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만 너무 강조하면 발전저해로 이어져...양날의 칼

신의료기술의 인정 여부와 방법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적 보장체계에서 연구투자 필요성이 제기됐다.

신의료기술은 환자의 안전을 위한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근거 축적이 우선시 돼야함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근거에 목메다 신의료기술의 발전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 사이에서 합의점이 좀처럼 찾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합리적 의료자원 사용과 의료기술발전 사이에서 급여 가능한 의료기술개발이 필요하나, 사실상 관리 방법을 갖고 있지 못한 정부 정책하에서 현실적으로는 고가의료장비 확산 및 고비용 비급여 의료제공의 확산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첨단의료-양날의 칼'을 주제로 조찬세미나를 진행, 바람직한 합의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에 나섰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상무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안전성, 유효성 검증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는데는 실패한 대표적 신의료기술인 "로봇수술"과 "ESD" 등을 예로 들며 공적 보장체계 내에서 환자 중심의 연구 진행 필요를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로봇수술의 경우, 비용은 개복수술에 비해서는 약 2~5배, 복강경수술에 비해서는 약 1.4~3.4배 높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었으나, 체계적 문헌 고찰 결과 로봇전립샘절제술의 경우 결과의 이질성이 높아 비교수술에 비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외 수술분야에 대해서는 임상연구 수 부족으로 연구 진행조차 불가능했다.

즉, 어떤 진료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려진 것이 부족하여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끝나 버렸고, 현재는 연구 전과 동일하게 비급여로 시술되고 있다.

ESD의 경우도 임상결과 없이 진행된 한시적(2년) 비급여 후에도 근거에 대한 절차적 완성도 없이 보험권으로 들어왔다. 지금도 연구가 진행중에 있긴 하나, 합의에 이른 보험적용이라기 보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미봉책으로 급여권에 포함시켰고, 연구는 현재도 진행중 이다.

이 연구위원은 "어떤 의료가 가장 효과적이며 국민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하여 더 나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그는 영국과 미국의 예를 통해 정부 주도의 임상연구 진행의 필요를 제안한 것이다.

의료기술에 대한 효과/비교효과를 알기 위한 공적 보장체계의 연구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 나라인 영국은 의료기초과학 분야의 R&D를 관장하는 MRC와 그에 해당하는 재원이 있다.

NHS는 임상분야의 연구를 통해 NHS하의 의료의 질을 높이고 효율적 의료자원의 배분을 위하여 NIHR(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Research)를 통해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전향적인 레지스트리 연구,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 (RCT)을 포함하며, 어떤 의료기술이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당연히 환자들의 필요와 공적 요구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NHS R&D비용 중 임상연구 network에 2008~9에는 £158m(약 2844억원), 2009~10에는 £274m(약 4932억원)를 투자됐다. 의료기술평가 연구 수행을 위해 2008~9에 £33 m(약 594억원), 2009~10에 £40m(약 720억원)가 편성. 의료기술평가연구의 1/4은 NICE의 의료기술 가치판단을 위한 연구에 사용했다.

미국의 경우도 CER에 대해서는 ARRA(American Recovery & Reinvestment Act)법에 따라 2009년 1.1 billion 달러(약 1조 3200억원)가 투자되고 있다.

2010년 ACA(Affordable Care Act)에 따라 4~5 billion 달러(약 4조 8000억~6조원)가 추가 투자됐으며, 2013년부터는 모든 미국 사보험도 가입자 일인당 1년에 1달러(약 1200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CER연구비로 지불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투자된 많은 비용은 주로 기간투자 성격 즉 연구 인프라 구축과 연구자 교육 훈련 등에 투자 됐으며, 그 결과 PCORI가 만들어져서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준비 중에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합리적인 신의료기술도입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공적 보장체계에서도 R&D차원의 기금 조성하여 의료기술에 대한 비교효과연구 투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급여 포함 기존의 의료기술 및 신의료기술간 현재 입증된 의약학적 근거에 대한 평가로 양질의 정보를 국민과 정책결정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첨단 고가의료장비 사용의 제도권 도입 시 검증 절차 및 적정사용에 대한 임상진료지침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지적에 "근거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신의료기술의 발전 저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공단 일산병원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에서는 기준에 합당하지 않았을 수 있으나 로봇수술은 우리나라 의학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근거 축적의 요구에 있어서도 선택적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근거창출을 강조하는 데는 효과가 좋지 않은데도 확산되는 경우를 막자는 의미가 크다"며, "사회적 논란을 종식시킬 보다 유연성을 가진 제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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