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못할 경우 글리벡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규정으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의 계보를 잇는 또하나의 새로운 백혈병 치료제인 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닙)가 1차 치료제로 나왔지만 처방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시그나를 복용할 수 없을 경우 다시 글리벡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애매한 규정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9일 한국노바티스가 마련된 타시그나 1차 치료 보험급여 기념 간담회에서 처방변화와 관련해 "타시그나가 1차 약제로 나와서 축하해야할 일이지만 처방은 못한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유는 약제간 스위칭 허용이 풀려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만약 타시그나를 복용하다 내성 또는 부작용으로 인해 다시 글리벡을 써야할 경우가 있어도 규정상 허용이 안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계산식 처방 단계를 거쳐야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교수가 설명하는 심평원 측의 주장은 타시그나가 글리벡보다 뛰어난 약제라고 해서 급여를 허용했는데 다시 글리벡을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처방을 했다가는 삭감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맞지 않다는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모든 약은 부작용과 내성이 있기 때문에 융통성을 둬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위칭시 약값이 비싸진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면서 "환자마다 잘 맞는게 있기 때문에 1차 치료제 중에서 자유롭게 교환해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애매한 문제가 7가지나 더 있다. 그중 또다른 하나가 18세 이하 환자에 대한 투여 문제다. 글리벡은 칼슘 흡수 능력을 방해해 소아청소년의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에 타시그나와 같은 약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역시 쓸 수 없다.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김 교수는 "소아 청소년 환자중 백혈병 환자는 50명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하고 자료를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여러 모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는 최근 환자 500여명의 동의서가 담긴 청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는 "정부도 한계점을 같이 인식하는 것 같다. 분위기로는 좋은데 청원이 받아들여질지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혈병 환자는 초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빠르게 혈액학적 반응을 나타내는 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이면 글리벡 제네릭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글리벡 특허만료에 따라 내년이면 제네릭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효과가 뛰어난 2세대 치료제들과 약가차이가 크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제네릭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타시그나는 "현재 만성골수성백혈병 1차 요법의 표준치료제인 글리벡과 비교한 제 3상 임상시험에서 주요 분자생물학적 반응률과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률 등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것을 입증했고 부작용 면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7월 1일부터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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