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장폐색증 환아 대상…소아외과 김대연 교수팀 "희귀질환 완치 가능성 열어"

복강경 다장기이식이 만성장폐색증의 완치가능성을 열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소아외과 김대연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12일 만성 장 가성 폐색 증후군(이하 만성장폐색증후군)으로 6년간 투병해 온 조은서(7살)양에게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복강 내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7개의 동시 장기이식을 시행해 성공했다.

병원은 이번 이식수술은 국내에서 3개 이상의 복강 내 동시 장기 이식이 고난이도인만큼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과 희귀질환인 만성장폐색증후군을 치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수술은 총 9시간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며, 이후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지 4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가 호흡이 가능해지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또한 9일 째부터 위루관을 통한 음식 섭취가 가능해졌고, 20일 째부터는 입으로 죽을 먹기 시작했으며, 한 달째에는 6년 넘게 맞아온 영양주사를 끊고 식사로만 영양 섭취가 가능해졌다. 두 달 후에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나날이 좋은 회복세를 보였다.

수술을 진행한 김대연 교수는 "국내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생존 확률이 낮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완치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수술결과"라며 "간이식의 세계적인 대가인 이승규 교수의 지도하에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가진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팀의 역량과 협력이 중요한 성공요인이며 수술 후 밤낮없이 힘쓴 의료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이식 성공 소감을 밝혔다.

만성장폐색증후군은 장 운동 자체가 없어 음식을 먹는다 해도 다 토해버리고 칼로리의 30%정도 밖에 흡수하지 못해 나머지 70%는 주사제로 보충해야 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전국에 환자가 10명 내외로 알려진 1년 생존율은 87%, 4년 생존율은 70%로 보고되고 있으며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완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조양은 2005년에 미숙아로 태어나 만성장폐색증으로 진행 4살도 채 되기 전에 꼬인 위를 원상복귀 시켜주는 위염전 수술 등을 받았고, 이후 운동기능을 손실한 결장을 우회하는 대장루술을 시행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팀은 소아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1994년 생체간이식을 성공한 이후, 담도폐쇄증, 급성 간부전, 윌슨병, 간세포암과 그 외 대사 질환이나 혈액 응고 장애 등의 희귀병 환자들에게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고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를 통해 건강한 간이 성공적으로 이식되도록 했다.

또한 김 교수는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소장이 너무 짧거나 기능을 못하게 되는 단장(短腸)증후군으로 인해 영양섭취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한 단장증후군 클리닉을 운영하며 영양제 치료와 소장 수술 등을 통해 많은 치료 경험을 쌓았다.

서울아산병원의 최근 10년 동안 수술결과는 수술 후 3개월 생존율 97%, 1년 생존율 94%, 3년 생존율 93%, 5년 생존율 91%, 10년 생존율 91%로 미국 신시네티 어린이병원의 간이식 수술 후 3년 생존율 89% 보다도 높은 성과로 해외 유수 기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단 미국의 경우 장기나 기타 신체 조직에 관한 이식에 대해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다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관련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다장기이식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어 조양과 같은 경우 이식을 받기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991년 피츠버그 메디컬 센터가 처음 다장기이식을 시행한 이후 2011년까지 평균 연간 30건, 총 650건 정도의 다장기이식이 시행되었다. 또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복강 내 장기 이식을 받은 소아환자 중 약 30%가 다장기 이식 수술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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