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관아기 탄생 25주년 上

지난달 25일로 세계최초 시험관아기가 태어난지 25주년을 맞았다. 당시 의학계에 큰 논쟁을 불러왔던 시험관아기의 탄생. 언론은 물론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시험관아기 25년을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시험관인공수정기술은 신에 대한 도전은 물론 복제인간의 모태가 될 것이라며 초창기 윤리적 비난에 직면했었다. 과연 오늘날 사회적 인식은 어떻게 변했으며 시험관아기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시험관인공수정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1·2부로 나누어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본다.


1978년 7월 25일 자정 무렵. 영국 올드햄 종합병원 수술실에 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계 최초의 시험관아기 루이스 브라운(여)이 인류 의학사에 한 획을 그으며 세상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1979년 1월 두번째 시험관아기 알라스테어 맥도날드(남)가 태어나면서, 생식의학은 바야흐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됐다.
올해로 세계 최초의 시험관아기가 태어난지 25주년이다. 당시 시험관아기를 성공적으로 탄생시킨 주역은 패트릭 스탭토우와 로버트 에드워드 박사. 이들은 임신부에게 나팔관이 없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제왕절개술을 택했다. 자연임신이 아님을 증명키 위함이었다. 시험관아기를 세상에 내보낸 두사람은 고인이 됐지만, 루이스와 알라스테어는 지금 방년(芳年)과 약관(弱冠)의 나이로 건강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지난달 25일 영국 캠브리지 본홀클리닉(Cambridge Bourn Hall Clinic)에는 시험관아기 1000명과 그 가족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루이스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성인이 된 이후 그녀가 언론이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 NBC 보도에 의하면, 영국 브리스톨에 거주중인 루이스는 현재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이날 시험관 인공수정기술로 태어난 동료들과 관련 의사들을 향해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라며 "지금까지와 같이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시험관아기를 가져야 한다면 고려하겠냐는 질문에는 확고한 어조로 "Yes"라고 답했다.

대학 졸업후 취업을 준비중인 알라스테어도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가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된 건 9살 때였다. 할아버지로 여기고 있던 패트릭 박사의 죽음을 접하고 슬픔을 참지 못하던 그에게 부모가 모든 사실을 말해 준 것이다. 인공수정이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그의 부모는 "누군가의 도움을 빌어 자연스럽게 태어난 인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평범한 사람으로 봐 줄 것을 당부했다.

국내에서는 1985년 10월 장윤석 당시 서울의대 산부인과 교수(현 의료재단 마리아병원 명예원장)팀에 의해 최초의 시험관아기가 태어났다. 장교수는 국내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44회의 실패 끝에 쌍태아 임신에 성공, 제왕절개술로 건강한 여아(회)와 남아(의)를 출산시켰다.

이들 남매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성적도 우수해 대학진학을 낙관하고 있다고 한다. 장박사는 "남매 모두 자신의 출생과정을 알고 있으며, 사춘기이고 수험생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학진학 후 성인이 되었을 때 언론에 모습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루이스 브라운 이후 전세계적으로 100만명의 시험관아기들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현재 미국내 인공수정 성공률은 25%, 출생아수는 3만5000명에 달한다고 NBC가 정부 통계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장박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시험관인공수정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1회 임신성공률이 40%까지 육박하고 있다. 이는 자연임신 성공률과도 맞먹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의협에 등록된 시험관인공수정시술센터는 총 96곳. 최근들어 연간 1만6000~1만8000건의 시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장교수는 추정했다.

이중 출산까지 성공하는 비율은 대략 30%로,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출생한 시험관아기수는 2만~3만명 정도로 전해지고 있다. 시험관아기술이 성행하면서 너무 상업화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장교수는 "나팔관을 뚫어 배란을 유도해도 되는 환자에게 시험관아기시술을 적용하는 예도 있다"고 지적, "분만수가가 낮은 국내 현실때문에 적자보전의 도구로 전락, 남용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의사들의 양심과 경각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올해 우리나라 불임부부 숫자는 64만쌍. 90년 25만쌍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1회시술에 200~400만원이 소요되는 치료비 때문에 원하는 시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에서는 불임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이 높은 치료비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이상 조선일보 8월15일자).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시험관아기기술. 이제 보다 구체적인 윤리적 합의와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할 때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