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과학의 융합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많이 떠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융합이 잘되고 있지 않다는 또다른 의미이기도 하지요."

융합학문이 시대의 트렌드로 떠올리고 가운데, 고려대 학문소통연구회가 주최한 "인문학과 과학기술, 그 융합적 사고의 힘" 심포지엄 토론자로 나선 고려의대 병리과 김한겸 교수는 학문간 융합은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한다.

김 교수 스스로도 학문소통연구회 부회장을 하고 있지만, 인문학에 대한 토론 자체가 크나큰 과제였다. 생명윤리, 바이오뱅크 등 각종 다양한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지만, 의학과는 달리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이면서 미사여구를 사용해야 하는 인문학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이미 인간의 삶, 그 이상을 바꾸게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는 서로 다른 학문의 문화 전반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이에 따라 조직된 학회, 인사 등의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각 직역간, 진료과 간으로 갈등이 얽혀있는 의학계는 더욱 어렵다. 김 교수는 학문의 장벽을 뛰어넘고 융합으로 한걸음 가기 위해 "대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대화가 기본이라 생각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다른 사람의 일을 토대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조직 유동성이 없고 폐쇄적이고 대화가 없으면 창의력이 생기지 않고 조직 발전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학생들과 자주 대화하고 소통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페이스북에도 "교수님"을 찾는 학생들이 줄을 짓고 있고, 그것이 바쁜 일상의 하나의 동력이 되고 있다. 김 교수는 "나보다 어리더라도 사회적 위치가 어떻더라도 그들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런 노력이 부족하고, 의학에서는 너무 적이 많다"고 지적했다.

각 직역, 진료과 등의 진흙탕 싸움에서 특히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김 교수는 "의학계가 융합이 아닌 일방적으로 주도적인 합병을 추구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며 "학문간의 경계와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 융합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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