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만성질환관리제가 9일 시행 100일을 맞지만, 아직까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공단이나 심평원의 홍보에도 환자들이 크게 이동하지 않고 있으며, 이보다 오히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 이용 시 약값 본인부담율을 인상하는 제도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심평원 측은 "현재까지 보고된 바에 의하면 환자들은 눈에 띄게 이 제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추측하며 "오히려 지난해 시행한 경증질환 관련 경제적 혜택에 환자들이 비교적 잘 알고 있고 이를 통해 환자들이 의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이에 대해 의협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제창하고 있고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완전 시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의원들이 이를 꺼려하는 경향이 도처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관련 사안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취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결과는 시행 후 최소한 6개월 정도 지나봐야 심사를 통해 알 수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2, 3차의료기관의 환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지만, 외래 환자의 변동을 만성질환관리제 시행 여부 때문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센터 안규정 과장은 "만성관리제는 물론 선택의원제 및 종합병원 약가 상한 제도 등을 시행해도 환자 수의 변동 폭이 크지 않다"며 "환자들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제도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비용적인 측면을 감내하더라도 큰 병원을 찾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단순히 대형병원 선호는 물론 제도 자체를 모르는 환자가 많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대한당뇨인총연합(한국질병퇴치운동본부) 임대빈 회장은 "환자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고 환자를 대변하는 입장인 본인도 이에 대해 정확히 모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DRG나 의약분업, 성분명처방 모두 환자에게 불편과 피해만 초래하는 제도는 대대적으로 광고하면서, 이번 제도처럼 환자에게 득이 되는 제도를 알리는 데는 쉬쉬하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보험공단은 만성질환관리제 홍보를 위해 시행 전 고지서 뒷면에 안내하거나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한 바 있으며, 시행 후 지사에 방문한 고객들을 상대로 면대면 홍보를 하는 중이다.

더불어 현재 교육용과 홍보용 동영상을 제작 중에 있으며, 향후 이를 배포하는 데 홍보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예산이 문제. 건강관리실 안홍렬 차장은 "대국민 홍보비로 많은 금액을 쓸 수 없다"며 "비록 환자 대다수가 알지 못하더라도 정해진 비용이 있어서 추가적인 홍보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의원들이 만성질환관리제를 꺼려하는 이유는 단골 환자가 없는 신생 의원은 불합리하다는 점과 환자의 개인정보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 또 정부와 의협간에 이견이 있어 선뜻 적용하기 염려스럽다는 견해, 그리고 보건소의 개입 여지나 정부평가에 의해 동네의원이 통제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등을 꼽았다.

가정의학과 개원의 A씨는 "비싼 약을 처방하지 못하게 하고 보건소로 환자를 빼내려는 속셈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어 수용하는 데 적잖은 고민이 뒤따랐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정의학과와 내과에서는 찬성의 기류가 돌고 있다. 내과 개원의 B씨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감소해주므로 이 제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성창현 서기관(1차의료개선 TF팀장)은 "1차의료기관의 활성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의협에서 반대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자율적인 참여로 행해지는 제도이므로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 서기관은 "이 제도는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바가 아닌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환자가 지속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단골의사를 통해 질환을 잘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의원에서 적게는 10% 미만, 많아도 2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성질환관리제는 한동안 많은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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