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시장은 이제 주춤하다. 개원 증가 현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도산하는 의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마저 들려온다. 자연스레 의사면허 대출가능액도 줄어들고 작은 동네의원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기존 의원들도 경기불황으로 환자수도 줄고 이렇다 할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 재정절감 정책으로 수가는 오를리 없고, 비급여 상품 개발에도 한계가 느껴진다. 이 때 문 밖에서 경쟁력을 찾으면서 이색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몇 명의 원장 사례를 소개한다. 수익을 보장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병원 밖에도 얼마든지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취지이다.


원장들 순이익 제자리걸음

실제 수치상으로도 원장들의 순이익은 제자리걸음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2만6000개 의원 중 1031개 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0년 기준 원장 1인당 평균 1억2994만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2008년에는 1억2989만원을 기록, 2년 전과 비교해 순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원 의사 10명 중 4명은 빚을 지고 있었다. 조사된 의원 가운데 36% 의원들은 한 곳당 평균 3억5000만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것. 의원을 개원할 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비용은 평균 4억8000만원에 달했다. 자금은 대부분 은행 대출을 통해 조달했으며, 대출 금액은 평균 3억 7000만원으로 원장들은 매달 128만원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었다.

이처럼 개원가의 열악환 환경에서 환자수마저 감소하면 임대료, 인건비 등의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경쟁력을 찾을 수가 없다. 따라서 여러 가지 돌파구 모색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오프라인 피부과화장품샵 오픈

피부과는 별도의 피부과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많다. 네트워크 피부과 위주로 차앤박, 아름다운나라, 고운세상 등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피부과에서 판매하는 것을 비롯해 약국 겸 화장품샵, 뷰티체인, 홈쇼핑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도 이미 활성화돼 있다. 여기에 자체 피부과 화장품만을 별도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생겨났다.

오라클피부과는 지난달 압구정동에 오라클 뷰티라이프 1호점을 개점했다. 오라클피부과 화장품 브랜드인 오라클코스메틱에서 판매하는 피부과 전용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폼클렌징부터 스킨, 로션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라클피부과로 연결해 제품을 이용한 에스테틱을 받거나 피부 상담을 할 수도 있다.

오라클 관계자는 "그동안 홈쇼핑에서 인기몰이를 하던 제품을 오프라인으로 직접 테스트해보고 둘러보고 살수 있는 샵"이라며 "오프라인 상에서 피부과에 들러 화장품을 구매하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따르는 만큼, 새로운 유통채널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설명했다.

오라클은 1호점의 매출 성장 결과에 따라 곳곳에 샵을 늘려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피부과에 한정된 것이 아닌 일반인들에도 보다 폭넓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다른 오프라인 샵처럼 판매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 판매에 대한 수익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색상품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곳은 대체로 피부과가 많지만, 이색 아이템을 판매하는 의원도 있다.

고시환소아과 고시환 원장은 닥터고 아이사랑 등으로 올바른 이유식과 성장을 위한 사업을 병행해왔다. 현재는 닥터고몰(www.dr-kohmall.co.kr)을 통해 영양제, 피부용품을 판매한다. 진료과목에 맞게 영양제는 임산부와 어린이 영양보충제를 위주로 내놓고 있으며, 아토피 전용 화장품을 판매한다. 아이들을 위한 올바르고 영양만점의 이유식과 영양식을 위해 직접 개발한 메뉴도 판매한다. 닭고기죽, 닭가슴살 샐러드. 수제도시락, 웰빙 쌀떡볶이 등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식단 개발을 위해 직접 엄선해서 고른 친환경 양파, 고구마, 등의 야채와 메론, 토마토 등의 과일까지 판매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잘 반영해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A정형외과 원장은 맞춤깔창을 판매하고 있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기 위한 신발 주문생산이다. 직접 병원에 방문해서 주문할 수도 있지만, 상세한 정보를 입력하면 주문생산이 가능하다. 혹시라도 측정이 어려우면 가까운 정형외과 등을 이용해도 된다.

여기에는 자세(만곡, 측만), 무릎과 무릎 붙는지 여부, 다리길이, 다리모양, 걸음걸이, 발바닥 평발정도, 발목 안쪽과 바깥쪽, 엄지발가락 길이 등을 측정하면 가능하다. 그는 "건강한 걷기 습관이 인기를 끌면서 편한 신발에도 관심이 많아졌다"며 "직장인이라 별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소개했다.

부동산 잘 잡아 원장·환자 만족

B성형외과의 부대사업은 부동산사업, 그 중에서도 메디컬빌딩이다. B부동산을 별도로 설립하고 메디컬빌딩 위주로 매물을 내놓는다. 자연스럽게 병원을 구하는 원장들로부터 상담 의뢰가 많이 온다. 같은 의사 동기들이 1순위 손님이기도 하다.

아예 병의원 설립에 적합한 매물을 직접 둘러보고 병원에 맞는 환경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는 B성형외과 빌딩을 완공하고 이를 다른 의원들에도 분양, 임대하면서 시작됐다. 건물 자체가 입소문을 타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B원장은 "개원과 건축 설계 경험을 살려 다른 원장들의 구미에 맞는 건물을 갖추고 소개하면, 임대수익도 덩달아 올라가고 환자들의 반응도 좋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C내과 원장은 대형병원 인근의 원룸을 샀다. 다소 거리가 있지만 환자들이 선호하는 대형병원에 진료 의뢰를 해줄 정도의 중증 환자들을 위해 장기 거주지로 빌려주는 것이다. 통원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유용하며, 환자가 입원을 하더라도 보호자들이 임시 거주시설로 이용할 수도 있다. 환자들끼리의 입소문을 통해 C원장과 상관없는 환자들도 이용하고 있다.주위 원장들도 원룸 한 두채를 그를 따라 사기도 했다.

그는 "일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지만, 지방이나 거리가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병원을 오가면서 숙박업소를 전전긍긍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료법으로 묶여있지만 미래에는 주치의 개념이 확대되면 방문진료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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