출이 되는 과정인 만큼, 각자 국제화를 위한 마인드를 갖추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서비스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기술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만큼, 병원과 내부 구성원 전체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외국인 환자에 대해 언제든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경쟁력은 따라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양대 국제병원 김대희 행정팀장도 "국제화 업무를 추진하는 실무자 몇 사람에게만 일을 맡겨선 안 되며, 병원 전체가 미래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움직여야 한다"며 "앞으로 중동 등의 새로운 시장에서 해외진출과 병행해 진정한 전세계의 스타병원이 한 군데 정도는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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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돕고·위상 높이고…"기부금도 경쟁력"
외국병원들 예산 10~30% 기부금으로 구성


"MD앤더슨의 기부금은 연평균 4600억원, 존스홉킨스 4200억원, 메이요클리닉도 4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들 병원들의 예산 10~30%는 기부금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기부문화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병원들도 발전기금후원회, 기금모금사업부 등의 조직을 별도로 구성해가며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굵직굵직한 기부금 기증 발표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후학 양성을 위해 평생을 매진했던 퇴직교장 이순길 씨가 지난달 작고하며, 전 재산 5억원을 의학연구발전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기증했다. 50여 년 간 고인의 건강을 돌봐준 병원과의 오랜 인연으로 2005년에 일부, 최근 남은 재산을 모두 기부한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탤런트 차인표 씨와 공동으로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기부 전달식을 진행했다. 차인표 씨가 삼성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인 KODEX의 모델로 섭외되면서 이뤄진 것으로 삼성운용과 차 씨는 일시로 기부금 1억원을 공동 기부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추가로 3억원 규모의 기부 펀드를 KODEX 모델포트폴리오로 6개월 간 운용, 12월에 운용 수익금 전액을 추가로 기부할 예정이다.

방송인 강호동씨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예정지 인근에 구입한 20억원 상당의 땅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 환우를 돕기 위해 기부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처럼 선교 목적으로 태어난 병원은 기부 문화가 다소 활성화돼 있다. "조선에는 현대식 병원이 꼭 필요하다"는 선교사 올리버 에비슨의 강연을 들은 루이스 세브란스씨(L.H. Severance)가 선뜻 1만 달러를 쾌척해 병원이 세워진 것. 세브란스병원이 2011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동안 모금한 결과, 약 74억 8000만원이 모였다.

이는 암 전문병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등을 위한 건축 및 발전기부금 49억821만 7389원, 장학기부금 4억3086만206, 사회사업후원(호스피스포함) 9억283만9625, 의료선교후원 3억7501만8994, 연구기부금 7억4102만2438, 현물 및 기타 1억2244만7469 등의 예산으로 세우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보다 적다. 2011년 운영비 5053억원 중 기부금은 57억원으로 전체 운영비의 1.1% 수준이다. 병원 관계자는 "스탠포드의대의 모금담당 직원은 300명에 이르고 있지만, 서울대병원 발전후원팀은 고작 5명 뿐이며, 전체 기부의 절반은 직원"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액의 기부의 경우 병원장이 직접 만나고 움직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나마 기부도 일부 대형병원에 몰리고 있다. A병원의 경우 올해 상반기 모금액이 1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방병원은 더욱 심하다. B병원은 종교 병원이라도 2억원이 고작이었다.

이에 대해 A병원장은 "우리나라는 기부 문화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 있는 상태에서 기부도 Big5에만 몰리고 있다"며 "결국 그들은 기부를 재투자 수단으로 삼고, 시설과 병상 확충을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가면서 더욱 격차가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B병원 관계자도 "지방병원의 한계로 인해 결국 최후의 치료를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를 잘해 기부로 이어지게 하더라도, 환자를 빼앗기는 만큼 기부도 따라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병원들은 모금부서를 강화하고, 모금 활동을 늘리는 등의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경쟁력을 도모하고 있다. 기금모금을 위한 병원 연합회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기회는 사회공헌 이미지에 나서는 기업과의 연계다. NH농협생명은 지난 2006년 12월 전국 농촌지역을 순회하는 대규모 의료봉사를 통해 농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서울대병원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총 74억원을 지원했으며, 서울대병원도 총 170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50회가 넘는 걸친 농촌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병원에선 봉사를 하면서 별도 기부도 받은 셈이다.

