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서울의대 내과학교실(보라매병원) 교수

최근 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동맥경화학회(EAS)가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러한 ESC와 EAS의 이상지질치료 지침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질동맥경화학회의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의대 내과학교실(보라매병원) 김상현 교수에게 새롭게 바뀐 이상지질혈증의 핵심은 무엇인지 들어보고, 이를 임상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등을 알아봤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 LDL-C 목표 70 mg/dl
이상지질혈증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김 교수는 이번에 바뀐 가이드라인의 특징을 3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에서 초고위험군을 따로 설정해 LDL-C 목표를 70 mg/dl로 낮추거나, 50% 이상 감소시키도록 했다는 점을 들었다.

김 교수는 초고위험군에 심혈관질환이나 당뇨가 있으면서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 중증도 이상의 신장질환 환자가 새롭게 포함된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혈압이 매우 높은 사람과 유전적인 고지혈증 환자가 고위험군에 명시되면서 위험군 분류가 달라졌다는 점이 눈여겨볼 점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특징은 당뇨 환자에서 ApoB의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 특징은 중성지방과 HDL-C 조절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보듯 ApoB가 눈길을 끌고 있다. LDL-C보다 ApoB가 심혈관질환 발생과 더 관련성이 높고, 질환 발생 예측력이 높다는 논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상동맥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인자들을 분석한 INTERHEART 연구에서 apoB/A1 ratio가 가장 강력한 예측력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도 “ApoB가 LDL-C 수치보다 좀 더 정확하고 예측력이 우수하다. ESC에서도 ApoB의 측정을 권유하고 있다”며 “하지만 ApoB 측정을 최근에 시작한 점이나 측정비용의 문제 등 추가적인 연구가 더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치료지침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지질혈증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마다 LDL-C 목표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급성관동맥증후군 이외의 환자군에서 사망률 변화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없더라도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을 낮추고, 질병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덕분이라고 분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LDL-C 목표치를 계속해 낮출 수 있을까? 어디가 바닥인지, 어디까지 낮출 수 있을지는 증명된 바가 없어 이 문제는 아직은 미정이란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또 스타틴을 최고 용량까지 쓸 수 있다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김 교수는 의사들이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자의 목표치를 설정한 후 LDL-C를 떨어뜨릴 수 있는 각 스타틴 종류별로 dose equivalent 정해야 한다는 것이지 무조건 최고용량까지 처방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

ESC와 EAS는 고중성지방혈증 약물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첫 번째 방법으로 LDL-C와 TG가 높을 때는 스타틴을 투여하거나 용량을 증가하라고 했다. 두 번째 방법으로 LDL-C 조절 후에도 TG가 높으면 피브레이트, 니코틴산, 오메가3 지방산 등의 병용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FILD 연구와 ACCORD연구에서 피브레이트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론이 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아마도 연구 디자인이 잘못됐던 것 같고, 환자 선정에도 문제가 있었던 연구라 판단한 것 같다. ACCORD 연구는 복잡한 연구 디자인이 지적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ESC와 EAS 가이드라인에서 오메가3 지방산이 TG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항목도 눈에 띈다. 현재 오메가3 지방산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 말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오메가3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항부정맥 효과, 항동맥경화 효과 등이 증명됐다”며 “문제는 건강기능식품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은 함량이 적게 들어 있어 효과를 나타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스타틴 선택할 때 약물 동력학 고려해야
환자에게 스타틴 처방을 할 때 약물동력학을 고려하라고 조언하는 김 교수. 스타틴 별로 LDL-C 감소율 제시하고 있고, 환자별로 어느 정도 LDL-C 등을 감소시켜야 하는지 알 수 있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스타틴 용량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차예방이 중요한 목표이고, 젊은 연령이면서 당뇨 위험성 있으면 파마스타틴이 좋다. 하지만 이는 증명된 바는 없다”며 “심혈관질환 있고 고위험군은 로스바스타틴 아토바스타틴이 유리하고, 약 먹는 것을 자주 잊는 환자라면 약효가 길고 하루에 한번 먹는 아토바스타틴과 피타바스타틴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간이나 신장,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당부한다. 또 환자가 베타차단제, 레티놀산, 호르몬 약을 먹고 있으면 진단을 할 때 실수를 할 수 있으므로 꼭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지질혈증 진단과 치료에 고수라 할 수 있는 교수도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간혹 난관에 빠질 때가 있다고 한다.

“몸무게도 정상이고, 생활습관도 훌륭해 아무런 요인이 없음에도 이상지질혈증이 좋아지지 않을 때 힘들다. 대부분 이런 분들은 가족력이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분들이 많은데, 치료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상지질혈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개선이다. 환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지키지 못하는 게 현실. 김 교수는 환자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오늘도 씨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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