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 우려 속…의·병·학 적극 협조 & 대응 연구 병행

내년도 초음파검사 건강보험 급여화를 앞두고 의료계가 분주하다. 일단 의료계는 국민 건강권을 위해 급여화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는데 동의했으나, 저수가로 점쳐지는 과거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의병협은 물론 유관학회들 또한 "제대로 된" 수가 만들기에 양팔을 걷어올렸다.

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은 "앞서 진행된 급여화의 예들이 저수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걱정과 우려속에 지켜보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수가를 책정한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정책 방향은 정해졌고,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정해지고 나서 부당성을 지적하는 뒷북이 아니라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가 보자는 것이다.

의료계의 첫 행보는 "적극적인 공조"다. 급여화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자 가장 힘든 작업이 바로 행위분류. 전문가 집단에서 할 수 밖에 없는 행위분류에 의협, 병협은 물론, 영상의학회. 초음파의학회, 산부인과학회, 심장학회 등을 포함한 24개 학회가 초음파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행위의 분류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병원협 정영호 보험부회장은 "최근 각 학회들의 행위분류를 취합해 200여개로 분류된 초안을 마련했다"며, "논의를 통해 분류체계를 조정한 뒤 이를 의협 KCPT 웹 프로그램에 입력, 최종 분류체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행위분류를 정부와 공유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다.

그러나 "초음파"로 묶어버리면 말은 쉽지만 실제로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고 있는 초음파의 행위분류를 하는데 있어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학회들의 적극적인 참여없이는 불가능한 일.

정 부회장은 "초음파는 현재 특정과가 아닌 거의 모든과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양상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조차도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한 가운데 학회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무리 단계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상과는 달리 의병협은 물론 학회들까지도 적극적인 협조 체계로 가고 있는 상황인 것.

이와관련 심장학회 전희경 교수는 "초음파는 정확한 시술·진단을 위해 하는 행위인 만큼 광범위한 병원들에서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또한 시행과 판독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이 터무니 없는 저수가로 낙찰되면 개인병원의 경우 도산까지도 우려된다"고 경계했다.

의료계 추정으로 초음파를 급여화하기 위해 소요되는 재정은 3조원 이상이나 정부는 현재 6600억원이라는 예산만 정한채 그 외에는 어떤 결정도 제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부족한 재정으로 인해 정부측에서도 단계적 급여화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 있다. 저수가 우려는 당연지사. 이에 초음파 급여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제대로된 수가를 보장받기 위한 분류의 정확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앞선 내용이 적극적인 협조라면, 의료계는 또다른 행보는 "적극적 견제"다. 병원협회를 중심으로 의협과 4개 학회로 꾸려진 TF는 현재 심평원 급여정책연구팀에서 수행 중인 "초음파검사 건강보험 급여적용 방안" 연구와 별도로 대응 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초음파의학회 최준일 보험이사는 "두 연구용역 모두 원가분석, 급여화 우선순위, 인증기준, 질관리 등 급여화에 따른 다양한 변화들이 다뤄질 것"이라며, "적정수가에 대한 개관적 자료로 비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협회는 관련 연구용역은 이미 발주까지 완료했다. 정 보험부회장은 "행위분류와 원가연구 틀에서 정부와 합의를 보고, 병원별 원가자료를 받는 것에도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며, "동일한 연구틀에서 같은 자료로 한 결과물을 통해 정책채택전 제대로 된 수가가 책정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행 연구에만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며, "자료 부족을 이유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일정에 따라 무차별 처리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평원 또한 급여화 준비에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행위분류가 제안되면, 조사 대상과 기관별 원가분석 등에 나설 조사지 배포를 준비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의협의 행위분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비급여의 급여화가 첫 사례가 아닌 만큼 몇가지의 예상시나리오로 연구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의 저수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자료제출의 완벽성이 요구된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비급여로 시행돼 오던 초음파검사는 다양한 기능과 가격대를 가진 기기를 병원별 또는 질환별로 어떤 적응증에 어느 규모의 가격대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가 전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의료계도 급여화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나 정책방향이 정해진 만큼 섣부른 공세보다는 협조체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재원"이라는 높은 벽 앞에 공조체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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