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약제선택·투여지속 문제 등 환자특성 따라 결정

갱년기 여성에서 안전한 호르몬 치료법

여성은 페경 전후 안면홍조나 질 건조증, 성교통 등 비뇨 생식기관의 위축증과 불면증, 우울증 등 여러 신체적 및 정신적 변화를 경험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여성 호르몬 결핍이 꼽혀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기위해 결핍된 호르몬을 투여하는 방법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2001년 미국 정부에서 주관한 호르몬 치료의 만성질환에 대한 영향에 관한 연구(WHI) 결과 호르몬 치료군에서 유방암, 심혈관계 질환, 뇌졸중 발생이 10~20%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동시에 연구대상자가 고령(평균 63세)으로 기저질환을 가진 대상 환자수가 많았으며, 탈락률이 높았고 흡연자와 비만자가 많았으며, 대부분 증상이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등의 한계로 이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최근에는 맞춤형 호르몬 치료법이 선호되는 추세며, 특히 폐경 후 10년 이내 시작할 경우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데 초점을 두고 권하고 있다. 세계폐경학회는 2011년 호르몬 요법 사용지침을 발표했고, 유럽폐경학회와 북미폐경학회도 지속적으로 주폐경기 및 폐경 여성의 호르몬 요법을 위한 지침서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김 탁 교수가 제1회 대한산부인과학회 개원특임위원회-분만병원협회 공동 신년 연수강좌에서 최근 지침서들을 바탕으로 호르몬 치료의 최신지견을 발표해 이를 소개한다.


ET/EPT, 폐경 후 골절 위험 감소

북미폐경학회에서는 에스트로겐(ET)·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EPT)이 폐경 후 골다공증성 골절의 위험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있으며, 골다공증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약제를 선택할 때 ET/EPT와 다른 약제들의 장단점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다.

에스트로겐 요법은 혈중 에스트라디올 농도를 증가시킴으로써 골밀도를 증가시키고 이에 의해 골절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에스트로겐 요법을 받지 않는 여성은 받는 여성보다 고관절 골절 위험이 100%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호르몬 요법을 중단하면 급속하게 골소실이 일어나는데 이 속도는 매우 빨라 치료 받지 않은 여성의 경우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김 교수는 "골다공증에서 호르몬 요법의 장점은 고가 약품인 비스포스포네이트나 SERM 제제에 비해 저평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소포스포네이트의 예방적 용량인 5 mg을 투여하는 것보다 호르몬 요법이 1~2%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 또 비스포스포네이트가 젊은 주폐경기 여성에서 골절을 감소시키지는 않으며 SERM 제제의 경우 척추 골절은 감소시키만 고관절 골절을 예방한다는 임상자료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관상동맥질환·당뇨병 예방 목적으로는 사용 못해

관상동맥질환의 1차 예방을 위해 ET·EPT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가능성이 있지만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2차 예방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지지하는 데이터가 없다. 따라서 추가적인 자료가 나올 때까지는 여성의 나이와 상관없이 관상동맥질환 예방목적으로 ET·EPT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폐경이 되고 10년 이내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폐경이 되고 10년 이후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관된 결과는 없지만 일부 RCT가 폐경여성에서 ET·EPT 둘 다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뇌졸중의 1·2차 예방을 위해 호르몬 요법을 사용해서는 안되며, 특히 뇌졸중 위험도를 가지고 있는 여성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전신적인 ET·EPT가 정맥혈전색전증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관찰 연구와 RCT에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다만 호르몬 요법이 당뇨병 발생은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I에서 EPT는 21%, ET는 12% 감소 효과, 그리고 HERS 연구에서는 당뇨병 발생을 35% 줄인다고 밝혀졌으나 당뇨병 발생의 예방을 위한 유일한 목적으로 호르몬 요법을 권하기에는 아직 자료가 부족하다.


유방암 발생과의 관계, 추가 연구 필요

많은 연구에서 폐경 후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하고 있고 ET보다 EPT가 이런 위험성이 더 크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용된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토겐의 종류, 용법이 다양해 아직 근거가 부족하며 어떤 종류의 프로게스토겐이 유방암을 증가시키는지는 잘 계획된 대규모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ET·EPT의 유방암 발생 위험성을 체중에 따라 분석했을 때 비만(BMI > 30 ㎏/㎡)한 여성은 호르몬 치료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일부 보고가 있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호르몬 사용자에서 낮다는 보고가 많다. 호르몬 사용자의 유방암은 크기가 작고, 분화가 좋고, 임파절 전이가 적고 재발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그 기전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못하며,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과 그 외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망도 구분되지 못하고 있다.

호르몬 치료와 유방암 발생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호르몬 치료가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암의 진행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새로운 유방암을 촉발시키는지, 호르몬 투여법에 따라 유방암 발생 및 사망에 차이가 있는지, 우리나라 여성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지 등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호르몬 치료, 맞춤형 투여가 바람직

호르몬 치료는 폐경 직후 또는 폐경 후 10년 이내나 60세 전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적극 권고된다. 그러나 언제까지 지속하느냐는 호르몬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중증도~중증의 폐경증상을 가지고 있는 주폐경여성에서 ET·EPT가 유방암이나 심혈관질환,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골다공증성 골절 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연구된 RCT는 없다. 이에 WHI 연구 결과를 증상이 있는 50세 이하의 여성이나 조기폐경 여성들에게 적용해서는 안된다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발표된 데이터로는 장기간 사용했을 때 호르몬 치료의 이익과 위험 중 어느 것이 더 많을 지 알 수 없으며, 여성의 나이와 호르몬제제의 종류와 상관 없이 치료를 중단했을 때 약 50% 여성에서 증상이 재발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성이 임상의의 감독하에 있고 잠재적인 실과 득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호르몬 치료를 중단하는데 실패한 후 폐경 증상의 완화가 어떤 다른 위험성보다도 더 크다고 본인이 생각하고 있을 때 △중등도~중증의 폐경 증상과 골다공증성 골절의 높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 △적절한 대체 치료방법이 없고 이미 골량의 감소가 있는 여성에서 골소실을 더욱 예방하기를 원하는 여성 등에 한해 저용량 ET/EPT의 사용을 연장할 수 있다.

단 혈관운동장애와 같은 증상들의 재발률이 호르몬치료를 갑자기 중단하거나 서서히 용량을 줄여가면서 중단한 경우나 비슷한 것으로 밝혀져 있어 호르몬 치료를 중단하는 방법에 대한 특별한 권고사항은 없다.

김 교수는 "기대수명이 연장되는 것에 따른 의료비를 감안한다면 심혈관 질환이나 유방암과 같은 가정된 위험성 때문에 호르몬 요법이 과소평가되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며 "호르몬 요법의 포기는 폐경 여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호르몬 용량과 약제 선택, 특히 중요한 투여 시작 시기와 기간을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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