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임페리얼 의대 심혈관예방의학과 닐 포터 교수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에서는 흥미로운 연구가 한 건 발표됐다. ASCOT-LLA 연구의 11년 장기 추적 연구결과가 그것이다. 당시 많은 연구자들이 이 연구에 주목했었는데 그 이유는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콜레스테롤이 평균이하인 환자에게 추가로 스타틴을 투여할 경우 장기적으로 어떤 유용성을 제시해주는지 보다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토르바스타틴은 위약에 비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비-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각각 14%와 16% 낮췄다. 특이한 점은 감염 또는 호흡기를 포함한 사망률을 무려 36%를 낮췄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스타틴을 위험도가 낮은 환자들에게도 더욱 적극적으로 써야할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스타틴의 조기 투여에 대한 평가도 정립되는 분위기다. 최근 본지는 이 연구에 참여한 영국 임페리얼 의대 닐 포터 교수를 만나 ASCOT-LLA 11년 연구결과에 대한 의미를 들어봤다.

2003년에 나온 ASCOT 연구는 대규모 연구로는 드물게 두 개의 약을 한개의 연구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재미있는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카듀엣이 잘팔리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연구의 복잡한 구조상 최근까지 다양한 하위 분석 결과가 나왔다. ASCOT 연구는 2만여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아테놀올과 암로피딘의 효과를 비교하고 이후 각군에서 콜레스테롤이 정상수준인 환자 1만여명을 선별에 다시 아토바스타틴과 위약을 투여하고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알아본 연구다. 순서에 따라 ASCOT BPLA와 ASCOT LLA로 나뉜다.

이중 후자인 ASCOT LLA는 3.3년 만에 조기 종료됐다. 스타틴을 투여 했던 환자들에게 뚜렷한 심혈관 예방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위약군 환자들에게 스타틴으로 전환을 해도 된다는 선택사항을 주고 ASCOT LLA를 추가적으로 2.2년 더 진행했다. 결과는 3.3년 결과와 동일했다. 이어 내친김에 연구종료 후 11년까지 추적을 했고 그 결과가 지난해 ESC에서 나온 것이다.

고혈압 환자들 스타틴 복용하면 추가 효과

이와 관련해 런던 임페리얼 의대 심혈관예방의학과 닐 포터 교수는 "고혈압환자들이 스타틴을 복용할 경우 훨씬 더 이점이 있다는 것이 ASCOT 연구가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고혈압환자들에게 스타틴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용 관점에 대해선 여전히 논쟁이 있는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포터 교수는 "ASCOT 연구에서도 조기에 스타틴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고 북유럽인 대상 연구에서는 제네릭 오리지널 상관없이 약제를 추가 투여한 경우에도 역시 비용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8년이 지난 현재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더 많다"며 비용은 더이상 논쟁거리가 아님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호흡기 및 감염 효과에 대해서는 스타틴 제제의 다면발현 효과(pleiotropic effect)로 해석했다. 그는 "스타틴의 다면적 효과로 많은 연구자들이 언급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항염증 작용"이라면서 "일단 몸에서 염증이 억제되면 감염에 의해서 발생되는 염증도 적어지고, 감염에 의한 사망률도 더 낮아질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포터 교수는 "이후 다른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를 보고한 연구들이 다수 있는 것을 보면 이번 결론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면서 "더 많은 연구에서 사실로 밝혀진다면 스타틴 제제가 심혈관질환 외에도 다양한 다른 질환 분야에서도 상당히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밝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타틴 당뇨유발 있지만 위협적이지 않아

많은 연구자들이 이번 연구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 중 하나는 스타틴의 당뇨발생 여부였다. 스타틴은 약물에 따라 당뇨병을 유발한다. ASCOT-LLA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추적 연구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포터 교수는 "스타틴을 복용하게 되면 혈당이 수치 상으로 약간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지만, 결국 제2형 당뇨병환자들만 별도로 살펴보면 대부분의 연구에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개선되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따라서 스타틴 복용이 혈당만 조금 높일 뿐이지 사망률과 직결된 다른 위협적 문제를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며 사망에 이르게하는 악성 당뇨를 발생시키는 것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아테놀올과 같은 베타차단제가 위험을 높힌다고 덧붙였다. 베타차단제로 인한 당뇨는 혈당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HDL-C는 떨어뜨리고 중성지방 수치는 높이며 복부비만도 더 많아지게 해 운동량은 줄어들게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갖춘 악성 당뇨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혹시 당뇨 발생 위험 때문에 스타틴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다면 매우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당뇨 발생 보다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예방이 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혈당이 약간 높아지면서 당뇨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방, 대사성 증후군, 지질수치까지 높아지는 악성 당뇨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스타틴 아스피린처럼 써도 무방

교수는 "이런 모든점을 감안할때 이번 ASCOT-LLA 연구가 밝히고 있는 궁극적인 메시지 역시, 보다 안전하고 비용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스타틴을 통해 조기치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당뇨나 뇌졸중이 있는 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스타틴을 아스피린처럼 써도 무방하다는 게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사실 아스피린은 스타틴 보다 안전성이 훨씬 더 떨어지는 약제이고 Number Needed to Harm (NNH)라는 기준에서보면, 50배 이상 위험한 약물"이라면서 "따라서 아스피린을 써야 하는 환자들에게 아스피린보다 스타틴을 먼저 처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아스피린을 먼저 생각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러나 단순한 절대적 비용보다도 비용 대비 효과를 따졌을 때 스타틴이 훨씬 더 이득이 된다. 여러 가지 근거자료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네번째 고혈압약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상의로서 만약 세 가지 정도의 혈압 강하제를 쓰는데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아 네 번째 약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 네 번째 약으로 스타틴을 추천하고 싶다"며 연구의 의미를 함축했다.

마지막으로 LDL-C를 어느수준으로 낯춰야하는지에 대해선 무조건 낮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은 70mg/dL 을 기준으로 잡고 있는데, 나름대로 합리적인 수치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신(神)이 의도한 인간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40mg/dL"라며 "또한 심장마비를 겪은 사람이라면 40mg/dL 정도로 낮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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