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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돕고·위상 높이고…"기부금도 경쟁력"
외국병원들 예산 10~30% 기부금으로 구성

"MD앤더슨의 기부금은 연평균 4600억원, 존스홉킨스 4200억원, 메이요클리닉도 4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들 병원들의 예산 10~30%는 기부금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기부문화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병원들도 발전기금후원회, 기금모금사업부 등의 조직을 별도로 구성해가며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굵직굵직한 기부금 기증 발표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후학 양성을 위해 평생을 매진했던 퇴직교장 이순길 씨가 지난달 작고하며, 전 재산 5억원을 의학연구발전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기증했다. 50여 년 간 고인의 건강을 돌봐준 병원과의 오랜 인연으로 2005년에 일부, 최근 남은 재산을 모두 기부한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탤런트 차인표 씨와 공동으로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기부 전달식을 진행했다. 차인표 씨가 삼성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인 KODEX의 모델로 섭외되면서 이뤄진 것으로 삼성운용과 차 씨는 일시로 기부금 1억원을 공동 기부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추가로 3억원 규모의 기부 펀드를 KODEX 모델포트폴리오로 6개월 간 운용, 12월에 운용 수익금 전액을 추가로 기부할 예정이다.

방송인 강호동씨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예정지 인근에 구입한 20억원 상당의 땅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 환우를 돕기 위해 기부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처럼 선교 목적으로 태어난 병원은 기부 문화가 다소 활성화돼 있다. "조선에는 현대식 병원이 꼭 필요하다"는 선교사 올리버 에비슨의 강연을 들은 루이스 세브란스씨(L.H. Severance)가 선뜻 1만 달러를 쾌척해 병원이 세워진 것. 세브란스병원이 2011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동안 모금한 결과, 약 74억 8000만원이 모였다.

이는 암 전문병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등을 위한 건축 및 발전기부금 49억821만 7389원, 장학기부금 4억3086만206, 사회사업후원(호스피스포함) 9억283만9625, 의료선교후원 3억7501만8994, 연구기부금 7억4102만2438, 현물 및 기타 1억2244만7469 등의 예산으로 세우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보다 적다. 2011년 운영비 5053억원 중 기부금은 57억원으로 전체 운영비의 1.1% 수준이다. 병원 관계자는 "스탠포드의대의 모금담당 직원은 300명에 이르고 있지만, 서울대병원 발전후원팀은 고작 5명 뿐이며, 전체 기부의 절반은 직원"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액의 기부의 경우 병원장이 직접 만나고 움직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나마 기부도 일부 대형병원에 몰리고 있다. A병원의 경우 올해 상반기 모금액이 1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방병원은 더욱 심하다. B병원은 종교 병원이라도 2억원이 고작이었다.

이에 대해 A병원장은 "우리나라는 기부 문화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 있는 상태에서 기부도 Big5에만 몰리고 있다"며 "결국 그들은 기부를 재투자 수단으로 삼고, 시설과 병상 확충을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가면서 더욱 격차가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B병원 관계자도 "지방병원의 한계로 인해 결국 최후의 치료를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를 잘해 기부로 이어지게 하더라도, 환자를 빼앗기는 만큼 기부도 따라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병원들은 모금부서를 강화하고, 모금 활동을 늘리는 등의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경쟁력을 도모하고 있다. 기금모금을 위한 병원 연합회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기회는 사회공헌 이미지에 나서는 기업과의 연계다. NH농협생명은 지난 2006년 12월 전국 농촌지역을 순회하는 대규모 의료봉사를 통해 농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서울대병원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총 74억원을 지원했으며, 서울대병원도 총 170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50회가 넘는 걸친 농촌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병원에선 봉사를 하면서 별도 기부도 받은 셈이다.

청우개발은 최근 관계사들과 함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불우환자의 치료를 위해 기부금 3000만원을 쾌척했다. 임직원 연말 상여금 중 10%를 기부한 것으로, 3년째 선행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의료원 대외협력팀 권영자 부팀장은 "대체로 동문이나 직원들에 기부 문화가 한정돼 있다"며 "다수를 대상으로 소액이라도 뜻깊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동시에 여러 기업에 사회공헌을 위한 공동제안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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