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 치료대책 없고 환자 수 조차 파악안돼
최근 샴쌍둥이 분리 수술이 세계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이같은 지적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희귀질환은 환자수가 2만명 미만의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의 희귀질환은 모두 6천여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 희귀질환자들은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의료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내지는 소외 당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현재 전문적으로 희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나 시설은 일부 대학병원에 한정돼 있고 그나마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희귀질환자의 치유가 가능하려면 이 질환의 기초 및 임상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데 사실상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희귀질환자들은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희귀질환 치유는 물론 국내 환자 수 파악과 관리도 꿈도 못꾸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지난 82년에 희귀질환을 전담하는 임상유전학 전문의제를 도입했으며 일본도 92년부터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등 전문가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희귀질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의료인은 고작 5명 이내에 불과하다. 이 인력도 미국에서 배출한 것이다. 매우 한심스럽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의료비 지원사업으로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에 따라 외래진료비의 20%만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혈우병 등 12개 질환만이 이에 해당된다.
근접한 일본의 경우 72년에 스몬병, 베체트병, 중증근무력증, 전신성 홍반 4개 질병을 대상으로 희귀질환 대책을 시작해 현재는 46개 질병에 대해 치료지원을 하고 있다. 예산도 그 당시 86억엔에서 2000년에 970억엔(1조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대상자가 일부 질환 환자로 한정,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장애자로 등록되는 경우도 거의 없어 이들의 생활고는 더더욱 심해지고 있다.
희귀질환자들은 막대한 병원비와 의약품 비용, 질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정부가 점차 의료비 지원사업을 확대해 가고는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 소홀과 의료의 혜택은 전무하다시피하다"며 보다 파격적인 지원으로 이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함을 강조했다. 현재의 지원 규모로는 혜택을 받는 일부 희귀질환자들도 막대한 진료비 등을 감안하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희귀질환자의 치료를 위한 희귀 의약품 공급의 어려움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국내 수요가 적고 시장성이 없어 연구 개발과 생산이 활성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희귀의약품 공급 문제는 시장성과 채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의약품의 수입과 제조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의 신속한 구입 및 공급에 애로 사항이 많은 게 사실이다.
다행히 한국희귀의약품 센터가 설립, 운영되면서 다소나마 수요자가 필요한 의약품을 신속히 공급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 그러나 이들 희귀의약품을 데이터 베이스화해야 하는 등 숙제를 안고 있다.
김현주 아주의대 교수는 "고도의 생명 과학 기술을 이용한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과 유전 상담을 통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포괄적인 희귀질환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 정책과 "더불어 살아간다룑는 국민의 성숙한 공동체 의식과 참여가 우리 사회에 조속히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희귀질환 DB의 구축을 통해 희귀질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희귀질환자들은 대부분 유전적이다. 가계도 분석을 통해 이 질환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진 외국처럼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이들이 받는 의료 혜택의 범위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해 줄 때 이 희망은 보이는 것이다. OECD국의 일원인 나라에서 희귀질환자라는 이유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평생을 고통속에 살며, 생명을 잃고 가정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 정부와 국민, 의료인 등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