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년간을 뒤돌아 보면 실로 한탄이 나온다. 의료 악법 개정이 시도되었고, 건보 재정 안정화란 명분으로 수많은 불합리한 제도(진찰-처방료 통ㆍ폐합 및 가나다군, 야간시간대 축소, 차등수가제 등)가 양산되었다.

실익 없는 수진자 조회를 통하여 의사를 파렴치 집단화 하였고 도덕 교과서에서는 의사집단을 자기 자신들만의 이익에 눈먼 공동체 파괴자로 보았다.

금년 4월부터는 1,400여 일반 의약품을 의료보험에서 제외하였다. 건보 재정만 눈치보느라 실질적 국민 의료비는 당연히 증가하였고 그 증가한 부담만큼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에게 환자의 매몰찬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 폐업은 결코 간단한 명제가 아니다.

2000~2001 의권투쟁에서 경험하였듯이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철학, 직업의식과 관련하여 일단 한번 시도해 보자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의사라는 identity 원형질에 관계되는 문제이다.

이 땅에서 의료를 책임지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통계적 자료에 근거하여 의료 정책을 제시하고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자하는 진지하고도 부단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투쟁을 경험으로 17일의 일차 폐업투쟁이나, 향후 투쟁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새겨 보고자 한다.

첫째, 의협은 많은 회원 -대다수 회원과 함께 가야 한다. 투쟁의 첫 단계는 회원의 동참률이다.

현재로서, 개원의만 보더라도, 집행부가 목표한 절반 수준이다. 수차의 안내, 홍보 또는 투표를 통하여 여론을 수렴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카운트 다운 해 나가야 한다.

자칫 서두름은 내부적 자괴감과 회원 이탈의 원인이 된다.

둘째, 교수단, 전공의 및 병협과 연계하여야 한다. 처음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참여 즉, 불가피한 인원을 제외하고 투쟁에 참여하며 향후 단계적으로 동참한다는 기본적 동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들 그룹이 빠지고 혹은 이해관계를 따져 상반된 입장에서 일부 개원의만 참여하는 반쪽짜리 폐업은 대국민ㆍ언론ㆍ정부에게는 말썽집단(이른바 이기집단) 표본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셋째, 향후 단계적 계획(time schedule)이 있어야 한다. 금번 투쟁이 일차라면, 장기적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언제까지-무엇을 목표로" 회원을 설득해야 한다.

투쟁방법에 있어서 폐업은 마지막 방법이며 따라서, 최후의 선택으로 시도해야 한다.

넷째, 특히 폐업 투쟁은 간단 명료해야 한다.

마지막 방법을 택하는 마당에 구질구질할 필요가 없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전체 회원의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의사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투쟁의 이슈화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답할 상대도 없는 광야의 외침과 같은 형상이 될 수도 있다.

의협 집행부는 전체 의사집단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 나아가고, 이 나라 국민의료를 위해 어떻게 책임지며, 이를 위하여 대 정치권ㆍ국민ㆍ언론을 향하여 어떤 의료 정책을 제시하느냐 하는 기본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의협 집행부의 사명이며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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