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계화시대라고들 한다. 인류가 농경문화에서 커다란 변혁을 겪은 전환점이 산업혁명이었고 20세기 말에 들어서 또 하나의 큰 사건이 컴퓨터를 발명하여 IT혁명을 가져온 소위 디지털문화이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환은 삼차원의 공간에다 사이버공간으로 인간의 영역을 확대시켰고 인터넷은 정보의 전달속도를 소리의 음속에서 빛의 광속으로 빠르게 만들었다.

따라서 급속하게 세계는 하나가 되어가고 있고 지구촌 저쪽의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사건도 불과 몇 초만에 우리나라에도 전달되어지곤 한다.

이러한 디지털시대에 있어서 의학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학회도 실시간으로 동영상 그대로 인터넷으로 중계되어 서울의 병원 책상에서 비싼 항공료와 숙박비도 들이지 않고 보고 들을 수 있는 시대이다.

또한 미국의 외과의사가 대서양을 건너 불란서에 있는 환자를 로봇을 이용하여 수술하는 소위 린드버그 수술(일종의 telesurgery)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는 세계는 하나인 지구촌시대에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환자들이 미국ㆍ유럽의 유명 병원의 정보에 쉽게 접근하게 됨에 따라 외국 선진의술의 혜택을 받고자 원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요즈음 많은 한국환자들이 해외 유수병원에 치료차 방문하고 있다는 점은 그리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을 당연시하고 무관심하게 무대책으로 놔두기에는 문제점이 많아 보인다.

미국의 유수한 암센터나 대학병원에는 한국환자들을 위해 한국어 통역까지 두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느 미국대학병원에서는 외국인 환자 중 2∼3위의 숫자를 점하는 것이 한국환자라고 알려져 있다.

이미 오일달러를 앞세웠던 중동의 갑부 환자보다 동양의 신흥 중진국인 한국의 환자수가 앞질렀다고도 한다.

예를 들면 어떤 환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사소한 질환도 국내 의술보다는 미국이나 일본의 의술이 낫다고 생각하여 해외로 가서 치료하는 경우를많이 본다.

물론 나의 건강을 위해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무슨 시비냐고 할 수도 있다.

미국의 시립병원 같은 병원에서 경험 없는 레지던트나 펠로우에게 수술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몇 십배의 치료비를 지불하고서도 미국의 병원에서 치료받았다고 자랑삼아 얘기하는 환자들을 가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 언어소통 때문에 애를 먹어가며 제대로 대접도 못 받으며 치료를 받았을 때 과연 우리나라 실력있는 전문의들이나 교수에게 진료 받은 것보다 나은 진료를 받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나는 의학의 국수주의나 쇄국주의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시민권을 아이에게 얻어 주려고 미국에 원정 출산하는 산모도 있다고 한다.

자식의 교육비나 병역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된다하니 가히 눈물겨운(?) 모성애임에 틀림없다.

이래저래 의료비의 해외 유출은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책이 의료비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까?

우선 우리나라 의료 발전에 근본적으로 걸림돌이 되고 있는 획일화된 의료보험제도를 고쳐야 할 것이다.

공공보험은 자동차보험에서의 책임보험처럼 기능을 하고 사보험이 고부가의 진단이나 치료법을 담당하는 기능을 가지도록 유도하여야 의학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병원이나 의료재단에 외국처럼 세금혜택을 많이 주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는 독지가들이 병원에 많이 기부를 하고 있고 이들 기부금에 면세혜택을 주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세금이 부과되므로 병원에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기부금들이 불치병의 연구와 치료법개발에 기여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외국의 의사들에게 능동적으로 의료시장을 개방하는 것도 생각해 볼일이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꼭 우리나라 의사면허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대학병원급에서 추천하는 자격 있는 외국의사에게 한시적으로 의사면허를 허용하는 경우에 우리나라 환자들의 해외 의료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켜 줄 수도 있고 동시에 지적 교류를 촉진시켜 우리나라 의학의 세계화를 앞당겨줄 수가 있을 것이다.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뜻 있는 사람들이 중지를 모아야 우리 의학도 세계화의 물결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때가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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