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 교육 질 향상 위해서는 적절한 성취도 평가 중요

일명 "돈 안되는 과목" "의사 되는데 필요 없는 과목"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기초의학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사 국가고시에 기초의학 시험이 추가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기초의학협의회 교육위원회가 26일 서울성모병원 의과학연구원에서 열린 "기초의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기초의학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현실성있는 교육 목표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성취도 평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전용성 교수는 "기초의학은 의학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학문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의사가 되는데 필요없지만 진급을 위해 필요한 과목이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극단적으로는 "교수들이 자리 유지를 위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 아닌가"라는 회의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으며, "기초의학이라는 학문이 있나요?"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는 것.

이런 부정적인 반응들은 기초의학의 내실있는 교육의 장애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과목중심 교육에서 통합 중심, 역량 중심 교육으로의 개념 변화, 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 인턴제 폐지 등 의학교육 환경 변화가 엉뚱하게 기초의학 교육 축소로 귀결되고 있다.

전 교수는 기초의학은 임상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반이기도 하지만 의학을 독립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원리이며, 의학 연구에 필요한 개념과 접근법을 제시하고 나아가 미래의학을 대비할 수 있는 기본 개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학지식을 대학에서 제한된 교육시간에 교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 즉 기초의학이 기본 원칙(discipline)을 교육하도록 교육 내용이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성취도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필수다.

전 교수는 기본적인 수준을 달성했는지 알아보는 것은 단순히 평가라는 의미에서 나아가 기초의학에 대한 내용이 의사가 되는데 중요하다는 인식을 높여 이를 대하는 학생이나 교수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는데 기여할 것으로 봤다.

시험 도입의 추진력과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이미 3년째 문제 출제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고 실제 실시까지 7~8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여유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협의회에서 매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관련 공문을 보내며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지만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을지의대 미생물학교실 유승민 교수는 "국시원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기초의학 분야를 총론 시험에 좀 더 반영하는 것은 고려해볼 수 있지만 따로 시험을 치를 생각은 없다는 것으로 단호하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교실 조동택 교수는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기초의학이 국시에 추가되면 불합격자가 많아져 전국의 각 병원에서 요구하는 인턴 수급률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 우려한다"면서 "국시의 변별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국시원에서 보는 관점과 기초의학자들이 보는 관점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기초의학 교육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연세의대 생리학교실 안덕선 교수는 기초의학 지식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교수도 실망하고, 학생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는 건지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하나의 상황에서 얻은 지식과 개념으로 다른 상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식의 전이라고 하는데 이는 실제로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식전이는 기초의학 개념만 교육했을 때 5%에서, 임상사례에 기반한 개념 교육을 실시했을 때 25%, 다양한 사례에 기반한 개념교육을 실시했을 때 47%에서 성공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학생들이 졸업 후 제대로 된 임상추론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목표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 사례를 들며 기초의학에서 의학지식 파트뿐 아니라 성과중심 교육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황영일 교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보다는 한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즉 기초의학을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누자는 것. 필수과목에서는 △임상과목 수학을 위한 최소한의 내용 △질병 중심으로 관련된 내용 △단기간에 모든 학생이 기본으로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선택과목에서는 △연구 진행을 위한 공통과목 △각 주제별 심화학습 △연구실에서 프로젝트 참여 등을 담자고 제안했다.

유승민 교수는 2008년부터 실시된 의학교육평가컨소시엄 기초의학종합평가가 기초의학의 필요성을 정립해줄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기종평에는 현재 전체 41개 의대 중 34개 의대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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