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환자와 의사가 처음 만나게 되면 의사는 환자에게 증상을 이야기하고, 의사는 이와 더불어 부수적으로 질문하는 내용 중 과거 병력인 기왕력(旣往歷)에 대해 확인한다.
 
현재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는 것을 매우 의아해하는 환자가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며,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환자가 있음에도 의료인은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응급환자는 외형상의 질병을 확인하는 것 이외에는 기왕증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질병의 치료과정에서 기왕증을 추정하거나 환자의 의식이 회복된 이후에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기왕증은 사전적으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당시에 이전에 이미 경험한 질병과 가지고 있던 증상'을 의미하며, 이는 의학적으로는 현재의 증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질병 치료과정에서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동차 사고로 의료기관에 진료를 받은 환자에 대한 진료비청구와 관련해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분쟁의 한 유형이 기왕증에 대한 진료비 지급이다. 대부분 이런 분쟁에 대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 제17조 이하에 규정된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이하 분심위)의 결정을 통해 해결한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은 분심위의 결정에 대해 '소가 제기되면 심사결정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2008.10.23. 선고 2008 다 41574,41581 판결)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분심위의 부당한 결정이 있었다면 소송 등의 절차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많이 발생하는 분심위의 결정 내용 중 기왕증에 대해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제5조 제2항 제2호 후단의 규정을 살펴보면, '기왕증이라 하여도 당해 자동차사로 인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그 악화로 인하여 추가된 진료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돼 있다.
 
즉, 원칙적으로는 기왕증에 대한 진료비를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기왕증이 악화된 경우에는 그 진료비에 대해 교통사고로 인한 진료비와 함께 보험사에서 지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배법 제4조에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는 제3조에 따른 경우 외에는 민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환자와 보험사와의 관계이지, 진료를 담당한 의료기관은 이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만약 의료기관의 기왕증 진료비를 기왕증 기여도에 따라 보험사와 의료기관을 구분해 분담하도록 한다면 법리의 오해가 있을 것으로 본다.
 
또 기왕증 피해자인 환자에 대해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면, 피해자에 지급할 보험금을 상계하거나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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