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논단에 실린 신영복님의 "젊은 4월’이라는 기고 글을 읽어보면 “4·19가 그 이념과 주체에 있어서 명백한 한계를 갖는 미완의 혁명이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때로는 "의거룑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운동룑이란 이름으로 낮추어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4월이 설령 어떠한 이름으로 불리든 그것은 거리로 달려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것이며 그들의 정직한 모습 그 자체였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과거, 그래봤자 불과 2년전의 일이지만, 의료대란때의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된다.

그때 우리의 모습은 정말 말 그대로 또 다른 미완(?)의 의료혁명을 이루어 낸 것이 분명하다.

많은 순진무구한 젊은 전공의들이, 오직 환자 외에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못한 채 날마다 일에 부대끼며 살아왔던 그들이 약사법의 개정을 보면서 자신의 실리가 아닌 환자를 볼모로 한 정부의 음모를 느끼고는 분기탱천하여 외롭지만 의로이 선봉에 서서 개정악법인 약사법을 시정하기 위해 서명운동의 전개, 응급 환자를 위한 참의료 진료단의 운영, 사이버상의 의료 개혁에 대한 홍보, 그리고 짧은 시기에 이루어낸 조직의 정비를 위해 그 얼마나 많은 철의 전공의들이 불철주야 노력하였던가.

그러한 부단하고 지칠 줄 모르는 헌신적인 16,000여 전공의들의 노력이 있었던 탓에 다른 직역의 동참이 이루어졌고, 그러면서 우리는 의약분업의 제대로 된 시행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었고, 그러한 일을 이루어 낼만한 저력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 중에 4·19와 같은 홍역을 앓게 되었던 것이다. 이른바 미완의 홍역이었다.

마치 4·19혁명 때와 같이 학생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혁명은 일시적으로 불꽃과도 같이 화려하게 타올라 무참히 기존의 정치세력에 의해서 악용 당하였고 그리고 또 다른 장기적인 군사문화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히고 만 것이다.

그런 과정은 우리 전공의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공의들의 의료계의 혁명은 이와 크게 다를 바 없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다른 직역과의 연대 투쟁을, 물론 같은 통틀어 의료계인 것이지만, 시작하게 되면서 조직은 말할 수 없이 확대되었지만 이를 다룰만한 정치력의 부재와 더불어 기존 의료계의 군사문화와 다를 바 없는 타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버린 것이다.

실질적으로 다른 직역의 동참을 원하였지만 민주적이지 못한 의료계 자체의 문화도 큰 문제였던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것에 대해서 탓을 돌린다면 군사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내부 자성이 없었던 것이다.

뒤늦게 자체적인 반성을 시도하려는 그 과정이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졌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우리의 미완의, 꺼림칙한 의료혁명의 막을 내려야 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투표에서 저명하게 드러났고, 우린 이에 대하여 서로 다른 직역간에 심한 불신감, 학생들의 전공의들에 대한 불신감, 전공의들의 의협에 대한 투표 결과에 대한 의구심 등을 안고서 패배감을 곱씹으며 접어야 했다.

당시 파업을 접으면서 몇몇의 동료들이 병원을 떠났으며 남아있는 동료들은 얼마나 그러한 동료들을 보면서 부끄러워했는지….

패배감을 일축하기 위해 우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가를 돌아보면 약간은 씁쓸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인 것은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그때의 일을 상기시키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별로 언급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 같다.

막연한 패배감과 아울러 각 직역간에 대해서 서로의 불신감과 더불어 그냥 외면 내지는 무관심으로 다른 상투적인 일상만을 논하고 마는 것이 현장에서 전공의로서, 전공의들과 접하면서 느끼는 감정인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의 4·17 총파업도 그렇다.

국민건강권 수호 투쟁 위원회(위원장 신상진)의 결정에 사뭇 의구심을 품는 것이 실상인 것이다.

아마도 그때의 일을 잊을 수 없어서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으며, 때로는 알면서도 외면하는 경우도 있을 것임을 감안한다면 과감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한 정책적인 결단력은 집행부가 기존의 정치 질서를 벗어나 과감하게 탈피할 수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만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새삼 다시 신영복님의 "젊은 4월"의 글을 다시 상기해 본다.

"혁명은 계승됨으로써만 완성되는 것이며 역사는 새로이 써짐으로써만 실천적 뜻을 얻는 것이다.

"누가 프랑스혁명을 실패했다고 하는가"라고 반문하던 앙드레 말로의 분노를 빌리지 않더라도 민중투쟁은 당장의 승패에 상관없이 언제나 승리이다.

그 진상을 자각하고 그 역량을 신뢰하는 사람은 긴 겨울 밤 그 환희의 이야기를 전하고 새봄에 열릴 푸른 하늘을 그려 보이는 법이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우리의 패배감에대해서 다시 한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으며 그는 또 다른 승리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너무 비관적이지 않게 반드시 반성은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승리이기를 빌면 우리는 또 다시 새 역사를 쓸 것이라고 각각에게 그려주는 또 다른 "젊은 4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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