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타틴, 심혈관질환에서 압도적 예방효과
2. 예방효과 분병하지만, 당뇨병 위험도 무시 못해
3. 고용량 요법, 당뇨병 위험도 12% 높인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연구에서 고용량 스타틴 요법이 당뇨병 위험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타틴의 제품라벨에 혈당과 당화혈색소(A1C) 수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추가하도록 했다.

FDA는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명백하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효과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은 적다해도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심장학회에서 실시한 대규모 임상인 JUPITER와 PROVE-IT TIMI 22 연구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들 연구에서 로수바스타틴 20 ㎎은 당뇨병 발생을 26% 증가시키고, 아토르바스타틴 80 ㎎은 혈당을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2010년 Lancet에 발표된 13건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서 스타틴 복용이 전반적으로 당뇨병 발생을 9% 높인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ASCOT-LLA 연구는 관동맥질환(CHD) 병력은 없지만 고혈압과 3개 이상의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40~79세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아토바스타틴 10 ㎎ 요법의 효과를 관찰했다. 평균 3.3년 추적 관찰 결과 치명적 관상동맥질환과 비치명적 심근경색을 60세 이하에서 34%, 60세 이상에서 36% 감소시키는 등 유의한 효과를 얻어 조기 종료됐다. 이 연구는 고혈압 환자에서 기저 콜레스테롤 수치에 관계 없이 스타틴 치료가 효과적임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뇨병 발생은 14%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HPS 연구에서도 심바스타틴 40 ㎎ 요법이 주요 혈관사건 위험도는 위약군 대비 23%, 혈관 원인 사망률은 18% 줄였지만, 당뇨병 발생은 15% 증가시켰다.

고연령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당뇨병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 PROSPER 연구는 심혈관 질환 병력이나 위험인자가 있는 70~82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프라바스타틴 40 ㎎의 효과를 평균 3.2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관동맥 사망률과 비사망 심근경색은 19% 감소시켰지만 당뇨병 발생은 위약 대비 32% 높았다.


로수바스타틴, 당뇨병 발생 위험 26% 높인다

JUPITER 연구는 로수바스타틴 20 ㎎ 매일요법과 위약간의 이중맹검 연구로, 2008년 NEJM에 발표됐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30 ㎎/dL 이하고,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2 ㎎/L 이상인 환자 1만 7802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연구 시작점에서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는 없었다.

평균 1.9년 추적관찰 한 결과 로수바스타틴군 중 3%에 해당하는 270명에서 새롭게 당뇨병이 진단돼 위약군보다 당뇨병 발생이 2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당화혈색소(A1C)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 결과는 특히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줬다.

로수바스타틴은 이후 발표된 다른 연구들에서도 지속적으로 당뇨병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GISSI HF 연구에서는 10 ㎎ 요법이 당뇨병 발생을 10% 높인 것으로 보고됐다. 또 2009년 Int J Clinical Practice에 발표된 연구에서 로수바스타틴 10, 20, 40 ㎎은 인슐린 저항성을 각각 25.4%, 32.3%, 44.8% 높였다. 혈장 인슐린 수치도 각각 21.7%, 25.7%, 46.2% 증가했다.

반면 로수바스타틴과 아토르바스타틴을 비교한 SATRUN 연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서 두 군의 초기 당뇨병 환자의 혈당은 97 ㎎/dL이었고, 2년후 혈당변화는 로수바스타틴 99 ㎎/dL, 아토르바스타틴 97 ㎎/dL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는 "SATRUN 연구를 보면 로수바스타틴이나 아토르바스타틴이 당뇨병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을 나왔다"며 "당뇨병 발생에 대한 해답을 어느정도 제시해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악성 당뇨병 발생 안하고 예방 효과 커

미국 스크립트클리닉 Eric Topol 교수는 FDA의 발표 이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논평에서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미국에서 2000만명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것은 곧 신규 당뇨병 환자가 10만명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스타틴을 과용해 결과적으로 제2형 당뇨병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올 것"이라며 당뇨병 발생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일차예방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효과를 보는 사람은 10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Topol 교수는 "100명 중 예방 혜택을 받는 2명이 모르는 상태에서 200명 중 1명은 당뇨병에 걸릴 것"이라며 득과 실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환자에서는 당뇨병 위험도를 면밀히 검토한 뒤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타틴 복용으로 혈당이 높아진다고 해서 사망에 이르지는 않으며, 위험 대비 효과가 크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ASCOT-LLA 연구에 참여했던 런던임페리얼의대 심혈관예방의학과 Neil Poulter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틴 복용으로 혈당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지방, 대사성 증후군, 지질수치까지 높아지는 악성 당뇨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당뇨병 환자들은 실제 혈당이 높은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이들의 80%는 심장마비나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관련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다"면서 "제2형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만 별도로 살펴보았을 때 대부분의 연구결과들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개선된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스타틴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분명 있지만 오히려 혈당 증가를 우려로 당뇨병 환자들이 스타틴을 중단하면 오히려 당뇨병으로 유발되는 심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며 FDA의 조치에 반박했다.

또 "모든 약물은 효과와 위험을 동반하며, 스타틴에서의 당뇨병 위험은 적고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뇨병 환자들이 스타틴을 복용하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등 훨씬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심혈관연구센터 Naveed Satter 교수는 "스타틴 복용을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저위험군에서는 잠재적인 당뇨병 위험도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중등도·고위험군이나 심혈관질환자에서는 스타틴 복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스타틴 복용으로 인한 당뇨병 발생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다.

캐나다 ICES Altayyeb Yousef 교수는 최근 열린 세계심장학회(WCC)에서 EFFECT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스타틴의 심혈관 예방 효과가 당뇨병 위험을 상회한다"면서도 "아시아인이나 미국 원주민, 임신성당뇨병 병력이 있는 여성 등 당뇨병 고위험군에서 대규모 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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