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약가 인하 등으로 인해 제약업계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제약 경력직이 의료기기업체로 상당수 이탈하는 분위기가 확인됐다. 최근 3개월에서 6개월 이내 동향을 살펴본 결과, 제약인들이 의료기기의 굵직굵직한 G사, P사, J사 등의 임원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의료기기업체에서는 제약의 체계적인 영업 마케팅 경험을 높이 산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으로는 유사 업종이면서도 자신의 경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으로 꼽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약과 의료기기는 유사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막연한 환상만으로는 막상 부딪혔을 때 좌충우돌할 수 밖에 없으며, 이렇게 되면 고액의 몸값을 지급하며 데려온 회사로서도 손실이 된다.

제약업계 영업 마케팅 20년 가까이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5년 전부터 일회용 안전주사기로 일컫는 Prefilled Syringe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BD코리아 예병진 상무(사진)는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다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우선 의료기기 임상 마케팅은 디테일이나 영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재와 특성에 따라 많은 걸 좌우한다. CT, MRI부터 소모품에 이르기까지 품목이 매우 다양하며, 이에 대한 화학 성분이나 원리까지 세세히 알아야 한다.

제약은 최후의 사용자인 의사, 약사만 상대하기 마련이지만 의료기기는 고객 자체가 다를 수 있다. 간호사나 방사선사가 될 수도 있다. 예 상무는 "의사결정권자도 실제 사용자 외에 원무과, 구매과 등까지 포괄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이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제품 한 품목의 키닥터를 위주로 관리하는 제약과는 전혀 다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품에 대해 의사보다 더 뛰어난 전문가여야 한다. 수술장에 필요하다면 직접 제품을 갖고 시연도 해야 하고 프로그램을 설명해야 하며 술기가 능숙해지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의약품은 논문 등을 바탕으로 설명을 하면 되지만, 의료기기는 습관과 관습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직접 사용을 하게 하는 경험마케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품목만 맡는다는 보장도 없다. 의료기기는 품목이 매우 다양하고 시장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담당해야 할 수 있다. 치료재료 보험적용도 의약품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 다른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의료기기산업협회 등에 관련 교육을 미리 숙지하면 좋다.

예 상무는 "제약, 특히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분야에 있을수록 본인은 더 대우받고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길 원할 수 있지만, 의료기기의 특성상 오히려 업무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 무작정 옮기다 보면 괴리를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심이 있다면 의료기기 관련 교육 등을 사전에 공부하고 경험담을 많이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다. 옮기게 되더라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는 "다양한 제품, 다양한 환경을 많이 접해본 이들이면서도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하고 기존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존 멤버들에게 자극을 주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제약인 출신의 경험과 이점을 살릴 수 있다"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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