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개월여에 걸친 한·일월드컵 축구세계열전은 우리 국민에게 엄청난 감동과 뜨거운 충격과 함께 살맛 나는 나날들을 안겨 주었다.

그것은 숨어 있던 잠재력의 폭발이었으며 무한한 열정과 에너지의 분출이기도 하였다.

남녀노소 할것 없이 구석구석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된 일체감속에서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응원소리에 반갑게 길들여진 채 하루하루를 들뜬 감격속에서 보냈다.

스물세명의 태극전사들은 장하게도 내로라하는 세계 축구강호들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꿈에 그리던 16강을 넘어 월드컵 4강이라는 경이로운 기적을 낳고 세계 축구사의 새 역사를 창조한 것이다.

한국의 빛나는 축구도약에 세계는 혀를 내두르고 있는데 이것은 그동안 학연과 로비의관행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한국축구계의 병폐적인 충원구조를 오직 능력과 잠재력을 중심으로 환골탈태시킨 "히딩크식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놓고 보니 누군가 지적했듯이 4강을 못오르고 짐을 싸고 돌아간 나라는 "ㅍ"자가 앞이나 중간에 들어있는 나라들인데 즉 프랑스, 포르투갈, 폴란드, 스페인, 파라과이 등이고 끝자나 앞자가 "아"로 끝나거나 시작하는 나라들도 짐을 싸고 돌아갔다.

즉,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크로아티아, 아일랜드 등이다.

또 우리는 여기서 열두번째 축구선수인 "오~필승 코리아"를 외쳐댔던 붉은 악마들의 문화코드를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붉은 색은 이제 이념을 초월하여 축제의 대명사가 되었으니 이데올로기의 표현이 아니고 환희와 열정 그리고 승리의 상징이 되었다.

그것은 자연발생적으로 모인 것이며 인위적 제도나 위계질서의 산물이 아니다.

더구나 관료조직이나 비합리적인 집단도 더구나 아니었고 합리적인 질서를 지닌 순수한 조직이었다.

그래서 국호 대한민국이 애칭으로 다가서게 만들고 태극전사들 때문에 몸에 태극기를 두르는 태극패션도 생기는 등 문화파격도 거부감없이 맘에 자리잡곤 했다.

새로운 응원문화를 창출, 전국민을 하나로 모은 한국의 붉은 악마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인파규모와 열기 속에서도 질서정연한 "거리응원"은 성숙된 시민정신의 본보기인 동시에 우리의 젊은 세대가 세계만방에 띄운 창조적인 문화코드였다.

몇몇 스포츠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앞 그 많은 인파들이 이동식 화장실이 있어도 용변을 보려면 30~40명이 줄을 서 있는데다 한번 자리를 뜨면 제자리 찾기도 힘들고 또 생리적으로 급하고 하여 미리 준비해 입고 왔던 팬티와 큰 기저귀에 실례를 해 경기가 끝난 뒤 주변 호텔 화장실에서는 팬티와 큰 기저귀 수십장이 발견되었고 경기전후하여 대형백화점에서 팬티와 큰 기저귀 매출이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우리 축구선수들도 초인적으로 싸웠지만 열두번째 선수인 붉은 악마 응원팀은 온 열정을 쏟았다.

이 감동의 물결은 온 세계축구인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고 우리나라를몰랐던 외국인도 "대~한민국" 소리에 익숙해졌을 정도였다.

스페인 현지에서 우리나라 애국가를 작곡한 고 안익태 선생의 미망인 로리타(83)여사가 한국의 선전을 기도하는 모습의 뉴스 화면은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말이 그렇지 "4강"이란 이 두 자는 실로 월드컵 역사상 엄청난 수확이요, 신화가 아닐수 없다.

그야말로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 그것이었다.

이제 붉은 악마 증후군이 빨강증후군으로 유행하여 빨간색 스포츠카 등 자동차에서부터 술자리에선 "이왕이면 레드와인으로" 하는 식으로 번져가고 있다고들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의 이미지가 아닌 한국이란 국가 브랜드가 수직상승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한 자산가치 증대의 효과를 보게 만들었다.

과거 "코리아"라고 하면 모르는 외국인도 많았으며,알아도 자동차나 핸드폰은 잘 만들지만 남북은 항상 불안하고 부정부패와 노사분규로 늘 시끄러운 나라정도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젠 붉은 악마의 새 응원문화 창출을 통하여 서로 단합·화해하고 기쁨을 함께 나눌 줄 알고 패한 팀에게도 따듯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고, 시합 후 청소를 통하여 자기책임을 완수하는 선진 시민상을 보여줌으로써 세계속의 한국인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하는 자신감에 차게 되었다.

또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국민 역시 국가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비관론에서 낙관론으로, 냉소주의에서 친화주의로, 애향주의에서 애국주의로 전환되고있다.

우리 국민에게 밝고 건강한 동기부여만 해준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눈으로 확인했다.

누군가 히딩크감독이 우리 선수들에게 아니 우리 국민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있는데 뭐냐고 물었다.

답은 "감을 많이 주었는데 먹는 감이 아니고 자신감을 많이 심어 주었다"고 유머러스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이제 이 국민적 에너지를 창조적 에너지로 바꾸어 100년 넘게 짓밟혀 온 서양컴플렉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세계속의 한국으로서 국민통합과 국가 경쟁력 제고의 큰 계기로 삼아서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인 국가 운영의 새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한다.

그래서 우리사회가 기본이 서 있고 기본이 살아있는 사회,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사회로, 화합과 화해의 사회로 전환시켜 대한민국이 환태평양시대의 동북아 주역으로 우뚝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승리의 찬가가 끝난 지금 일부 젊은이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할 지 무슨 재미로 살아가야 할지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재미없고 신바람이라곤 찾을 수 없는 정치를 풍자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차라리 정치(政治)를 정치(停治)라고 함이 현 상황에 맞겠지만 이제 감격 뒤의 허탈감, 무력감에서 벗어나 들뜬 마음을 가라 않히고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와 내일을 생각하자.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민훈기 특파원의 기사 중 "제 아들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가장 자랑스럽고 큰 기쁨이었습니다. 월드컵대표팀 감사합니다"라는 이 말을 짙은 감동으로 남는 말이다.

메디칼업저버의 지령 100號 돌파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붉은악마가 국가대표팀의 12번째 선수로서 세계최고의 서퍼터스로 전세계인의 칭송을 받듯이 창간에서부터 보건의료전문신문의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우리 의료인에게 도움주고 사랑받는 메디칼업저버가 난국에 처한 의료계를 부추겨 세우는 서퍼터스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우리모두 함께 더높은 곳을 향하여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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