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지역 의료패러다임이 변한다

의료진 부족한 의료취약지역 환자관리 강화위해

메디칼트리뷴 아시아판 7월호=의료종사자들을 향한 보다 현대적인 서비스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들의 역할이 증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이런 변화들이 뚜렷이 나타나면서 동반되는 여러 부작용을 비롯, 작금의 변화·발전이 환자치료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전인적 의료(holistic healthcare)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면서, 미래의 의료시스템은 전문과목간 또는 전문의료진·의료보조진간 상호의존 및 협력을 바탕으로 시행될 듯하다.
 
그러나 단지 의료시스템의 변화요구를 채우기 위해 전통적 역할이 잠식당하는 것은 아닌지, 변화의 적용을 위한 진정한 교육·훈련 과정이 이뤄지고 있는지 우선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간호사나 의사보조원 책임감 확대의 필요성은 서구사회에서 충분히 인식돼 왔다. 일부 논쟁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성공적으로 이를 실천해 왔다.
 
간호사들에게 의사들과 동등한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의료진 부족때문에 환자진료가 지속적으로 위협받는 지역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보다 중시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동향이다.
 
아시아지역의 경우, 의료보조자(준의료활동 종사자)들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 추측하는 것처럼 거부반응이 일고 있지는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의사보조원시스템은 1960년대 중국에 도입된 "맨발 의사(barefoot doctors)룑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준(準)의사교육을 받은 이들은 주로 열악한 의료환경에 의료진조차 부족한 농촌지역에서 업무를 담당했다. 또한 전통치료법을 사용, 진료비를 낮추어 돈이 없는 환자들도 쉽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1차의료의 진보는 의료종사자들이 단순히 함께 일한다는 의미 이상을 포함한다. 의료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고, 의료전달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1차의료 역할에 대한 지역사회 및 관계자들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아시아지역 4명의 전문가로부터 이에 대한 견해를 들어 보았다.

간호사 약물부작용 즉시 파악 적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병원(HKL) 폐·응급치료 고문 제이안드란 박사에 따르면 말레이지아에서는 이미 일부 약물에 대해 의사 이외의 의료인의 처방행위가 허용되고 있다.
 
그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의료보조자들이 일부 경증환자에 대해 기초적 의료처방을 할 수 있는데, 충분한 해당교육을 받고 있으며 환자에 따라 적정한 의료시설의 치료진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룖며 "이같은 활동은 상보적인 의료서비스로, 말레이지아에서는 여러해 동안 행해져 왔다룖고 설명했다.
 
특히, 약물부작용(Advers Drug Reactions, ADRs) 보고에 있어 간호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담당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약물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CME)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제이드란 박사는 "간호사들은 입원환자들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사람으로, 상용약물의 부작용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즉시 파악할 수 있는 적임자룖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HKL 심장재활프로그램에서는 ADRs에 대해 의사들에게 보고하는데 있어 간호사와 약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ADRs에 대한 간호사들의 인식이 증대되면 이들의 역할도 커질 것이고, ADRs 보고와 관련해 의사·간호사·약사 사이의 상호의존적 관계가 정립될 것룖이라고 전망했다.

약사, 약물처방 검토 역할
 
▲싱가포르=
싱가포르약학회(Pharmaceutical Society of Singapore) 전(前)회장 추이 와이 박사는 "약사는 이제 더이상 단순히 환자에게 약을 공급하는 데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1차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룖고 주장했다.
 
그는 "약물치료(약료)의 개념은 특히 약사와 환자의 접촉이 많은 병원에서 정립된다룖고 설명, "노령층 등 복합치료환자를 비롯, 처방에 대한 약사들의 검토서비스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룖고 덧붙였다.
 
추이 박사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환자들이 의사들을 옮겨다니는 "doctor-hop룑 경향이 있어 약물처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이를 검토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바로 약사다. 환자들은 일반의에서 일반의로 이동해 갈 뿐만 아니라, 일반의에서 전문의로도 옮겨다닌다. 이 경우 환자들 대부분 이미 복용한 약에 대한 정보를 의사들에게 제공치 않아 같은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위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약사들은 처방전을 검토하면서 환자에게 알맞은 처방인지, 환자가 약물에 대한 순응성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약사들은 의사들과 협력해 환자에게 최적의 약물투여가 이뤄지도록 돕는다. 이는 환자가 중증상태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약물투여를 받을때 특히 중요하며, 약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간호사도 처방권 가져야"
 
▲홍콩=
홍콩의대병원 간호부장인 소피 창 박사는 간호사가 처방권한을 갖는 것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단, 이들은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적합한 교육을 받아야한다는 것의 그의 의견이다.
 
그는 "간호사가 처방권리를 갖는다고 해서 의사의 역할을 침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환자를 위해 함께 협력하는 한 팀이며, 의사들도 새로운 의료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이를 환영할 것룖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간호사의 역할을 넓힐 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1차의료에 있다"며 "서두룰 필요는 없지만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발전을 위해 이를 지지하는 마음자세를 가질 필요는 있다룖고 말했다.

"대중 인식부터 바로 잡자"
 
▲필리핀=
폐질환 전문가 마리아 벨라 시아스코코 박사는 "필리핀에서는 의료전달체계 수단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을 통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있다룖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1차진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시아스코콬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HMO에 대해 필요성을 못느끼며 활용하지 않는다룖며 룕HMO에서는 의사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치료기준들을 제시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호응을 못받을 수도 있다룖고 언급했다.
 
더욱이 일반인들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사고가 매우 보수적이며 시골지역에서 의사보조원들과 의사들의 차이가 좁혀진다 해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의사는 배의 "선장룑이고 간호사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룑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라고 말하는 시아스코코 박사는 룕필리핀에서는 전문의가 일반의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모든 것이 동일해 진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가정의나 일반의를 찾기보다는 어린이 질병에는 소아과의사를, 신종감기에는 폐전문의를 찾게될 것룖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필요한 것이 바로 대중에 대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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