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된 기술 문제 발생하면 대처 방법 없어

1. 안전성 검증 실패
2. 카바 제2의 ESD 예고
3. 해외사례
4. 발전 방안


조건부 비급여 후 급여권에 포함시킨 첫 사례인 ESD가 고시 전체 변경이라는 오명을 남긴 가운데 같은 과정을 밟아야 하는 카바(CARVER) 또한 만만치 않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어 신의료기술 평가에 대한 혹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실한 검증 절차, 공신력 떨어뜨려

신의료기술을 둘러싸고 안전성이 강조되는 것은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돼 있다는 측면에서 어찌보면 당연하다. 효율성 또한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건강보험재정과 보장성 측면에서 의료인과 환자, 정부 당국 모두에 민감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ESD 시술범위 확대 및 수가 인상이 건강보험정책심의회를 통과할 당시 가입자측은 강력 반발했었다. 복지부는 각종 논란과 내외부 압력에 못 이겨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적응증을 확대했고, 가입자들은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즉, ESD에 대한 2년여의 추적연구가 발표되지 못하면서 어떤 의학적 타당성도 가지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 급여권으로는 인정해주되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환자 본인부담금 100%로 결정된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부실한 검증절차로 인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 것이라는 비난인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연구기한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연구자에 대한 비난과 함께 최종 책임자인 복지부에게도 돌아갔다. 의학적 근거창출의 책임을 학회에게만 지우는데 대한 비난이었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문제점이 곧 동일한 수순을 앞두고 있는 카바에서도 그대로 답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바, 신경전 속 전향적 연구 파행

카바는 내년 6월, 3년간의 한시적 비급여 만료를 앞두고 있으나, 고시에서 명시하고 있는 전향적 연구는 커녕 연구자로부터 "신청철회"라는 핵폭탄을 맞은 상황이다.

지난 2007년 3월 신의료기술 신청 이후 2009년 6월 3년간 전향적 연구를 조건으로 한시적 비급여가 결정된 카바는 전향적 연구 평가기관과 연구자가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며 갑론을박만 남긴 채 결국 파행됐다.

이후 복지부는 카바수술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구대상자 및 질환을 확정했으나, 연구자인 송명근 교수가 제한적 적응증 및 관리위 구성에 반발, 신청철회를 선언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송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리위원회가 카바수술 임상연구 적응증을 대폭 축소함에 따라 3년이라는 시한 내에 적응증 환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신청철회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연구자는 일방적으로 고시철회를 선언하고 정부에서 정한 적응증을 벗어난 시술을 이어가고 있다(지난해 7월 철회 선언 후 건국대병원에서 청구되고 있는 대동맥판막성형술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급 보류를 결정하고, 청구 건을 카바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 논의 결과, 일부를 카바로 결론짓고 조정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평가가 의료의 질적 효과를 넘어 행정적, 윤리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 증폭은 정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심평원은 연초 송명근 교수와 관련 학회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기획했으나 불발됐다.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소통의 장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나 학회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당초 1월 12일로 기획된 공청회는 열리지 못했다.

심장학회 등 관련 학회들은 "카바 관련 이슈를 정치적 논리가 아닌 학문적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더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바를 둘러싼 논란은 봉합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에도 고시가 끝나기 전까지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규제책이라고 해봐야 청구 건에 대한 지급보류 수준이다. 특히 향후 카바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환수 조치 이상의 처분은 힘들 것이라는 점도 제도가 가진 한계를 엿보게 했다.


신의료 급여권 흡수 타당성 논란까지


제도 도입에 따른 재정적인 부담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매년 건보재정 악화가 큰 고민거리인 상황에서 근거가 부족한 신의료기술을 보험급여체계 안에 포함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신의료기술과 관련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고 근거가 충분한 기존 시술이 가능한데도 환자가 신의료기술인 로봇수술을 선택했다면 그때도 건강보험 적용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체 가능한 시술이 있는데 근거도 불충한 신의료기술까지 보험에서 인정해야 할 이윤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운영 중인 신의료기술의 문제점은 이뿐이 아니다. 제도 자체가 신청된 건에 대해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해 제도권 안으로 흡수시키기 위한 디자인만 돼 있다.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보완책 조차 없으며, 향후 신의료기술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에 대한 분석도 없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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