청우개발은 최근 관계사들과 함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불우환자의 치료를 위해 기부금 3000만원을 쾌척했다. 임직원 연말 상여금 중 10%를 기부한 것으로, 3년째 선행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의료원 대외협력팀 권영자 부팀장은 "대체로 동문이나 직원들에 기부 문화가 한정돼 있다"며 "다수를 대상으로 소액이라도 뜻깊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동시에 여러 기업에 사회공헌을 위한 공동제안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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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병원, 산업화, 국제화, 기부 등 4차례에 걸쳐 "병원의 다음 먹거리"를 알아봤다. 그동안 이미 하고 있는 활동을 한층 강화해 미래 경쟁력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당장 수반돼야 할 조건을 제시했다. 바로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와 병원에서 제대로 된 인력 구성에 나서자는 것이다.

"규제 완화가 최우선 과제"
-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


"병원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다름 아닌 규제에 발묶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병원은 입원, 외래를 통한 진료수익이 95%라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돼 있다. 수익을 다각화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제도적 진입장벽부터 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법인 투자를 할 수 없는 구조 등 규제로 인해 한계가 많다"며 "규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창조적인 사업 다각화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영리병원"이라는 단어에 묶여 정치적 영역으로 이어진다. 사회가 용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이데올로기적인 기로에 놓이는 첨예한 문제가 됐다.

이 실장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본은 2009년 의료특구로 지정됐다. 의료특구에서는 난치성, 고가의 영상장비, 장기이식, 유전자 치료 등이 가능하며, 건강보험 적용 예외지역이 된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 역시 경제특구에 의료를 지정하는 방법이 있다"며 "현재는 보이지 않는 허상에 불과한 영리병원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우려로 무리가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1990년대 아산, 삼성이 의료계에 진출하면서 병원계가 한번 큰 변화가 있었다"며 "이제 의료 4.0 시대를 맞이해 규제를 완화하고 각자의 경쟁력을 가다듬어 또 한 번의 모멘텀을 맞을 시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각각의 병원의 경쟁력에 대해 "대형병원은 연구중심병원과 장기이식의 강점을 내세울 것이며, 중소병원은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의 혼재 모델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개원가는 각자의 의원을 한데 연합한 이른바 멀티플 의원의 형태가 전문병원과 경쟁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대로된 인력·전략부터 세워라"
- 바이오나노융합학회 김대식 회장(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


병원의 경쟁력 창출은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제대로된 인력을 구성하고 치밀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나노융합회장인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김대식 교수는 "상용화, 산업화에 성공하려면 전략적인 기획능력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한 실행전략도 짜야한다"며 "지금처럼 병원에서 단순히 연구중심병원 수장 밑에 몇몇 교수들이 움직여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새로운 시장이 있으면 죽자살자 매달린다. 병원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지 않다 보니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 된다. 게다가 실패해도 면죄부가 되면 결국 잘 될리 없다.

우선 시장을 예측하는 안목을 가진 이들을 찾아야 한다.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서라도 운영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진료중심병원에서, 안일한 생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전략기획 집단을 만들어 이들을 통해 전체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외부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며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파트를 만들고 틈새시장을 찾아 단계별로 실행할 것"을 조언했다.

그가 미국에서 바이오산업 컨설턴트로 일할 당시, 텍사스 바이오산업단지 의료기기회사 성공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을 만나고 의사들을 만나고 회의를 거치고 전략을 짜는데만 무려 7개월이 걸렸다.

그는 "생각나는 대로, 기분내키는대로 정부 정책 연구비 정도로 어떻게 성공할지 고민하지 않고 간다면 발전이 없다"며 "진료와 연구, 산업화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며, 의료서비스와 별개의 방향으로 끌고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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