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발된 혈액암 치료제인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가 오는 9월 1일부터 급여 처방된다. 2차 치료제라는 제한이 있지만 어쨌든 토종 백혈병 치료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업계는 판도 변화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조사인 일양약품은 슈펙트가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인 만큼 가격경쟁력이 최대 무기임을 강조할 태세다. 회사 측은 "슈펙트의 1일 약값 6만4000원은 현재 처방되고 있는 백혈병 치료제에서 가장 낮은 약가이며,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글리벡" 약가에 비해 약 47% 낮은 가격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확히 따지고 보면 2차 치료제로 가격경쟁력이 큰 것도 있고 그다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슈펙트는 100mg과 200mg 두 용량으로 공급될 예정인데 각각의 보험가격은 8000원과 1만6000원이다. 따라서 1일 약값(800mg)은 6만40000원이고 한달(28일)로 계산하면 179만20000원이다. 환자들은 여기서 5%인 8만9600원만 부담하면된다.

회사 측이 제시한 47%라는 숫자는 글리벡의 1차 치료제로 사용될 경우인 17만8760원으로 비교한 것으로 이를 슈펙트와 직접비교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글리벡은 1차 치료제이면서 2차 치료제로도 쓰이지만 타시그나와 스프라이셀이 나오면서 현재는 2차 치료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타시그나와 스프라이셀과 비교하는게 맞다.

타시그나(800mg)의 경우 한달 본인부담비용은 12만9080원이며 스프라이셀(100mg)은 9만3170원인 셈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슈펙트는 이들에 비해 각각 31%와 4%가 정도 저렴한 것이다. 특히 스프라이셀과는 불과 4% 차이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외국제품과 상당한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슈펙트가 최대의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점은 1차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가 예상되는 2013년이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슈펙트가 1차 약제로 되면 가격이 추가인하가 예상되고 이 경우 글리벡과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경우 슈펙트는 글리벡 대비 최대 60% 이상 저렴하게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글리벡은 2013년 6월 13일자로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제네릭이 나오면 20%가 인하되고 1년후에는 일괄인하정책에 따라 한달 환자 부담은 9만5726원으로 된다. 따라서 가격차이는 점점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일양약품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앞으로 슈펙트를 해외개척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염두해 지난해 8월부터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전세계 등록절차를 준비중이다.

회사 측은 "특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는 한달 약값이 최대 400만원에 달하는 등 GDP대비 높은 약가로 인해 실제 처방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아시아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멕시코, 베트남, 유라시아연합 (러시아포함 9개국) 등에서 물질특허 등록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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