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연구에 빠지다"


얼마 전 뇌성마비를 앓는 소아청소년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뇌성마비가 있는 임상시험 참가자 20명의 소아청소년을 자가 제대혈을 이용해 치료를 했더니 5명이 인지기능과 사회성이 좋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뇌성마비 환자에 대한 자가 제대혈 치료의 안정성과 치료 효과를 입증한 세계 최초의 연구라 더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다.

이 연구를 지휘한 사람은 한양대병원 난치성 신경계질환 세포치료센터(소아청소년과) 이영호 교수다.

자가 제대혈 치료는 뇌성마비 아이들이 출생할 때 보관했던 제대혈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거의 없고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처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자가 제대혈 치료를 처음 시작한 것은 미국의 듀크대학에서다.

약 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자가 제대혈 치료를 했지만 논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학술대회 등에서 증례 발표에 그쳤던 것.

이에 비해 이 교수의 연구는 치료의 안정선과 치료 효과에 대해 인정받아 국제학술지인 중개의학저널(Journal of Translation Medicine)에 게재됐다.

이 교수는 "제대혈 치료 이후 작업평가 등의 신경학적 평가에서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고 또 MRI, SPECT 등의 객관적인 검사에서도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논문의 의미를 설명했다.

자가 재대혈 치료는 환자의 나이와는 관계가 없었고, 경증이나 중증도의 뇌성마비 환자에서 의미 있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비용이 부족한 연구자 주도 임상이었기 때문에 20명이라는 한정된 인원만을 연구에 참여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연구를 성공적으로 끝낸 이 교수는 현재 자가 제대혈이 없는 뇌성마비 환자를 위한 자가 말초혈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대혈 연구의 선두주자
이번 연구 성과가 보여주듯 이 교수는 이미 제대혈 연구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1998년 우리나라 최초로 제대혈 이식을 성공시켰고 2010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제대혈 클리닉을 개설한 장본인이다.

또 암 환자들에게 제대혈을 공급하기 위해 기증 제대혈은행을 직접 설립했고, 전국적 제대혈은행 네트워크 구축과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의 공로자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연구 트렌드는 제대혈을 이용한 세포치료제가 될 것이란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따라서 제대혈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제대혈은 골수이식을 해야 했던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빈혈을 비롯한 뇌성마비, 파킨슨병, 심근경색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기존의 제대혈 은행에 보관중인 제대혈을 세포 치료용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국가가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가가 기증받은 제대혈을 국민에게 돈을 받고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