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대상자 건강상태 반드시 파악…약물 적정량 투여해야

수면내시경(의식하 진정내시경)중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관련 의사들과 학계가 긴장하고 있다. 위암 조기발견의 기본검사로서 진단율 향상에 기여하는 이 시술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지난달 31일 이 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갖는 한편 이 시술에 대한 지침을 준비하고 있고 일부 대학병원들은 자체 시술방법을 재검토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환자들의 불신을 우려, 학계의 지침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건은 8월 26일 삼성동소재 모 내과의원에서 56세의 환자가 사망한 것과 같은달 12일 부산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던 60세의 남자가 의식을 잃고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사건이다. 사건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일부 대학병원들도 한 두건씩 이와 같은, 또는 유사한 사고를 당했던 것으로 관련학계 인사들이 전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사망원인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수면내시경이 일반 내시경 시술 이외에 약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 약물자체의 적정성과 투약 전후 처치의 실시여부에서 사인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면내시경은 사실 수면상태의 시술이 아니라 진정제를 사용, 의사의 말이나 가벼운 자극에 반응하는 진정상태에서 시술하게 된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의식하 진정내시경"으로 지칭하는 추세이다.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물은 "이미다조 벤졸디아제핀"계와 "디아이소프로필페놀"계 두가지. 이중 이미다조 벤졸디아제핀계는 기억상실이나 항근육경련 효과가 뛰어나 진정제의 대명사처럼 돼 있는 디아제팜 보다 역가가 6∼7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맥주사시 5∼6분 후 효과가 나타나 2∼4시간 지속되고 건강성인의 첫 투여량은 체중 1㎏당 0.035∼0.070㎎, 총투여량은 0.1㎎이다.
 
이에 비해 디아이소프로필페놀은 진통작용은 거의 없지만 마취제의 하나로 간주되며 정맥주사시 30∼60초 후에 무의식상태를 유발하고 1.8∼4.1분 이후 역가가 줄어들어 10∼30분이면 정상을 회복하는 등 이미다조 벤졸디아제핀계 보다 월등하게 빠른 효과와 회복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단시간 시술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약물의 부작용은 대개 초기 과량 또는 중복투여(특히 노약자)로 인한 과량투여로 빚어지며 저산소증을 비롯한 심혈관계와 호흡계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또 만성신부전증환자(이미다조 벤졸디아제핀계)와 콩이나 달걀에 대한 과민환자, 임산부, 수유부(디아이소프로필페놀계) 등 특수한 경우는 절대금기시하고 있다.
 
따라서 학계는 불의의 사고예방을 위해 시술대상자의 사전 건강상태 파악과 적량 투여, 그리고 투약 후 지속적인 환자상태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다조 벤졸디아제핀계는 길항제(플루마제닐계)가 있어서 응급상황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지만 디아이소프로필페놀계 약물은 적절한 약물이 없으며 강력한 진정작용으로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외국의 보고에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디아이소프로필페놀계 진정제는 강력한 마취제로서 기도확보능력 및 심폐소생술에 탁월한 전문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한 내시경 시술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마취과의 건의에 따라 사용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행 교수는 "미국내시경학회가 디아이소프로필페놀계 약물은 기도유지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장비와 전문적인력이 확보되어 지속적으로 환자의 동맥산소포화도와 혈압 및 심전도를 관찰하는 상황에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하고 진정효과가 다소 늦더라도 중복투약은 서서히,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면내시경에 사용하는 약물 중 디아이소프로필페놀계가 70%가량 된다는 약업계의 분석은 이 약물의 사용빈도가 높고 그 만큼 불의의 사고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특히 시술전 후 환자상태를 감시할 수 있는 시설, 장비, 훈련된 인력이 부족한 개원가 등 의료기관에서 높을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수면내시경이 수입(약물, 처치료 별도 비급여 본인부담) 또는 환자편익과 진료면에서 다소의 유리함이 있지만 그 만큼 위험성도 크다는 점을 명심, 어느 약물을 사용하던지 갖출 것은 갖추고 할 것은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관련학회가 국내 현실을 평가하고 약물정보 등의 전달에 나서고 있고 약물사용에 관한 지침서를 준비중이어서 다행이지만 이미 선진외국이 10여년 전부터 지침서나 관련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우리도 보다 신속한 정보전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내시경이 위암 등의 예방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 현실적인 수가를 반영함으로써 조기발견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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