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건강포럼 24차 월례회의

보건계가 기후변화 대책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기후변화건강포럼이 지난 6일 "기후변화 건강영향 국가 R&D 추진을 위한 민·관·학 토론회"를 주제로 진행한 24차 월례포럼은 이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케 했다. 게다가 이날 주제는 질병관리본부가 제안했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기후변화 대비, 보건계가 이끌어야 한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신동천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기후변화와 건강영향 R&D"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함께 해외의 기후변화 R&D에 대해 소개했다.

신 교수는 "이미 이산화탄소로 인한 대기층문제, 온실효과문제, 히말라야 빙하감소로 인한 물부족 현상 등은 "불편한 진실"을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기후변화들이 보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런 기후변화들은 감염성 질환, 수인성 질환부터 기존 질환들의 악화, 정신건강에 이르기까지 질환과 부상, 사망률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신 교수는 보건계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Lancet지에서도 이를 21세기 가장 중요한 보건 이슈로 꼽으며, 현재의 문제이자 후세를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기후변화에 보건의료인들이 개입한다면 Co-Benefit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중 핵심 이슈로 꼽힌 것은 블랙카본이었다. 블랙카본은 대부분의 디젤 교통수단과 인도, 중국 등의 재래식 화덕에서 나오는 물질로 히말라야 빙하감소에 영향을 주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블랙카본이 호흡기질환, 대기오염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신 교수는 의료보건계에서 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2월 Global Climate and Health Summit에서 "기후변화에 정치와 경제가 연계된 분위기 상 보건의료인들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건강영향 R&D를 말하다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에서는 기후변화가 사망률의 증가, 호흡기질환의 증가, 전염병발생의 증가 등을 비롯해 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입각해 2008년 국가 기후변화 적응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환경부, 보건복지부를 포함해 국토해양부, 기상청,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된 모든 부처가 함께 포함돼 있다.

건강에 대한 부분은 폭염, 재해 등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영향 최소화,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취약군, 알레르기 질환, 오존오염 관리대책, 동아시아 지역 영향 등에의 대책, 말라리아, 쯔쯔가무시증, 매개성 전염병 등에 대한 관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대책들은 "과학적으로 종합적인 기후변화 위험평가 체계 구축"을 제시하며 감시, 예측능력, 장기 모니터링 등의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이 계획들이 실질적인 건강영향과의 연계성 부족, 미래에의 예측을 위한 평가요소 부재, 기후변화에 따른 질환 기초자료 및 평가도구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위해성 평가를 통한 사전관리, 기후변화 건강영향에 특수화된 질병요인 제어, 인프라 구축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미국은 2010년 연방차원에서 연계성을 가진 기후변화 태스크포스를 마련했고, 기후변화와 건강에 관련된 다학제적 그룹 및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는 "Climate and Health Program"을 운영하며 ▲기후변화에 관련된 과학을 주, 지역보건부처, 지역사회로의 이전 ▲기후변화에 대비한 의사결정 도구 마련 ▲기후변화로 인한 공중보건에 대한 계획 주도 등을 핵심 기능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도 "기후변화 건강영향 감시체계 개발 및 타당성 평가연구"를 발표해 폭염·재난·알레르기·천식, 재난, 감염병 감시체계, 알레르기·천식, 심혈관질환, 모든 질환들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신 교수는 여기에 더해 예측·평가제어분야에 대한 연구요소와 징후관계를 통해 예측가능한 입체적인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새로운 R&D 기획에 있어서 타부처와의 중복성을 고려하고, 보건정책에 특화된 연구를 선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R&D, 실제 진행은?

질병관리본부 질병매개곤충과 박미연 과장은 기상, 재해, 해양, 수자원, 식량안보, 산림, 건강관리에 관련된 부처의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인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을 소개했다. 시행 계획 중 건강에 복지부가 포함된 분야는 폭염 및 자와선 적응, 기상재해 적응, 전염병 적응, 대기오염 및 화학물질 적응, 알레르기 적응으로 협력해야할 주요 부처들인 환경부, 산림청, 기상청의 역할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R&D의 큰 주제로 환경질환과 감염성질환을 제시하고 있다. 감염성 질병항해에의 감시, 진단, 예측시스템 개발, 인프라구축 등은 국가가 주도하되 보건의료, 응급체계, 경제가치 평가, 진단기술, 치료제 개발, 공동연구 등은 연구 협의체에서 진행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에 2011~2015년 단계에서는 국립보건연구원(KNIH), 환경부, 산학연이 CCV Net 구축, 친환경 방제기술 및 기피제, 해외유입 매개체 거점 센터 구축을 과제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협의체에서는 해외유입매개체 진단제, 쯔쯔가무시, 뎅기열 등 백신, 모기 및 털진드기 차단 백신, 털진드기 유전체 연구를, 기후변화 매개체질환 국제공동연구로는 국제협력, 표준품개발, 매개체 정도 데이터베이스 개발을 과제로 설정했다.

