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의협회장이 각 직역 의사노조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힌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노조가 설립된다면 과연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의협이 "의사노조는 미국처럼 임금인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혹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투쟁의 방편으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재건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약분업 반대 투쟁 당시인 2000년 창립돼 활동해 오다 존재 자체가 희미해졌지만 지난달 30일 재건준비위원회 회의를 열고 아주의대 정영기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임한 것. 병원 및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봉직의사를 병원의사협의회 가입대상으로 하며 과거 봉직의 및 향후 봉직할 의향이 있는 의사를 준회원 가입대상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환영하고 나섰다. 병협의 압박으로 전공의 노조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수련환경 개선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자 병원을 회원으로 두어 전공의수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한병원협회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겉으론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 편치 않은 모습이다. 이상석 병협 상근부회장은 이러한 의협의 움직임에 대해 "전공의의 경우 이미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며, 병협으로선 "하라, 하지마라"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에서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A는 "병원경영주가 의료진을 혹사시킨다니요. 그래서 의사노조를 만들어 권익 찾겠다면, 경영주는 당연히 굴복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 진료비는 어떻게 될까요? 포괄수가제로 경영주가 병원비를 올리지 못하면 병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겠지요"라고 지적했다.

B는 "의사노조가 생기면서 무작정 주 40시간 근무를 주장하면 의료보험 폭탄이 떨어지질지도 모르겠네요. 또 의사들 평균 연봉이 9200만원으로 높은 편이 아니라는 주장이 합당할까요? 최저시급이 4850원이란 것을 그들은 알까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의사노조는 설립된다고 해도 역할은 한때 활성화될 수 있을 지언정, 장기적으로는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의료인들이 많다. A의사는 "가령 대선을 앞두고 어떤 사안에 대해 과거 의약분업때처럼 의료계가 요구할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의료계의 특성상 장기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의대병원의 경우 의사는 교수(정교수 등), 전임의(펠로우), 전공의(레지던트, 인턴)가 있는데 교수는 사용자인지 노동자인지 구분이 어렵고, 전임의는 일정기간후 교수요원이 되거나 다른 길을 걷게 되기 때문에 노동조합 설립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B의사는 "의사인 원장을 상대로 의사가 노동조합원이 되는 구도는 사실상 설립 자체가 어렵고 더군다나 사제지간, 선후배로 구성된 의사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전공의노조가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도 이러한 구조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어쨌든 의사노조 설립이라는 과제가 의료계에 던져졌다.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의사 전문성을 보장받아 정당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을지, 의사노조 설립에 의료·병원계뿐 아니라 복지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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