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약, 어디서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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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은 중소병원보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이다. 우선 만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적자폭이 늘어나더라도 자생하긴 어렵고, 오로지 정부 지원금에만의존할 수 밖에 없다. 지방 공공병원이라면 더욱 심각하다.
이에 공공병원의 현실과 올 상반기 나름의 경쟁력 모색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공공병원 만년 적자 수치로 확인

실제 수치 상으로도 공공병원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2009년 민간병원과 공공병원간 의료수지를 비교 분석한 결과, 1000병상 미만의 공공병원들은 의료이익,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등에서 대부분 적자를 기록한 반면, 민간병원은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용균 연구실장은 "공공병원의 재정적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속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이 서로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문제"라며 "이러한 고민이 없이 공공병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는 공공병원 기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은 "주민 건강을 위해 보건소 기능을 개편하고 시설 개선과 장비 보강 등 공공병원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이같은 움직임은 친서민주의를 내세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당선되면서 더욱 늘어났다.

병원 차원에서도 정부의 지원 강화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병원들은 "부족한 경쟁력은 민간병원에 뒤지는 시설과 장비 탓"이라며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공공병원의 시설 현대화를 통한 기능 보강과 부채 상환금에 대한 국고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

수익성 진단과 자생력 강화에 나서보려 하더라도 공공병원의 기능에서 크게 벗어나기란 어렵다. 시민들의 눈과 구성원으로 조직된 노조의 주장으로 더욱 그렇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병원 운영진단은 공익적 성격 진료, 의료급여환자 수가 차액 비용 등 공공병원으로서 수행하는 공익적 역할을 정하고 그에 따른 재정결손액을 추계해 운영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으로 신축·이전 새 단장

우선 공공병원은 낙후한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부터 깨야 한다는 주장에 병원들은 신축과 이전을 내세우고 있다.

천안의료원은 올해 3월 봉명동에서 개원한 지 50년만에 삼룡동으로 이전했다. 주민에게 사랑받는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보건의료 인프라와 주민들의 눈높이에 대처하는 부분이 미흡해지면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축병원으로 이전하면서 넓고 쾌적한 시설과 휴게 공간의 확보, 최신장비의 도입과 노후장비의 교체, 전문 의료진 보강 등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고 제2의 출발을 하게 됐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도 사업추진 10년여 만에 드디어 숙원사업인 신축 이전을 하게 됐다. 그동안 재정 문제로 답보상태에 놓여 있었지만 최근 경기도로부터 부지 매입비 125억원을 확보, 신축 이전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완공되면 신축 병원에서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4월에는 강남권역 공공 노인전문병원 개원도 발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로 생기는 노인전문병원은 세곡동 보금자리주택 지역에 있어 강남, 잠실을 비롯해 일원, 수서 등에서 쉽게 찾아올 수 있다"며 "노인들에게 필요한 신경과 통증의학과 가정의학과 노인치과 한방과 등의 전문 의료서비스를 비롯해 중풍,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 일대일 맞춤형 재활치료도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386억 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의 절반은 정부, 절반은 서울시의 지원금이다.

실제로 공공병원 병상수는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누리집의 2008~2009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공공병상 비율은 10%로 회원국 평균(75%)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대해 공공병원인 A병원 관계자는 "민간병원이 공공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만으로 운영하고 신축 병상을 짓는 등 민간병원을 따라가기가 어렵다"며 "결국 공공병원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민간병원 좇아가지만 역부족?

연구 강화 등 민간병원의 전략을 쫓아 경쟁력을 도모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은 전임상실험실을 개소했다. 전임상실험실은 설치류 구역과 토끼 구역을 비롯한 외부반출실, 세척실, 폐기물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마우스, 랫드, 토끼 사육실에 약 22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윤강섭 진료부원장은 "전임상실험실의 신축이전은 보라매병원이 연구중심 병원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의료진에게 첨단 실험장비 및 연구환경을 제공해 우수한 논문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며 향후 실험 연구기법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을 펼치겠다"고 피력했다.

공공병원 최초 한방진료 시도도 이어졌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내에 한방과를 설치, 시범운영하게 된 것. 서민층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한방진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방진료과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이나 순환기 장애를 호소하는 노인들과 서민층을 대상으로 침·뜸·부항 등 한방진료서비스와 입원 환자를 위한 양·한방 협진 시스템을 구축한다.

무엇보다 공공병원에서는 패배주의에 빠진 열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각종 교육이 모색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병원장(정신병원, 결핵병원, 소록도병원, 재활원)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병원장과정"을 개설·운영했다.

교육과정은 ▲공직자 선배와의 간담회 ▲직원관리 ▲의사소통 훈련 ▲협상 및 병원장 리더십 등으로 구성됐다. 공공병원 미래 발전방향과 추진전략을 모색하고, 공공병원 CEO들이 공공의료정책 실천역량 및 소통의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원장들마저 이런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직원들 역시 뒷전인 경우가 많기 마련이다.

B병원장은 "민간병원의 각종 시설 투자와 경쟁력 확보에 밀려 공공병원은 위기에 당면해 있다"며 "정부에서는 제도적으로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다하는 방향으로 흐르도록 개선해야 하며, 병원 나름에서도 해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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