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보다는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정한 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기관은 2007년 39개 지정을 시작으로 현재는 97개까지 늘어났다. 임상시험이 전무하다시피한 기관도 많기 때문에 지정만을 늘려나가는 것이 임상시험 활성화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공존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달 시행되는 의료기기법 전부개정법률을 통해서는 관리기준이 엄격해진다. 식약청 임상제도과 조혜영 연구관은 바이오코리아 "의료기기 임상시험 활성화 전략" 주제발표에서 "개정법률 10조와 27조, 28조에는 임상시험기관, 시험검사기관, 품질관리심사기관 지정제도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며 "내년부터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대형기관에 대한 실사가 실시되기 때문에 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절반가량은 지정취소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기임상시험 관리 기준이 가이드라인이 아닌 법적인 강제사항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조 연구관은 "그동안 몇차례 실사를 나가본 결과, 지정 당시 갖추고 있던 시설을 없애거나 거짓 성적서를 작성하는 등의 행태가 나타났다"며 "주의 조치로 끝나던 위반사항이 이제는 즉시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 취소 대상이 되며, 행정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의료기기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해 이제 막 움직이는 시점이며, 어느 때보다 지원이 절실한 정부가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지난해 임상시험은 20건에 불과했으며, 올해도 다소 늘어났지만 현재까지 30건 안팎의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시기관과 업계에서는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끊임없는 규제로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세대 원주의료원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 용석중 소장은 "의료기기임상시험의 활성화 전략의 핵심은 임상시험 건수가 늘어나는 동시 임상시험의 고도화에 달려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업체의 의식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에서의 최대한의 걸림돌인 임상시험비용을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 용 소장은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의 비용 지원이 필요하며 의료기기개발 관련 국책연구 공모 시 연구결과물이 임상시험까지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하는 등 정부가 해야 할일이 많다"고 부연했다.

특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하기 어려운 기기의 임상시험까지 가능하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용 소장은 "정부는 다국적 의료기기회사의 임상시험을 적극 유치해 국산의료기기에 집중되어 있는 각종 지원을 외국계 회사제품의 국내 임상에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식약청, 임상시험센터 및 CRO등의 임상시험과 관련된 부처 역량을 강화하고, 임상시험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

의료기기업계도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과 중소기업청은 최근 의료기기 비교임상·성능평가 지원 대상업체 10곳을 선정하고, 업체당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하면서 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해외 경쟁제품과의 비교임상과 성능평가 시험으로 국내의료기기의 객관적인 품질입증자료를 확보하는 취지도 그렇지만, 업계로서는 부담스러운 비용 지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선정된 회사는 치과용 합금인 이노비움으로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세라젬바이오시스, 국산 칼슘포스페이트 이중코팅을 한 이종골이식재와 수입이종골이식재와의 임상학적 및 조직학적 성공률의 비교임상시험 과제를 맡은 오스코텍 등이 포함돼 있다.

조합 관계자는 "국내 중소 의료기기업체들의 제품 신뢰성을 높이고, 해외 제품에서의 경쟁력을 도모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의료기기 산업발전이 진정한 제품 경쟁력에 있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대한 교육을 업계에 실시하고 있으나,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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