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학계는 올해 결핵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국내 특화 진료지침 발표로 야심찬 시작을 보였지만, 천식의 경증질환분류로 답답함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올해 초 눈에 띄는 성과는 결핵과 COPD 국내 진료지침 발표다. 먼저 모습을 보인 결핵진료지침은 지난해 대한감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먼저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진료지침은 국내에서 다제내성결핵과 함께 새로운 결핵환자, 20대·노인에서의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황을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민간이 협력한다는 차원에서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를 비롯 대한감염학회, 한국소아감염병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흉부영상의학회, 질병관리본부, 대한결핵협회 결핵연구원 등이 함께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결핵진료 지침(2005), 질병관리본부 결핵관리지침(2010)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영국, WHO 등 총 7개의 대표적인 진료지침을 검토해 국내 특성에 맞게 구성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폐결핵, HIV 관련 결핵, 잠복결핵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잠복결핵으로 적극적인 예방에 대한 권고사항을 주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 결핵 퇴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진료지침 위원회는 설명한 바 있다.

진료지침에서는 결핵환자를 입원진료하는 기관은 격리병실을 갖추고, 전염성 결핵 의심환자에 대해서는 확진 전에 격리조치를 하도록 했다. 또 검사결과가 나오는 기간동안 격리해제를 위해 2주간 치료를 시행하고, 임상적인 호전과 함께 객담 도말검사의 음전을 확인하도록 했다.

공청회에서는 이를 위한 여건조성이 부족하고, 실제적으로 2030년까지 퇴치가 힘들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정부는 지속적인 투자로 가이드라인에 맞출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COPD 실용지침은 2005년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와 만성기도폐쇄성질환 임상연구센터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한 내용이다. 지침에서는 COPD 호흡재활치료, 호흡기 장애판정, COPD 예방접종, COPD 조기진단 및 금연, COPD state Ⅱ 혼합제에 대한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실용지침에 참여한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오연목 교수는 "이번 실용지침은 단순한 업데이트에서 그치지 않고 1차 의료기관에의 보급과 적극적인 활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제작단계에서 개원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이 함께 참가했고, 심평원에서도 권고사항에 대한 내용들을 함께 논의했다.

지침에서 첫 번째로 강조한 부분은 국내에서는 잘 시행되고 있지 않은 COPD 호흡재활이다. 장기적으로 시행할 경우 예호흡곤란 감소, 운동능력 향상, 삶의 질 개선, 우울증 감소, 입원횟수 및 입원기간의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다고 말했다.

재활치료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으로 나눠서 시행하면서 지속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이 권고사항은 Class Ⅰ권고수준 A로 제시됐다. 심평원은 이에 대해 급여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혼합제를 더 넓은 급여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GOLD stage Ⅱ COPD 환자들이 장기작용 무스카린 길항제(LAMA) 유지치료를 받고 있는 중 호흡곤란과 COPD 악화 반복이 지속될 경우 장기작용 베타2 작용제(LABA),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를 추가한 병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정부와 학계가 함께 접점을 찾아간 결핵, COPD와 다르게 하반기의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제도 시행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학회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대한당뇨병학회가 지적한 내용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최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대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는 "매년 2000여명이 천식으로 사망하고 있는 가운데 경증질환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대부분 1차 의료기관에서 대학병원으로 의뢰돼 치료받고 있는 가운데 1차 의료기관으로 돌아가는 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인의 특성이나 질병경과에 따른 분류가 없다"며 경증질환분류의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홍창수 교수는 "천식, 알레르기 환자가 마음놓고 돌아갈만큼 개원가가 준비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만성질환에 대한 환자교육과 함께 의료계 자체적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1차 의료기관의 수준이 뒤떨어지지 않고, 무너져가는 1차 의료기관을 회생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돼 천식의 경증분류 역시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결핵, COPD 진료지침은 올해 초 진료지침이 발표된 만큼 1년 동안 원래의 취지가 잘 반영됐는지 내년 초 의료계의 변화와 학회 및 유관학회들의 추이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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