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연구원 개원 3주년 국제 심포지엄 개최


"여러 의료기술에 대한 비교효과연구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야 말로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는 근간이 될 것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1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원 3주년을 맞아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해법"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영국 NICE, 미국 AHRQ, 태국 HiTAP, 유럽연합 EUnetHTA 등 세계 각국의 의료기술평가 관련기관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했다.

영국 NICE의 국제프로그램 책임자인 Kalipso Chalkidou 박사는 성과연동지불제도인 가치기반 가격결정(value-based pricing) 방식에 대한 NICE의 경험을 발표했다. 가치기반 가격결정 제도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임상적, 치료적 가치를 반영해 의약품의 약가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영국에서는 보통 1QALY(삶의 질을 반영한 생명연장의 가치) 당 2000~3000 파운드 정도면 비용대비 효과적이라고 인정해 급여가 가능하지만 대상질환의 중증도, 말기환자 치료제, 혁신성, 영유아 대상 등 다양한 가치들을 인정받으면 1QALY가 3000 파운드 이상인 경우에도 급여가 가능하다.

민간보험체계인 미국에서도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AHRQ의 Jean Slutsky 박사는 AHRQ가 수행중인 비교효과연구 설명은 물론 연구결과가 보건의료정책에 반영되고 실제 환자나 의사,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에 대해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태국인의 건강"을 목표로 하는 태국 정부의 노력도 소개됐다. 태국 의료기술평가 기관인 HiTAP의 Yot Teerawattananon 박사는 담배 및 주류 소비세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건강증진재단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건강증진법에 의해 출범한 건강증진재단은 더 나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통한 건강증진 및 이를 위한 지원체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재원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보공유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유럽연합에서 운영중인 EUnetHTA의 Finn Boerlim Kristensen 박사는 EU 및 인접국 등 35개 정부의 HTA 관련기관 사이의 유기적인 연합에 대해 설명했다.

각 나라별로 비슷한 주제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이 예산과 업무 중복을 막고 연구결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EUnetHTA의 56개 공동 파트너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계획 혹은 진행 중이거나 최근에 종료된 프로젝트 1154개 중 148개가 동일한 주제였으며 450개가 비슷한 프로젝트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창출된 근거에 대해 어떻게 의료계의 합의를 이끌고 정책에 반영할 것인가"였다. 전문가들은 "정책과 근거와의 연결고리는 한국 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Teerawattananon 박사는 "HiTAP은 설립 당시 연구한 것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료 삼았다"면서 "높은 수준의 결과롤 도출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과의 협의를 거듭, 이제는 공식적인 메카니즘을 통해 근거 없이 약제가 등재되지 못하도록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한문덕 급여상임이사는 "급격한 고령화와 질병구조의 만성화, OECD의 두 배에 달하는 의료비 지출 등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적절한 지출관리를 주요 정책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효과적인 서비스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필수급여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급여 측면에서 의학적 근거 생산과 임상진료지침 개발 등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며, 단순 권고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후 비용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보험에서 퇴출시키는 등의 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Chalkidou 박사는 "의료계의 수용을 확보하는 일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면서 "NICE에서는 이를 위해 협력을 전문으로 하는 특별한 팀을 두고 있으며 가이드라인의 일부는 의대 커리큘럼에 포함시켜 교육과정부터 접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국에서는 인센티브와 패널티 제도를 활용, NICE에서 정한 권고안을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패널티를 제공해 창출된 근거가 실제로 급여와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ristensen 박사는 "설득력이 없으면 정부에 권고할 수 없다"며 근거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신약이 나왔을 때 기존 약제보다 우월하다는 근거가 없으면 급여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제는 시스템을 정립해 급여에서 근거가 차지하는 비중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창준 과장은 "근거중심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정책결정자와 연구자 사이의 의사소통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근거중심의 의사결정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