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활발, 메인 약에 +α 개념으로 처방해야

조현병의 치료 목표는 환자들이 약을 복용함으로써 재발을 막아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매일 혹은 몇 일에 한 번씩 먹어야 하는 경구용보다는 한달에 한번 주사를 맞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게 정신건강의학전문의들의 생각이다.

조현병 재발률 낮추고, 순응도 높아
그런데 아직도 조현병에 처방되는 약은 대부분 경구용 약이다. 경구용 약보다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여러 연구들이 등장했음에도 우리나라의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처방 비율은 약 1% 정도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처방이 낮은 이유는 환자의 거절이나 저항이라기보다는 의사들의 거부가 더 큰 이유라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최근 몇몇 의사들이 장기지속형 주사제인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를 처방해 좋은 효과를 본 사례들이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사들이 꼽는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의 장점은 한달에 한번 처방으로 조현병 환자의 재발률을 낮춘다는 점이다. 또 약물 비순응으로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어느 단계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지난 3월 열린 대한정신약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는지 확인할 수가 없는데 주사제는 그럴 걱정이 없고, 환자가 병원을 자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며 “어떤 환자이든 어떤 상태이든 약물반응이 좋고 순응도도 높아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젊은환자에게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영철 교수도 “안정적이고 비순응적인 환자에게만 사용됐지만 이제는 어느 단계에서나 어떤 환자에서나 사용이 가능해졌다”며 “조현병의 초반이고 젊고 생체기능이 좋은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급성기 환자에게도 처방 논의 활발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는 급성기 환자에게 처방되는 비율보다는 조현병 초기환자나 그 이외의 환자들에게 더 많이 처방되고 있는 경향이다.

그런데 최근 급성기 환자에게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를 처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이 문제를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급성기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를 사용해보니 환자들에게 이득이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보여주는 이도 있다.

지난 3월 정신약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전남대병원 신경정신의학과 김성완 교수는 “급성기 환자에게 자주 처방한다.

지금까지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적은 없다”며 “처음 1주는 PO와 함께 사용하고, 중간 정도에는 약 없이도 가능했다. 약효가 떨어지는 3주 정도에 처방을 고려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3주 간격으로 처방을 한다”라고 자신의 진료 사례를 소개했다.

급성기 환자에게 처방한 사례가 많지 않아 사용이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정 교수는 “급성기 환자에게 사용하기에는 아직 걱정스런 부분이 많다. 초발환자를 포함한 급성환자에게 사용할 때는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찬반양론이 있지만 주사제를 메인으로 잡고 나머지 약을 추가한다는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급성기 환자에게 처방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여러 임상적 논점들에 대해 답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추후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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