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기본…환자와 소통은 필수

1. 암병원 현주소

2. 암병원 과다경쟁 해법은?

3. 해외운영사례와 국내병원의 개선점

4. 경쟁보다 앞서야 할 것들
5. 암치료수준 향상을 위한 제언


의료인-환자, 신뢰로 맺어진 관계…"사람" 중시하는 제도적 뒷받침 중요


최근 여러 가지 진단 기술, 신의료기술,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 및 표적치료제의 개발과 함께 암환자의 치료 성적 향상이 생존기간의 연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암은 "불치의 병"에서 "치료하면서 가지고 사는 병"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암 치료 수준은 의학적으로는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암전문의들도 의술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 온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환자들은 우리나라의 암 치료 수준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해외 유수의 암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고에서는 앞으로 더욱 암 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초적인 암 연구에 대한 투자 필요

새로운 암치료를 위한 기술이나 신약이 임상에 도입되기 위하여는 암의 발생, 전이와 관련된 기초의학 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실험실에서 충분한 실험결과가 동물실험 및 이행성 연구를 통하여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되면, 임상시험이 진행되게 된다.

그러므로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 및 기초 의학연구 인력의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의 유수한 암센터들의 경우 한해 한 기관에서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연구비를 암에 대한 기초 연구, 이행성 연구 등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암연구비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며, 상당한 연구비가 몇몇 중견 연구자에게 집중되어 일반적으로 암 연구를 하는 다수의 연구자들은 연구비 수주가 상당이 어려운 형편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초 의학연구 및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중개 연구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투자 및 의과학자의 안정적인 신분 유지가 필요하다.

다학제적인 암의 진단과 치료

암환자의 경우 진단 과정부터 치료 및 관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분야의 도움이 전체 암치료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특히 환자와 직접 대면하지는 않지만, 암진단에 매우 중요한 병리과, 진단검사 의학과 및 영상의학과의 발전이 뒷바침이 되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되어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

또한 수술 및 중재 시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등의 다양한 분야의 치료, 정신적인 지지를 위한 정신과 진료, 암 수술 후 재활, 암 수술후의 성형수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각 환자에게 알맞은 치료를 제시하는 것이 환자의 치료성적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성공적이고 향상된 다학제 진료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인들 스스로의 "열린 마음"과 "원활한 의사소통", 의료인의 "수고"에 대한 적절한 수가 체계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임상연구의 경쟁력 강화

다국가 대규모 임상시험 혹은 새로이 개발된 초기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 하기 위하여는 우수한 연구 능력이 있어야 진행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임상연구에 활발히 참여해 양적으로 급격히 성장해 2009년 www.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임상연구 통계에 의하면, 서울이 임상시험을 세계적으로 많이 하는 세계 4위의 도시로 발돋움하게 되었고 2010년에는 세계 2위로 올랐다. 이는 M.D 앤더슨 암센터가 있는 휴스턴, 메모리얼 슬로먼캐더링 암센터가 있는 뉴욕, 다나파버 암연구소와 MGH 등의 하버드대 메디컬센터가 위치한 보스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또한 초기 임상인 I 상 임상시험의 증가 추세는 우리나라 임상시험의 수준이 신약개발 선진국형으로 변화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많은 임상연구를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은 연구에 대한 열정과 환자를 위하여 고생하는 것을 마다 하지 않고 장시간을 투자하는 우리나라 임상 연구자들의 열정과 희생에 기인한다.

ALK 유전자 변이가 있는 폐암환자에서 I 상 임상시험을 시행하면서 알게 된 Crizotinib 의 효용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국내 연구자가 미국 임상 종양학회의 구연발표 세션에서 발표하게 된 것은 대표적인 예가 되겠고, 이를 근거로 ALK 변이가 있는 우리나라 폐암환자들이 실제로 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를 보조 하기 위해 국가 임상시험 사업단이 2007년 설립된 것은 고무 적인 일이며, 앞으로도 우리 임상연구의 질을 향상 시키기 위하여는 국가 수준의 제도적, 경제적인 뒷 바침이 반드시 필요하며 현재의 우수한 인프라를 이용할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적절한 보험

최근 여러 가지 신 의료기술과 표적치료의 개발과 함께 암환자의 치료 성적의 향상이 생존기간의 연장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보험 체계 및 의료법하에서는 새로운 시술이나 수술, 고가 신약의 경우 의학적으로는 표준치료로 이미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체계 안에서 합법적으로 사용 가능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려서 애를 태우거나 일부 약제의 경우는 보험이 되지 않아 고가의 항암 치료제를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합리적인 보험체계의 확립과 법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우수 의료인•안정적인 의료 인력의 확보

가끔 신문 기사를 보면, 우수한 인재들이 기초 학문을 하지 않고,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시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의학은 기초학문 및 응용학문을 조화시켜 환자에게 이익을 주는 실용학문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도전할 만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이 우수 인력을 올바르게 교육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의학자 및 임상의사로 성장하게 도와 주는 것이 국가 및 선배 의료인으로서 역할이라 생각한다.

세계적인 암센터인 MD앤더슨 암센터의 경우 병상당 의료진의 수는 우리나라 대형병원의 약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적절한 능력을 가진 종양의학자와 임상의료인력이 적재 적소의 안정적인 환경에서 진료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행정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의료진과 환자, 사회와 의사소통 향상

암 치료는 시작이 중요하다. 처음에 방향을 잘 못 잡으면 환자도 힘들고 치료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있다. 또한 암환자가 의료진을 믿고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 형성이 되어야 치료하는 의료진도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 할 수 있다. 신뢰를 쌓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에게는 의료진도 방어적인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하여는 환자 및 보호자와 대화 및 설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수 적이다. 환자 중심의 진료를 하는 것이 이상적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백여 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려면, 한 환자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을 수 밖에 없으므로 충분한 보상을 하고 충분한 시간을 환자에게 할애할 수 있도록 의료 인력의 보충 및 "사람"을 중요시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완화 의료 질 향상·장기 생존자의 관리

암의 치료와 더불어 중요한 암환자의 관리는 여러 면에서 첨단 치료와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첨단진단 및 치료와는 달리 서서히 발전해 가고 있는 양상이다.

암이 진행되어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편안한 환경에서 적절한 care를 통하여 암을 다스리고, 임종에 관한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어주고, 가족들과 함께 남은 여생을 정리 할 수 있는 시설과 이들을 도와 줄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암이 완치된 상태에서 장기 생존하고 있는 환자들의 재발 방지, 이차 암예방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암 치료 수준을 향상하기 위하여는 암과 관련된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합리적이고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여 물질보다는 "사람"을 중요시하는 생각을 가지고 경쟁력을 높여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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