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 증가 원인과 대안>
1. 정책 대응 판도 변화
2. 법무법인 역할 확대와 현황
3. 태평양 헬스케어팀 인터뷰
4. 결론 ; "소송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복지부·건보공단·심평원을 대상으로한 의료계와 제약계의 소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법무법인들도 그동안과는 또다른 영역으로 의료계에 깊숙이 진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현재 늘어나는 행정소송의 현황을 짚어보고 원인 분석과 함께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올해 약가인하 소송 최대 이슈

법무법인 태평양은 그동안 외국계제약사의 국내 진출에 많이 관여해왔다. 국내제약사는 대형기업 위주로 특허분쟁, 경영권 분쟁 등에서 활동했다.
 
6년 전부터 헬스케어팀을 꾸려 관심을 가져왔지만, 사실상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최원영 전 복지부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심평원 내부 변호사 출신인 이경철 변호사를 영입했다. 의사, 약사, 변리사 등 전문가로 총 30여명이 한 팀을 이루고 있다.
 
헬스케어팀장인 조정민 변호사는 "해외와 교류가 많고 의료시장이 커지면서 관심이 늘어나고 의대에서 자문을 구하는 등 시장의 판도를 익혀왔다"며 "기본을 배우고 업종을 이해하고 외국 트렌드를 익히고 국내의 외국 진출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34개 달하는 상급종합병원 실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 큰 이슈 중 하나이다. 현지 실사, 조사과정에서의 부당함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
 
또한 치료재료는 전체 보험재정에서 비율이 크지 않지만 속도면에서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타깃이 되고 있다. 수입원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치료재료 상한금액 조정, 장비이력 수가차등화, 바코드 부착 의무화 등으로 옥죄고 있어 관심가져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제약업계 약가인하 소송이 가장 막중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조 변호사는 "약가인하소송은 무조건 강행하고 따라오라는 일방적인 정부 집행에 대한 업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고시가 부정확한 부분이 있고, 절차상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를 내세운다면 승소율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 터져야만 관심갖는 국내 업계
 
한편으로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그간 국내제약사에서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그저 정부의 눈치를 보고 법의 결정과 고시를 지켜온 풍토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리베이트를 영업 보조금 정도로 인식하는 업계의 뿌리깊은 관행도 문제다.
 
의료계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가장 아쉽다. 박진영 변호사는 "진료과마다 분산된 목소리를 내다 보니 정리가 되지 않고, 정부에서도 이를 수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신속한 의견 합의를 위해서라도 하나의 단체가 제 역할을 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정책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조언했다.
 
반면 정부에서는 입법 단계에서 소통 부족이 문제로 꼽힌다. 이경철 변호사는 "심평원의 경우 내부지침이 정비돼 있어 법규 정비에 반드시 법률전문가를 동석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정 금액 이상을 검토해야 할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업계간 의견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이 있을 때 법률전문가가 필요하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교육과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업계와 정부 상황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자연스럽게 행정소송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태평양이 병원협회로부터 수임한 영상수가 인하 승소이다. 이 변호사는 "행정소송은 우회적인 방법보다 가장 일직선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된다"며 "사실 그동안 정책 대응에 뚜렷한 방법이 없었던 만큼, 올해 내내 활발하게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변호사도 "정책이 다소 빨리 진행되는데다가, 정책 집행 전 의견서 제출이라는 절차가 있지만 관행적 진행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 때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앞으로 업계 발전과 원활한 정책 집행을 위해 극단적으로 흐르는 정책대응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스스로 법률 이해 필요
 
법무법인도 행정소송을 마냥 반기는 것은 아니다. 행정소송은 오히려 사법이 지닌 소극적인 의미의 사후관리 과정일 뿐, 큰 이득으로 접근하는 것도 아니다. 행정소송으로 가기 전에 분명히 해결할 여지가 있다면,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업계에서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대관업무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대관업무를 일종의 로비스트로 보곤 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보분석력을 갖추고 정책을 미리 준비하기 위한 전문가로 볼 줄 알아야 한다"며 "3년간 경제성평가가 진행된 약가인하도 미리 준비했다면 이런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회사 전체에 자료, 논문을 미리 공유하며 준비했더라면 굳이 분쟁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관심이 없다가 닥쳤을 때 무조건 반발부터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탓이다.
 
이 변호사는 "고시나 법을 만들 때부터 회사에 관여하는 팀을 만들고, 고시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하는 사전적인 역할을 업계나 정부가 서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용역연구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고시개정안 발표가 이루어지면 밀어붙이게 되는 경향이 강한데, 실행 불가능한 용역을 차단하는 등 사전적인 관여의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변호사 역할 다변화…의료산업 키운다
 
헬스케어팀이 생겨나고 전문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변호사의 역할도 다변화되고 있다. 일종의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더욱 많은 일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변호사는 "법률전문가의 영역이 확대되는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쏟아져나오는 각종 정책에 대한 사전 예측을 통해 업계를 컨설팅하고 의료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태평양 헬스케어팀에서는 업계에 제대로된 기업 하나만 만들어보자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고령화 시대에 전체 산업에서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더라도 시장성은 아직 턱없는 수준이다. 의료시장이 커져야 법무법인 전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그만큼 수익성도 채워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책 뒷받침에 이어 법률 검토와 자문, 예후, 대안 제시까지 반드시 필요하며, 여기에 법무법인이 보탬이 되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인식의 전환과 시스템의 전환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책 집행 전 대응의 선순환구조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각종 법률 자문에서 속도가 빠르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우수한 질을 통해 5년내 헬스케어팀을 최고로 만들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계 진출을 희망하는 후배 변호사를 위해서는 "단순히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해서 막연한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관심영역을 설정하고 로드맵을 짜야 한다"며 "일단 관련 통계자료부터 입수하고 해당 관계자를 만나는 일부터 할 정도로 발로 뛰고 얻을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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