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미래 먹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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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문가 제언


병원서 개발한 기술 기업에 이전하기도
세계적 상품 발굴 위해 인력·조직부터 구성해야

의료산업화의 가능성은 크게 제약과 의료기기로 나눌 수 있다. 올해들어 굵직한 이슈가 생겨나면서 더욱 무게감이 실리는 모습이다. 우선 병원 자체 개발로 기술이전을 실현한 몇 가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줄기세포 체내이동 유도기술을 피부세포치료제 전문기업 테고사이언스에 기술이전 하면서 46억원에 달하는 고정기술료와 일정비율의 경상기술료를 지급받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혈관누수차단제" 후보 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한독약품과 체결, 약 60억원의 선급기술료와 일정 비율의 경상기술료를 받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팀과 메디포스트는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품목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획득했다. 하 교수의 제안으로 2001년 당시 산업자원부의 부품소재기술 개발사업 연구비 30억원으로 개발됐다. 업체는 제품을 판매하고, 여러 병원에서 시술을 진행하면서 공동의 이득을 꾀하고 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동규 교수팀은 녹십자와 함께 개발한 세계 두 번째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를 허가받았다.

국내에서 약 7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연간 300억원 정도의 약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 산업의 또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을 임상기지로 삼고 있는 것도 산업화의 기회다. 한국노바티스는 서울대병원에서 개발 중인 C형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양인과 중국인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C형 간염치료제 후보 물질에 대한 초기 임상연구에 참여할 피험자등록이 이뤄질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진료를 빨리 많이 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있지만, 전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대규모 진료를 하는 경우가 없다"며 "짧은 시간내에 다수의 임상시험이 가능하며 특히 동양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은 다른 나라보다 더 선호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기에서는 국산 시술로봇 개발의 가능성이 열렸다. 서울아산병원이 지식경제부 산업융합원천 기술개발 사업 주관으로 선정, 10여개의 산학연 기관들과 공동으로 중재시술로봇 개발에 나선 것.

이는 다양한 의료로봇 분야 중에서도 복부 및 흉부의 1 cm급의 작은 병소를 검사, 치료하는 "바늘 삽입형" 영상중재시술 로봇이다. 바늘 삽입형 중재시술은 여러 굵기의 바늘을 사용해 병소 부위를 시술하는 것으로, 시술시간을 줄이면서도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등 더욱 안전하고 신속한 치료를 위해 개발된다.

바이오나노융합학회장인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김대식 교수도 산업화에 대한 구분을 크게 제약과 의료기기로 나누면서 합성의약품, 약물전달 사업 등의 제약산업과 초음파, CT, MRI 등의 영상진단기기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바이오장기, 인공장기 등 여러 가지 융합기술을 통해서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먹거리 산업이라면 단기, 중기 안에서 순이익을 내고 국민을 먹여 살릴만한 안목이 필요하다"며 "GE 등 해외 유수의 대기업 움직임을 읽다보면 트렌드가 읽히며, 기업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산업군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신약개발과 같은 개발기간이 길고 천문학적인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부분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며 "다만 기존의 의료기기를 더 싼값에 잘 만들거나 융합기술을 덧붙여 스마트화, 지능화로 개발한다면 이것이 고유의 강점이자 산업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컨대 CT같은 기기를 더 값싸고 더 간편하게 만들면 그것이 대박이 된다는 것. 그러나 단순히 연구개발에 그쳐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상용화에 이어 다각도의 마케팅이 고려돼야 한다.

그는 "기술, 마케팅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야 처음부터 제대로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지엽적인 연구과제가 아닌, 상용화에 성공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한 대기업은 경우 의사 200명, 박사 500명, 마케팅 100명 등이 대규모로 움직여 5년 뒤에 유망산업을 지금부터 면밀히 분석,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병원의 의사 인력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열악한 실정이다.

김 교수는 "우선적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눈을 가진 인력과 조직 구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기획, 디자인, 마케팅을 고려한 전주기에 필요한 전략을 수립 한 다음 산업화 성공 가능성에 도전할 것"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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