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제제인 스티렌은 국내에서 개발된 천연물신약 1호다. 효과도 좋고 부작용이 적어 의사와 환자들에게 인기다. 국내에서만 연간 판매량이 6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앞으로 스티렌을 팔때마다 외국에다 로열티를 줘야한다면 어떨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고야의정서 채택으로 조만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이른바 생물자원에 대한 공유와 합리적 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적 법안이다. 거창한 설명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 법의 목적은 해당국가의 생물자원(천연물)으로 신약을 만들 경우 해당국가에 로열티를 지급해야한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법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스티렌 같은 약물을 개발시 외국에 로열티를 내야한다.

스티렌의 경우 현재 주성분의 원료는 모두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 경우 개발사인 동아제약은 중국에 로열티를 내야되는 것이다. 참고로 스티렌의 성분이 되는 천연자원물을 우리나라도 갖고 있지만 국내에서 채취하고 가공하는 인건비가 비싸 다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나고야 의정서가 한미FTA의 허가-특허 연계제도 보다 더 중요하다는 전문가들도 여럿 있다. 이에 따라 기업 또는 관련 업체들도 해외 생물유전자원 및 관련 전통지식을 이용한 경우에는 ABS에 관한 나고야의정서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정학화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전망이다. 메디칼업저버는 국내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나고야의정서에 대해 낱낱히 살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글싣는 순서

-생물다양성협약과 나고야의정서
-나고야의정서의 주요 규정
-나고야의정서 제약업계 상관관계
-나고야의정서 외국의 대응사례
-나고야의정서 국내제약사 대책은?

나고야 의정서란

나고야의정서를 이해하려면 먼저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이 채택된 배경을 숙지해야한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유엔환경계획(UNEP)하에 지난 1992년 5월 채택됐다. 이후 같은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서명 개발이 이뤄져 이듬해인 1993년 12월 29일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발효 다음해인 1994년 10월 3일 서명해 당사국이 됐다.

애초 생물다양성협약은 인간의 생태계 파괴에 따른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전 세계 많은 국가들 사이에서 약속된 국제협약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생물다양성협약이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처럼 지구환경보호협약 성격을 띤 것이다. 하지만 생물다양성은 다른 협약과 달리 생활과 산업에 깊게 연관되어 있어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특히 생물다양성에서 다뤄지는 주제는 자연을 포함한 생물다양성의 보전뿐만 아니라 농림수산업과 바이오산업에 이용되는 자원으로서의 생물체의 이용, 생명공학기술 등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의 취급 등 상당히 폭넓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기업의 경제적 수익과도 연관되는 것이다.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된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다.

천연자원에 대한 로열티 지급 담아

생물다양성협약 제 1조(목적)에서는 세가지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생물다양성의 보전이고 둘째는 그 구성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이다. 세번째는 앞서 두가지와는 성격이 다른 유전자원의 이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다.

이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이른바 자원부국들의 제안이 반영된 것으로 자원으로서의 생물체가 각 국가의 주권에 속하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제 3자의 목적에 따라 각국은 자국의 규정이나 정책에 의거해 자국내 유전자원의 이용을 규제할 수 있다. 그 때 해당자원을 이용하는 자는 유전자원의 이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자원제공국에 공유해야함을 협약의 목적중 하나로 담은 것이다.


그러나 생물자원 보유국들은 이익공유를 더욱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국제적인 규범을 채택하자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CBC 제 10차 총회(일본 나고야)에서 이 세번째 목적에 관한 법적구속력이 있는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익공유(ABS)에 관한 나고야의정서"가 드디어 채택된 것이다. 앞으로 남은 것은 50개국 국제비준이며 이후 90일이 지나면 발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고야의정서를 면밀히 살펴야하는 이유는 바이오산업의 근간이 생물유전자원에 있다. 생물다양성을 소재로한 세계 바이오산업의 시장규모는 약 2163억 달러(2008년)에 이르며 연평균 11% 이상으로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도 최근 10년간 연평균 19%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성장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시장가치가 높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바이오산업의 발달로 인해 핵심을 이루는 생물다양성의 경제적 가치가 증가될 것이며 이에 따라 생물유전자원의 선점을 위한 경쟁은 날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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