그리고 2015년 이후에는 KNIH, 환경부, 산학연은 기피제 및 방제기술의 야외시험 및 실용화, 해외유입 매개체 거점센터, 질병예측모델 및 시나리오 연구를 진행하고, 협의체는 고감도 진단제 상용화, 쯔쯔가무시, 뎅기열 등 백신 임상시험, 모기 및 진드기 차단 백신의 유효성 평가, 병원체 및 매개능의 상호작용 연구를 진행한다는 단계적 계획도 제시됐다.

한양의대 예방의학과 최보율 교수는 패널 토론에서 "기후변화 감시체계 모델은 질환에 관련된 환경의 직간접노출과 함게 사회경제체걔, 보건의료체계를 고려해 건강에 대한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각 분야별 감시체계는 잘 구축돼 있지만, 이를 총괄할 수 있는 부처와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R&D 연구의 목표가 연구 자체가 돼서는 안된다"며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국민에 대한 실효성을 고려한 과제들이 선정되야 한다고 말했다.

▲R&D 과제 수요조사 결과

한편 질병관리본부 기후변화 태스크포스가 기후변화 건강분야 R&D 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56개 과제, 741.5억원의 예산이 제안됐다. 가장 많은 예산이 필요한 과제는 절지 및 설치류 매개질환이었고, 가장 많은 과제들이 제안된 주제는 폭염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예측 및 피해절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안이 많았다. 이외 수인성 및 식품매개질환의 연구, 절지 및 설치류 질환에의 치료제, 꽃가루 알레르기 및 천식에 대한 지표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높은 세계적 위상 속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 Interview
-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신동천 교수

"아직 구체적인 실행안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Global Climate and Health Summit에 세계의사회(WMA) 대표로 참석한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신동천 교수의 평이다. 신 교수가 이번 회의의 참여가 우리나라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아시아에서의 위상이다. 세계의사회(WMA)의 의석은 회비로 산정되고, 우리나라에 배정된 의석은 3분의 1석이다. 신 교수가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과 대만이 각각 3분의 1씩 더해준 덕분이다. 이는 반대로 아시아 대표로 우리나라가 손색이 없다는 주변 국가의 인식을 보여주는 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위상도 보여주고 있다. 신 교수는 "이는 WMA에 한중일 대표로 의석을 가져갈 수 있고, 기후변화에 대해 세계 의사들의 대표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우리나라 의사들이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또 "Summit에 WMA 대표로 참가했다는 것은 세계 의료계가 기후변화와 보건에 관련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덧붙였다. WMA 사무총장은 신 교수에게 기후변화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공유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단 신 교수는 흔히 보건의 범위를 질환에 국한해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기후 및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 건강에의 문제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관련된 정책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여파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기에 관련해 신 교수는 London School of Economics 교수이자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부사무총장인 Nicholas Stern 교수의 경제모델을 소개했다. 이 모델에서는 기후변화에 관련된 보건 문제를 경제관측 모델에 포함시켰고, 자원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부담률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후변화 대책에서 우선 과제로 꼽히는 부분은 인식도의 상승이다. 특정 분야나 막연한 미래에 대한 문제가 아닌 현안이라는 점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접근방법을 일상과 밀접한 방향으로 설정하고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의 경우 단순히 육식에서 채식으로 가야한다는 내용보다는, 식습관 개선으로 인한 만성질환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이후 나아가서 붉은 고기의 경우 닭고기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배에 가깝고, 채소에 비해서는 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통해 기후변화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문명전환의 운동으로 가야한다. 예측과학의 불확실성에 대한 논란을 넘어 우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블랙카본, 미세먼지 등 바이오메스 문제를 해결한다면 매년 200만명의 사망자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이의 예로 환경부는 자동차 매연에 초점을 맞추고 저탄소차량을 권장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블랙카본을 감소시켜 환경 및 건강에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편 현재 KIST에서는 앞으로의 선도기술로 환경과 보건에 관계된 오믹스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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