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장비 이력 관리 확대에 의료기기업계는 내심 반기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11종의 특수의료장비 설치와 품질기준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기존에 관리돼 온 CT와 MRI, 유방촬영용 장치 등 3종에 이어 혈관조영장치와 PET-CT, 체외충격파쇄석기 등 8종의 신규 특수의료장비에 대한 설치와 품질검사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복지부는 모두 11종의 특수의료장비에 대해 정기적으로 품질검사를 받도록 함으로써 특수의료장비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의료비 절감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또 특수의료장비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장비의 사용·이력 관리를 도모하고, 일률적이던 장비의 검사기간을 내용 연수에 따라 차등화하는 등 품질 관리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내용 연수가 오래된 노후장비에 대한 품질관리가 강화돼 자연스럽게 퇴출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관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신규 의료장비 48종 및 바코드 부착이 필요한 방사선치료장비 8종에 대하여 일제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들 장비에 대해 제조(수입)업체, 모델명, 제조시기 등의 정보를 담은 31자리의 바코드를 제작해 부착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수가 차등화도 계획하고 있다.

심평원은 "의료장비의 품질에 대한 신뢰저하로 재촬영 등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 의료장비 관리방안에 대한 합리적 수준에서의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이미 일본, 미국 등에서는 CT 채널 등 품질과 이력에 대해 수가 차등화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뤘던 부품 교체·신규 구매 등 기대

이같은 장비 이력 관리 확대에 대해 의료계는 비용상승의 이유로 그동안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장비 관리를 의무화하면서 추가 관리비가 드는데다, 수명이 다한 장비의 신규 구매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상의학회, 영상품질관리원 등에서는 장비관리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장비를 판매하는 의료기기업계에서는 구매고객인 의료계의 눈치를 보며 이렇다할 입장을 전하지 못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관리가 전무했다며 환영한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심평원 자문에 참여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장비를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그동안 비용 확대를 이유로 필요한 부품을 재정비 하지 않는 등 관리를 하지 않아왔지만, 이젠 의무적으로 관리를 하게 됐다"며 "의료기기업체 입장에서는 부품 교체, 업그레이드, 장비 재구매 등으로 매출이 늘어나고 환자들에게도 올바른 장비로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만 하다"고 전했다.

또한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중고의료기기를 양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반응이다. 더이상 사용되지 못하고 퇴출돼야 하는 장비가 여전히 품질이 엉망인 상태로 거래되거나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덜 쓰게 되면서 장비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다만 비용으로 이어지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형업체의 경우 대리점을 통해 알 수 없는 장비가 여럿 판매되면서 골머리를 앓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이미 품질관리가 되지 않고 수명이 다한 장비를 대리점과 음성적인 거래를 통해 판매돼왔다"며 "결국 A 브랜드 제품에 대한 컴플레인으로 다수 이어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장비 관리 확대 방침을 반겼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10년 지난 CT와 막 구매한 CT의 품질이 다른 만큼, 똑같은 수가를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당장 비용문제가 발생하는 의료계에선 반발할 수 있으나, 업계로선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며,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의 장비 이력관리가 체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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