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신약들 우월성 입증 못해 "굴욕"

이번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에서는 여느 학술대회 때와 달리 실패한 연구가 대거 쏟아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3박 4일간 ADOPT, PALLAS, AIDA STEMI, ISAAR-REACT 4, TRACER, ALPHEE, SATURN, AMI-HIGH, MI-FREEE, HOOPS 등 무려 10개의 연구가 고배의 잔을 마셨다. 이들 연구는 모두 1차 종료점 달성에 실패했거나 비교 연구에서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우선 차세대 항응고제로 주목을 끌었던 아픽사반은 정맥혈전색전증(VTE) 예방에 있어서 기존의 에녹사파린을 뛰어넘지 못했다. 랜드마크였던 ADOPT 연구에서 와파린은 에녹사파린보다 13% 우수한 것으로 나왔지만 아쉽게도 통계적으로 유의성은 없었다. 게다가 연구의 허점까지 나왔다. 연구자들은 고위험 환자가 너무 적었다는 점과 치료 후 VTE 발생률을 보기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추가 연구를 통해 효과를 검증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항부정맥 치료제인 드로네다론은 안전성을 1차 종료점으로 한 PALLAS 연구에서 처절하게 실패했다. 이번 연구에서 드로네다론은 위약보다 2.29배나 위험한 것으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로 처방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자들은 심부전 및 심방세동 환자 중에서도 고위험군은 제외해야하며 그 외에 환자군에 처방하더라도 반드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드로네다론의 처방폭이 좁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새로운 항부정맥약 셀리바론은 효과 검증 과정에 제동이 걸렸다. ALPHEE 연구는 셀리바론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연구였는데 1차 종료점에서 위약군을 뛰어넘지 못했다. 1차 종료점은 심실빈맥·심실세동의 발생, 이식형 심장 제세동기 개입 또는 급성 심장사였는데 모든 용량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한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추가 연구에 따라 이 약의 생사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항혈전제 보라팍사의 효과를 평가한 TRA-CER는 연구도 실패로 끝나면서 추가 연구에 운명을 맡겨야하는 상황이다. 보라팍사는 대규모 연구에서 위약대비 우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1차 종료점에서 보라팍사의 심혈관 위험 발생률은 18.5%로 위약군인 19.9%보다 낮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제조사인 머크 측은 진행되고 있는 스터디(TRA-2)를 검토한 후 최종 개발여부를 결정한다는 전략이다.

스타틴과 나이아신 병용효과를 검증한 AIM-HIGH 연구도 실패로 조기 종료됐다. 이 연구는 심바스타틴 40~80 mg과 에제티마이브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서방형 나이아신제제(1500~2000 mg)와 위약을 추가로 투여하고 심혈관 질환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지만 효과 미달로 진행 3년 만에 중단되는 수모를 겪었다.

플라크 감소에 있어서 로수바스타틴이 아토바스타틴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던 SATURN 연구도 서도 동등한 수준으로 결론나면서 먼저 싸움을 건 로수바스타틴 입장에서 볼 때는 사실상 실패한 스터디로 기록됐다. 이번 연구는 거대 스타틴간 비교한 세기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의료인의 주목을 끌었으나 결국 어느 것이 뛰어나다는 명확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앱시시맙을 비발리루딘과 비교한 ISAR-REACT 4 연구와 PCI 시술전 환자를 대상으로 정맥투여제제(IV)와 비교한 AIDA STEMI 연구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번 연구에도 앱시시맙은 비교대상군보다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그밖에 좌심실 수축기기능부전 환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약사의 상담이 임상적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전향적 관찰연구인 HOOPS도 기대와 달리 개선점을 보여주지 못해 실패한 연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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